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업이요? 재미있습니다.”

최근 새로운 비즈니스를 연달아 선보이고 있는 이태화 앱코 대표에게 근황을 묻자 돌아온 답변이다. 새로운 것 도전에 대한 부담 우려와는 정반대였다. 이 대표는 “우리가 만든 제품을 고객이 만족하며 사용할 것을 생각하면 즐거울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1992년 서울 용산에서 창업해 20년 넘게 용산전자단지를 지키고 있는 그는 교사로 있는 지인이 학생 스마트폰을 통째로 잃어버렸다는 얘기를 듣고 휴대폰 보관함 ‘폰뱅크’ 개발에 돌입했다. 현재는 충전뿐만 아니라 태블릿PC 소프트웨어 설치·관리가 가능한 ‘PAD뱅크’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 대표가 신사업에 뛰어드는 것을 ‘즐거움’으로 표현한 것은 경영자로서 현실 안주가 위험하다는 확고한 비즈니스 철학 때문이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그래픽카드 유통사업으로 탄탄대로를 달리던 회사(당시 앱솔루트코리아)는 PC경기 침체와 함께 어려움을 겪었다. 회사는 스마트폰 케이스로 성공하는 업체가 등장하자 그동안의 사업 노하우를 살려 PC 케이스에 뛰어들었다. 이 대표는 “그래픽카드는 저의 아이디어나 창의력을 발휘할 수 없지만 PC 케이스는 그게 가능했다”며 “경기가 나빠져도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초기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지만 업체 한곳을 인수하는 등 공격적 투자로 지금은 당당히 업계 선두로 올라섰다. 이 대표는 “고객이 원하는 것을 찾는데 누구보다 자신 있다”며 “프리미엄 기능을 중저가 제품에 적용하는 등 소비자가 원하는 부분을 긁어주자 점유율이 늘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경쟁사보다 제품 출시 횟수를 크게 늘렸다. 이 대표는 “다른 업체가 1년에 3~4개 모델을 내놓았다면 저희는 시즌(계절)별로 2~3개 모델을 출시했다”며 “비용 부담이 많지만 고객 취향이 빠르게 변화하는 데 적극 대응했다”고 밝혔다.

과감한 투자와 시장 확대 경험은 신사업의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지난해부터 휴대폰 보관함 사업에 뛰어든 이 사장은 “우리가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분야”로 “경쟁사 등장에 대비해 한발 빨리 움직이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으로 봤다”고 소개했다. 회사는 제품 업그레이드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으며 현재는 세계 최초로 안드로이드·iOS·윈도 등 운용체계(OS)와 관계없이 프로그램을 깔 수 있는 통합 태블릿PC 충전함을 개발했다. 이 제품은 미국·일본·중국 등의 바이어와 수출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 대표는 기업은 언제나 새로운 먹거리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그래픽카드 사업을 접는다고 했을 때 ‘미쳤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실적 악화 속에서도 한 사업만을 고수한 업체는 지금 없어지거나 매우 열악해졌습니다.”

이 대표는 이어 “고객 목소리를 계속 듣고 개선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우리가 하는 분야에서는 경쟁사가 ‘앱코를 쫓아가지 말라’는 말을 할 정도로 과감하게 사업을 밀어 붙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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