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밸리 칼럼] 하이브리드 MBA가 필요한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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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밸리 칼럼] 하이브리드 MBA가 필요한 시대
  • 장길수
  • 승인 2013.01.02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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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류 기업일수록 지성과 통찰력을 갖춘 인재를 기업의 핵심 자산으로 인식하며 경쟁력의 뿌리라 여겨 소중히 대우한다. 그래서 지금껏 기업의 성과 창출 선봉에 있었던 MBA 출신은 높은 몸값과 함께 성공적인 경영자 모델로서 사회적 선망의 대상이 되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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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유례없이 커지고 글로벌 경제 위기는 마치 일상처럼 반복되는 가운데 어려움에 처한 기업에 구원투수가 되어줄 것이라 믿었던 이들 MBA 출신 `유능한` 인재들이 여전히 주어진 기대에 합당한 활약상을 보여주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전략, 마케팅, 회계와 인사조직 등 경영학의 주요 이론을 사례와 함께 심도 있게 다루는 MBA의 커리큘럼은 그 자체로서 의미 있고 유용한 것이다. 하지만 고도로 복잡해진 현대 기업 경영의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에는 무언가 아쉬운 것 또한 사실이다.

MBA 프로그램이 제공하는 이론적 지식은 대개 성공을 거둔 기업이나 리더의 사례에 초점을 맞춘, 말 그대로 가장 모범적 내용을 잘 정리해 놓은 업무 매뉴얼에 비유할 수 있다.

반면에 현실의 일은 이론처럼 단순 명료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매번 다른 접근과 해결방식을 요구하기 때문에 다양한 문제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거나 국면을 돌파할 수 있는 능력이 조직의 생존과 직결되는 매우 중요한 역량으로 부상했다.

산길을 걷다가 깊은 구멍에 빠진 사람에게 탈출용 사다리가 절실하듯이 치열한 경쟁과 변화의 혼란에 빠진 기업의 리더들에게는 이 모든 상황을 내려다보면서 현재의 좌표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높은 장소가 필요하다. 이 높은 곳이 바로 인문학적 소양을 쌓아 도달하게 되는 `통찰의 언덕`이다.

기업 안팎에서 일어나는 모든 활동 역시 인간사를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실체는 실패나 갈등, 긴장과 오해 등 인문학적 주제가 씨름해 온 삶의 본질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것에 다름 아니다. 직장 내 커뮤니케이션 문제로 갈등을 겪었던 기업이 이런저런 제도도 만들어 보고 변화도 강조해 보았으나 별 효과를 보지 못 하다가 문제의 본질인 `세대간의 이해 부족`과 `담당 업무별 성향 차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기로 하고, 그 대신 인문고전에서 지혜를 빌려 `역지사지(易地思之)` 대화 캠페인 등을 전개한 결과 건강한 기업문화를 되찾을 수 있었다는 일화는 인문학적 접근의 좋은 사례다.

인문학 소양은 지식과 지혜의 밀가루 반죽과 같다. 잘 버무려 시간적으로는 과거와 현재·미래를, 공간적으로 동·서양을 넘나들면서 수천, 수만 가지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데 이를 이용해 세상만사에 적용 가능한 다양한 교훈과 영감을 제공받을 수 있다. 또 사유와 상상의 자극으로 전에는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어 내는 창의력의 원천으로 삼을 수도 있다.

감성적 접근이 중요한 패션이나 콘텐츠 산업 같은 경우 인문학의 소재 자체가 각종 상징(icon)과 디자인의 기본 요소가 되기도 하며 인간(고객)과 세계(문화)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는 곧 바로 마케팅 활동의 실마리가 되기도 한다.

스티브 잡스는 “나는 플라톤과 호머를 비롯한 수많은 동양고전에서 새롭게 생각하는 방법을 배웠다. 그것이 애플을 만들어낸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그가 꿈꾸었던 판타지(fantasy)는 기술 및 경영학적 지식과 접목되면서 `위대한 현실`이 될 수 있었다. 이 시대가 원하는 리더상은 예리한 효율과 합리성이 기초가 된 MBA 지식에 더해, 풍부하고 광범위한 인문학적 소양의 토대 위에 우뚝 선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조영탁 휴넷 대표 ytcho@hu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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