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국 티브이로직 대표는 인터뷰 내내 매출 목표와 같은 돈 이야기를 한 마디도 안했다. 외산방송장비업체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방송장비시장에서 성공한 국산 방송장비업체 최고경영자(CEO)치고는 다소 이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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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비결을 묻는 질문에 그는 눈을 반짝이며 싱겁게 말했다. “재미있으니까요”

이 대표는 44세에 창업했다. 창업 이전 KBS 기술연구소 연구원으로 일했다. 그는 이른바 `철밥통`인 직장을 그만두고, 방송장비시장에 무모하게 뛰어들었다.

“KBS를 다니며 KBS에서 10년만 일하고 나온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정시에 출근하고 6시에 퇴근하는 너무 편한 생활이 저와는 안 맞았습니다. 그러던 중 KBS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이 생겼습니다. 국산방송장비 벤처 제안서를 냈더니 떨어졌습니다. 방송국에 다니면서 국산방송장비가 없는 점에 착안해 뭔가 국산방송장비를 만들어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심사하시는 분들은 국산 제품을 누가 쓰냐고 생각한 거죠.”

이 대표는 KBS를 그만두고 직원 5명으로 티브이로직을 시작했다. 티브이로직은 HD 방송용 모니터 분야 국내 시장 90% 이상을 점유하며 업계 1위로 올라섰다. 세계 시장 점유율은 13%로 ,세계 4위다. 현재 직원수는 134명이다.

“처음부터 해외시장을 염두에 뒀습니다. 국내 방송장비시장은 규모가 너무 작거든요. 국내 방송장비시장만 바라보고 사업을 하면 방송사들이 장비를 교체할 시기만을 기다려야 돼 지속적인 성장이 어렵습니다.”

티브이로직의 매출은 해외 비중이 높다. 2011년 7월부터 2012년 6월까지 매출액 311억원 중 수출 실적은 236억원이다. 올해 20~30% 매출 성장을 목표로 한다.

티브이로직은 올해 생산 품목도 다양화한다. 모니터 등 방송장비 생산에서 HD CCTV, 스마트 오디오 등 생산 품목을 늘렸다. 모니터를 주로 생산하던 업체가 왜 하필 CCTV와 스마트 오디오를 선택했냐는 질문에 그는 또 재미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생산품목을 선택할 때 너무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단, 남들이 이미 다 뛰어든 분야에 동참하지는 않습니다. 아직 사업자들이 많이 없는 분야를 공략하면 경쟁력을 갖기가 더 쉬운 것 같습니다. 그리고 뭐니뭐니해도 재미있어 보이는 분야를 선택합니다.”

티브이로직은 국내방송장비가 거의 없을 당시 방송용 HD모니터를 개발해 모니터 개발업체 선두주자가 됐다. 또한 HD 모니터가 일반화되자 UHD모니터도 3년 전에 개발했다. 기술 발전을 내다보고 늘 한 발 앞서 준비한 결과다.

티브이로직이 올해 야심차게 준비하는 스마트 오디오 `오렌더`도 `재미`와 `블루오션`이라는 이 대표의 생각과 맞아떨어져서 시작됐다.

“저는 음악을 잘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스마트오디오에 대한 설명을 들었을 때 엄청 재미있는 기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날로그 오디오에 스마트 기능이 결합된 제품이거든요. 스마트 오디오 시장에 뛰어든 사업자도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스마트오디오업체 `위디어랩`을 인수하고 스마트오디오를 알리고자 청음실도 만들었습니다. 올해부터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오렌더를 야심차게 판매할 계획입니다.”

오렌더는 CD 7000장 분량의 음원을 저장한 뒤 스마트기기로 재생할 수 있는 신개념 스마트 오디오다. 와이파이를 통해 오렌더와 앱이 연동하는 원리다. 와이파이로 연결된 스마트기기로 집안 어디서나 오디오를 조작하고, 음원도 저장할 수 있다. 저장 용량이 큰 만큼 리모컨만으로 노래를 찾기 어려운 점을 감안해 앱으로 노래를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음질은 CD(16비트/44.1㎑)를 뛰어 넘는다. 또한 오디오 설계에서 가장 중요한 전원 부분을 모두 충전식 배터리로 설계하여 지터(Jitter)와 그라운드 노이즈(Ground Noise)의 가능성을 근본적으로 차단해 음질에 완벽을 기한다.

이 대표 방에는 CCTV, 스마트 오디오 등 새롭게 생산하는 기기가 가득하다. 그는 아직도 기기를 분해 조립한다. 그는 책상 옆 CCTV를 켜면서 작동원리를 설명했다. 50살이 넘은 그의 눈이 소년의 눈처럼 반짝거렸다.

"중학생 때 학교를 마치면 세운상가에 가서 전자 기기를 사서 분해하고 조립했습니다. 기계를 만지는 일이 정말 즐거웠습니다. 다른 일은 생각해 본 적도 없습니다. 저는 아직까지도 이 일이 너무 즐겁고 재미있습니다. 앞으로도 재미있다고 생각되는 품목을 선택하겠죠."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도 직업이 되면 싫은 법. 하지만 이 법칙에서 자유로운 이 대표가 부러웠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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