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사업가의 재창업이 법적 지원을 받는다. 선의의 실패 사업가가 다시 성공의 꿈을 꾸는 `패자부활`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됐다.

2일 국회·정부당국에 따르면 이르면 다음 달 개정할 `중소기업창업지원법(이하 창업지원법)`에 재창업지원 조항을 신설한다. 김한표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것으로 국회 법사위원회에 상정됐다. 김 의원실 측은 “이견이 거의 없어 2월 임시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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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조항을 개정 창업지원법 제4조3(재창업지원)에 추가한다. 정부(중소기업청)가 사업실패자 재창업을 지원할 수 있는 내용이 골자다. 우수 기술·경험을 보유한 재창업자 발굴과 재창업 교육, 재창업 장애와 규제 개선, 재창업자 조세·법률상담 지원, 재창업 기반시설 확충 그리고 정부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항이다. 사업실패자가 재도전에 나설 수 있는 체계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개정안은 공포와 동시에 시행된다. 김 의원은 “최근의 창업 열기가 지속되기 위해 실패한 기업인이 재기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 마련이 중요하다. 조사에 따르면 기업가정신 위축요인으로 실패에 따른 위험부담이 가장 크다”며 “실패한 기업인이 성공할 확률이 높은 만큼 열정과 의지로 재기에 도전하는 기업인에게 실패 경험이 소중한 자산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

완벽한 벤처생태계를 갖췄다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실패`는 곧 `경험이자 노하우`다. `두세 번 실패해본 사람이 가장 성공 가능성이 크다` `실패해보지 않은 사람에게 투자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실리콘밸리 한 벤처캐피털 대표는 “사업 경험이 없는 사람은 자기 기술에 도취돼 시장 반응과 변화를 제대로 보지 못한다”며 “실패 경험은 이를 극복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선 다르다. 한 번의 실패에 곧 `패배`의 낙인이 찍힌다. 연대보증으로 인해 `신용불량자`라는 꼬리표가 따라 붙었다. 남 앞에 나서는 것조차 꺼린다.

파장은 막대하다. 일자리 창구인 우량 창업을 막았다. 이민화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KAIST 교수)은 스타트업 창업 붐이 일기 전에 “2000년 강단에서 창업의사를 물으면 150명 정도가 손을 들었는데 지금은 5명 정도”라고 심각한 실태를 전했다. 기술·노하우 사장도 문제다. 한 벤처기업인은 “2000년 벤처 붐 당시 나온 아이디어·기술 가운데 지금 꽃을 피울 수 있는 것이 많다”며 당시 아이디어·기술이 관리되지 않은 것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동안 패자부활 정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은 2010년부터 재창업지원사업을 펼쳤다. 3년 가까이 443곳이 신청해 173곳이 지원받았다. 하지만 `지원 규모` `재창업 인프라` 등 부족한 게 많았다. 문화가 역시 문제다. 실패자가 재도전에 나설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았다.

법 개정은 이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김형영 중기청 벤처정책과장은 “당장 제도가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법에 명시됨으로써 `분위기`와 `육성의지` 등이 서서히 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민우 벤처기업협회장은 “고위험 고수익(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을 추구하는 벤처가 많이 나와야 한다”며 “`안 망하는 벤처`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벤처가 `다산다사(많이 탄생하고 많이 실패)`하는 구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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