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사무엘 울만은 `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시기가 아니라 나아가는 용기, 안일함을 뿌리치는 마음가짐`이라고 정의했다. 사람은 나이를 먹어서라기 보다 이상을 잃음으로 늙어간다. 때로는 스무 살 청년보다 예순살 노인에게서 청춘을 볼 수 있다.

고광일 고영테크놀러지 사장(56)은 아직 청춘이다. LG전자·미래산업 등을 거친 후 46살 늦깎이로 고영테크놀러지를 창업했다. 평생 엔지니어로 살았지만, 경영자로의 변신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일반 창업자보다 시작은 늦었지만,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성공 스토리를 이어간다.

“회사 창업 전까지 산업용 로봇 개발 엔지니어로 살았습니다. 일본 기술을 단 한 번이라도 넘어서는 게 꿈이었죠. 결국 3차원(3D) 검사 장비에서 길을 찾았습니다.”

고 사장은 창업할 때 오직 3D 검사 장비만 만들겠다고 결심했다. 남들이 할 수 없는 제품을 만들어야 회사가 지속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남들과 다른 제품인가, 혹은 남들보다 싸게 만들어 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가. 이 두 가지 원칙은 고 사장이 경영자로서 고수해왔던 철학이다.

창업 5년 만에 세계 표면실장공정(SMT)용 3D 인쇄검사기(SPI) 시장 1위를 달성할 수 있었던 비결이기도 하다. 한 때 세계 SPI 시장을 주물렀던 미국 사이버옵틱스조차 고영테크놀러지 때문에 고전한다. 대만 TRI는 고영테크놀러지에 중화권 안방 시장마저 내주고 있다.

고영테크놀러지는 이미 세계가 무대다. 매년 매출 성장과 수익성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이유다.

고 사장은 3D SPI에 이은 또 하나의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바로 3D 실장부품검사기(AOI)다. 3D SPI는 부품 실장 전 단계에서 불량을 찾아내지만, 3D AOI는 부품 실장 이후 불량을 검출한다.

3D AOI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뜨겁다. 샘플 수준 공급만으로 고영테크놀러지는 지난해 100억원 가까운 신규 매출을 올렸다. 자동차 전장 및 디스플레이 제조업체들이 가장 적극적이다.

일본 파나소닉·알프스가 그룹 차원에서 고영테크놀러지 3D AOI 도입 의사를 밝혔다. 덴소·스미토모·니폰맥트론 등도 도입을 검토 중이다.

3D SPI를 쓰는 회사들은 3D AOI까지 구입하는 추세다. 기술력을 인정하고, 품질을 신뢰하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가 3D SPI 판매하는 고객사만 1000개가 넘어요. 모두 3D AOI 잠재 고객인 셈이죠. 올해에는 3D AOI가 3D SPI 못지않은 효자 품목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고영테크놀러지는 올해 3D AOI 모델 10개를 출시한다는 목표다. 모델마다 측정원리 및 검사 속도가 다르다. 고가 모델은 자동차 전장 시장에 판매하고, 저가 모델로 중국 등 신흥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고영테크놀러지가 그동안 아무 어려움 없이 승승장구해온 것은 아니다. 지난해 하반기 갑작스러운 환율 변동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20% 중반 수준이던 이익률이 지난 3분기 갑자기 13%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이 사건은 전화위복이 됐다. 조달·재고 관리 등 원가 절감 시스템을 구축하고, 임직원간 내부 결속을 다지는 계기가 됐다. 덕분에 4분기 20%대 이익률을 회복했다.

“무리하게 회사 성장률을 높일 생각은 없어요. 매년 20~30% 매출 성장률을 달성하면서 지금의 이익률을 유지하는 게 목표입니다. 꾸준히 고부가가치 제품을 내놓는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봅니다.”

고 사장은 노련한 경영자답게 차세대 먹거리도 차근차근 준비중이다. 3D AOI를 이를 차세대 주자는 3차원 반도체 실장검사기(DPMS)다. 3D DPMS는 반도체 다이 및 주변 수동소자 실장 불량을 검사하는 장비다. CPU·AP 등 플립칩 공정으로 만드는 반도체 소자에 최적화된 제품이다. 여러 글로벌 반도체 회사들이 고영테크놀러지의 3D DPMS가 완성되기만 기다리고 있다.

소프트웨어(SW) 역량 강화도 고영테크놀러지의 핵심 과제다. 하드웨어(HW) 기술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SW 기술 수준은 여전히 미흡하다. 엔지니어들이 고영테크놀러지 장비를 수월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사용자인터페이스(UI)도 개선하고 있다.

고 사장은 지난해부터 회사 내 SW 연구인력을 꾸준히 늘렸다. 전체 연구인력 중 SW 연구원 비중이 30%를 넘어섰을 정도다. 더 나아가 최근에는 파격적인 인력 시스템도 가동했다. 전공에 상관없이 신청자를 뽑아 SW 기술을 가르치고 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해야죠. SW 전공자가 부족한 국내 현실을 감안해 아예 처음부터 연구원을 키우기로 했습니다. 우리 회사는 단 한 번도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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