안드로이드와 오픈소스 경제학
생각 있는 소프트웨어개발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책으로 조엘 스폴스키의 블로그 모음집인 <조엘 온 소프트웨어>라는 것이 있다.
여기 보면 ‘오픈소스’에 대한 주목한 만한 관점이 나와 있어 소개하고 싶다. 회사들이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개발에 큰 돈을 투자하는 이유는 자기들의 비즈니스 전략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지, 어느 날 갑자기 자본주의에 회의를 느끼고 ‘자유’에 열광하기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 전략의 핵심은 자사 제품의 보완재를 일반재화로 만들게 되면 그 제품의 수요가 비약적으로 증가한다는 것이다.
1980년대 초, IBM은 PC 내부의 인터페이스를 공개했다. 그 결과 PC시장의 보완재인 애드인(add-in) 카드 또는 부품들이 일반재화가 됨으로써 PC의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IBM이 최근 들어 리눅스를 비롯한 오픈소스 개발에 수백만 달러를 투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IBM이 IT컨설팅 회사로서 변모를 시도하기 때문이다.
IT 컨설팅은 기업용 소프트웨어의 보완재이기 때문에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오픈소스화해서 일반재화로 만들어 버리면 IT컨설팅의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21세기에도 IBM이 계속 승승장구할 수 있는 한 가지 이유이다.
여기까지 얘기하게 되면 최근 스마트폰 열풍의 주역이 되고 있는 안드로이드 플랫폼이 머리에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열정적으로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안드로이드에 임하는 우리의 자세’는 어떤 것이 되어야 할까?
유선 인터넷 검색시장의 최강자인 구글은 이 시장의 성장세가 줄어들자 모바일 시장으로의 진출을 노리고 준비를 해왔다. 그러나 휴대폰은 통신사업자의 영향력이 매우 커서 휴대폰의 소프트웨어가 통신사업자에 의해 좌우되는 경우가 많아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자유롭게 진출하기 매우 어려운 시장이라는 것이 걸림돌이었다.
하지만 휴대폰 하드웨어의 비약적인 발전과 다양하고 풍부한 휴대폰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싶어하는 사용자들의 요구가 증대하면서 스마트폰의 시장이 점차 커지기 시작하자 구글은 ‘아파치2.0’ 라이센스를 취하는 혁신적인 오픈소스 플랫폼인 안드로이드를 발표하고 본격적으로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구글에게 있어서 스마트폰의 플랫폼은 모바일 검색의 보완재라고 할 수 있다. 플랫폼을 오픈소스화 함으로써 누구나 쉽게 스마트폰 개발에 참여할 수 있게 되면 유선 인터넷 시장을 능가하는 무선 인터넷 시장이 등장하게 되고 ‘검색’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앞세운 구글의 시장 지배가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오픈소스의 경제학’을 이해하게 되면 구글이 ‘Don't be evil'이라는 자신의 기업 문화를 실천하려는 자비심 많은 단순한 회사가 아님을 알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기업의 입장에서 안드로이드를 어떻게 받아들이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까?
국내에서 스마트 폰의 플랫폼으로 안드로이드를 채택하려는 시도에 대해 반대하는 대표적인 논리 중의 하나는 구글에 대한 종속화의 문제일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이를 오픈소스 플랫폼으로서 안드로이드의 혁신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구글 검색엔진을 들어내 버려도 되는 오픈 플랫폼이기 때문에 그 개방성과 확장성으로 안드로이드가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고 각 기업의 독자적 기술을 보호할 수 있는 유연한 라이센스인 아파치2.0을 채택하고 있는 정책이 안드로이드가 가진 큰 장점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소프트웨어가 특히 취약한 우리나라의 IT 현실에서 단기간에 비약적으로 기술수준을 끌어 올리는데 있어 오픈소스를 잘 활용하자는 데에는 이의가 없을 것이다. 리눅스를 기반으로 수많은 오픈소스 미들웨어를 결합한 안드로이드는 일종의 ‘공공재’로서 인류가 축적한 공통의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 인터넷 세상의 대세인 ‘웹2.0’이 표방하는 참여, 공유, 개방의 철학이라는 큰 흐름에서 안드로이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요즘 임베디드 시스템 시장의 특징은, 단순히 제품만을 개발해서 판매하던 기존의 관행에서 벗어나 제품과 함께 플랫폼을 제공하고 이를 중심으로 한 생태계를 구축해서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이 오픈소스가 가진 경제적 논리를 냉정하게 이해하면서 오픈소스의 풍부한 가능성을 활용하려는 현실적인 전략을 수립해야하는 이유이다.
<공기석 한국산업기술대학교 컴퓨터공학과 부교수 kskong@kpu.ac.kr>
<공기석 교수는 1987년 내한한 FSF의 의장 리처드 스톨만을 처음 만난 이후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그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학교에서는 임베디드시스템을 가르치고 있고, 최근에는 안드로이드를 범용 임베디드 플랫폼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열심히 주장하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