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과 차별화된 아이디어 제품을 꾸준히 내놓고, 해외 지역별 맞춤형 영업으로 시장을 개척합니다.”

박홍석 모뉴엘 대표(51)는 회사 기본전략을 이렇게 소개했다. 얼핏 듣기에는 아주 단순하다. 하지만 남들이 하지 않는, 즉 경쟁이 많지 않은 특화형 제품을 내놓고 고객이 원하는 마케팅 전략으로 자신만의 사업영역을 구축하는 데는 적잖은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모뉴엘은 2011년 460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도 이를 뛰어넘는 실적이 예상된다. 이 가운데 80%를 해외에서 거둘 만큼 수출형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회사는 2008년 3000만달러, 2009년 7000만달러, 2010년 1억달러, 2011년 2억달러 수출탑을 수상했다. 현재 40여개국에 제품을 판매하고 있고, 미국과 일본·중국·독일에 지사를 두고 있다.

박 사장은 모뉴엘에 몸담기 전 삼성전자 미국지사에서 마케팅을 담당하며 6년 연속 판매왕에 오르는 등 해외 영업에 특유의 강점을 갖췄다. 여기에 회사만의 혁신 제품을 강조하면서 매년 고성장을 일궈내고 있다.

우선 제품 전략이 독특하다. 글로벌 대기업과 직접 경쟁을 피할 수 있는 틈새 시장을 먼저 찾았다. 글로벌 대기업이 대량생산하는 품목과는 조금이라도 다른 가치를 소비자에게 주고자 했다. 이런 사업을 모뉴엘만 할 수 있도록 자기 영역을 구축하고자 사업 초기부터 노력했다.

컬러와 디자인을 차별화한 올인원 PC, 대기전력을 제로화하는 에너지 절약형 PC, 어두운 지역 청소에 강점이 있는 로봇청소기, 보는 TV에서 듣는 TV로 음향을 강조한 TV까지 차별화된 제품군을 확보해 왔다. 초기 PC와 미디어플레이어 홈시어터 PC(HTPC) 중심에서 최근에는 생활가전과 건강·미용제품군으로까지 아이템도 넓혔다.

박 사장은 “대기업과 달리 의사결정이 빠르고 고객별 맞춤형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것이 모뉴엘의 강점”이라며 “큰 IT 트렌드를 염두에 두고 홈클라우딩, 솔루션, 친환경을 강조한 아이디어 제품군을 꾸준히 발굴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직원들과 매년 수십 가지 신규 제품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제품화하는 과정을 반복해왔다며 웃었다.

박 사장은 직접 글로벌 영업 최전선에 위치한다. 지금도 일 년 가운데 3분의 2는 해외에 체류할 정도다. “고객이 부르면 언제든, 어디든 간다. 이번 설 명절도 일본에 머무를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영업은 단기 이익보다 중장기 관점에서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사장은 “해외 빅 바이어와 주요 유통담당 핵심 인사는 20여년 전과 비교해도 큰 변화가 없다”며 “작은 거래에서부터 신뢰를 쌓고, 시장을 공략한다는 생각보다 서로 협력해 이익을 나눈다는 접근으로 대응해왔다”고 설명했다.

각 지역 특성을 반영해 마케팅 전략도 차별화했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총판과의 연계가 중요한 지역이다. 이 때문에 대형 거래선처와 협력에 많은 공을 들였다. 유럽은 지역 소매영업이 강조되는 지역이다. 모뉴엘은 유럽에서는 독자 브랜드로 대응하기보다는 유럽의 주요 제조사와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주문자공동개발(ODM) 사업으로 매출을 키우는 방식을 택했다.

일본은 자국 제품에 충성도(로열티)가 강한 지역이다. 모뉴엘은 세계 5대 오디오비디오(AV)업체로 꼽히는 온쿄와 합작법인 설립, 제품 공동생산 방식으로 까다로운 일본 유통 시장을 뚫는 방법을 구사하고 있다.

그는 기업은 유연성이 아주 중요하다고 말했다. 제품 트렌드와 기술이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현재에 만족하기보다는 항상 미래에 대비한 연구개발(R&D)과 전략 마련이 필수라는 것이다.

박 사장은 “지금 PC가 잘 팔린다고 해도 이 제품만 고집해서는 안 된다”며 “주력제품은 안정적 매출을 올리는 데 활용하고, 회사의 중심은 항상 새로운 제품과 혁신적 아이디어 확보에 둔다”고 했다.

모뉴엘은 동양매직과도 제품개발과 마케팅에서 협력을 진행 중이다. 동양매직의 국내 인지도와 특별판매 조직의 영업력을 이용하고 해외 영업에 강한 모뉴엘의 강점으로 윈윈할 수 있다는 접근이다. 모뉴엘이 롯데마트와 진행했던 `통큰 시리즈`는 국내 유통가를 강타한 `반값 시리즈`의 효시 격이다. 이런 협력은 주변과 경쟁하기보다는 협업으로 이익을 나눈다는 접근에서 출발한 것이 특징이다.

최근 원화 가치 상승으로 우리 수출기업들의 경쟁력 약화 우려가 많아지고 있다. 수출기업인 모뉴엘도 대비가 필요해 보인다. 그는 걱정만 할 게 아니라 새로운 시각도 필요하다고 답했다.

박홍석 사장은 “원화 가치 상승으로 제품 수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많은 시기”라면서도 “이런 때 해외기업이나 유력 기술을 인수하고 해외 자산을 취득하는 데는 오히려 유리하다. 역발상도 함께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한국금융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