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에 이어 방송통신위원회도 통신사 불법 보조금에 철퇴를 내리기로 했다. 처벌 근거는 다르지만 같은 사안에 대한 제재라는 점에서 이중규제 논란이 불거질 조짐이다.

처벌을 공언했음에도 버젓이 자행되는 불법 보조금에 정부의 인내가 한계에 다다른 느낌이다. 통신사의 배째라 식 보조금 전쟁은 불나방이 불 속으로 날아드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런데 통신사의 잘못으로만 돌릴 수 없는 것이 우리나라 이동통신시장의 왜곡된 경쟁 시스템이다. 요금과 요금제를 똑같이 묶어놓은 상황에서 보조금 말고는 시장 경쟁을 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

이 때문에 전체 시장 구조나 규제 시스템이 변하지 않는 한, 아무리 사상 최장의 영업정지 제재가 내려져도 또 보조금 전쟁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언제 그랬냐는 듯 일부 소비자는 휴대폰을 싸게 사고 대다수 국민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상황이 재현될 것이다.

이쯤 되면 정부 이통사 제재의 의미가 법을 어긴 사업자에 페널티를 주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시장 냉각기를 유도하는 미봉책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주어진 법의 테두리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정부의 노력을 폄하하자는 것이 아니지만, 규제로 인한 후폭풍도 미리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 냉각기가 지속되면 휴대폰 제조, 부품 등 후방 산업타격이 불가피하다. 제재를 앞두고 통신사간 물고 뜯기 싸움은 알뜰폰 시장으로 까지 번질 조짐이다. 반면에 휴대폰 시장에서 보조금 과열 경쟁을 주도했던 통신사와 상위권 제조사들은 오히려 여유로운 분위기다.

산업 밖으로 눈을 돌리면 소비자가 선택의 기회를 박탈당한다. 방통위가 미래부에 제안한 원안대로 규제가 실시되면 한달에 100만명에서 200만명에 이르는 약정 종료 가입자는 휴대폰 구매 선택 폭이 확 줄어든다.

누구를 위한 규제인지를 고민해야 할 때다. 정부도 너무 관성에 젖은 규제 방안만으로 소나기를 피해가는 식이면 곤란하다. 이젠 근본적인 처방을 내놓아야 한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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