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을 입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한국을 알릴 수 있다면, 여행이 추억을 넘어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해요.”
한복을 입고 태극기를 배낭에 달아 세계를 돌며 한국을 알리고 있는 이세형(32․경기 성

남)씨의 말이다. 동아시아에서 한국이라는 나라가 그리 잘 알려지지 못한 걸 느끼고 해외를 다니며 한국을 알리기로 결심한다. 그는 현재까지 필리핀, 중국, 태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러시아, 몽골, 체코, 헝가리, 오스트리아, 페루 등 약 30개 국가를 여행하며 한국을 알리고 있다.
한국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자 태극기를 달고 한복을 입고 시작했다는 그를 만나봤다.

 

▶태극기를 달고 한복을 입게 된 계기는.
한국에 대한 편견을 없애기 위해 시작됐죠. 어머니와 누나가 유럽여행을 떠났을 때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우리나라에 패한 이탈리아인들이 한국인들에게 욕하는 것 봤다’는 이야기를 하시며 제게 항상 조심하라고 하셨어요. 하지만 먼저 다가가 한국인이라고 밝히고 친근한 이미지로 우리나라에 대한 편견을 바꾸고 싶었어요. 이후 러시아 여행부터 태극기를 들고 다니기 시작했어요. 한복은 몽골을 함께 여행했던 태국 친구가 결혼할 때 ‘한국 전통 복장을 입고 가겠다’라고 약속을 했어요. 입고 가니 태극기보다 홍보효과가 훨씬 커서 저도 놀랐지만 지금은 즐기며 입고 다니고 있어요.

▶태극기와 한복에 애착하는 이유는.
한복은 멋지고 아름답다고 생각해 알리고 싶었어요. 일본, 중국, 몽골에선 우리에 비해 전통복을 훨씬 쉽게 발견할 수 있었는데 한국에서는 한복을 보기가 힘든 것이 사실이죠. 제가 입은 한복으로 한 명이라도 한국에 대해 호감을 가진다면 여행이 추억을 넘어서 의미 있는 일이 될거라 생각해요. 여행 자체는 나 자신을 위한 것이지만, 그저 한복을 입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한국을 알릴 수 있고 보는 이들까지 즐겁다면 충분히 애착을 가질 만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외국인들의 반응은?

즐거워하며 사진 찍자는 요청을 많이 받았어요. 물론 한국이 정치, 사회, 경제부분에서는 자주 거론되는 나라지만 여전히 동북아시아에는 일본과 중국 밖에 없다고 알고 있는 외국인들이 많았어요. 아직까지 동양인에 대한 인식이 바뀌진 않았지만 말을 걸거나 한국에 대한 궁금증, 호기심을 가진 사람들과 편하게 만나고 이런저런 얘기도 나눌 수 있었어요. 러시아 여행 이후로 다른 여행지에서 만나 실제로 한국을 방문한 외국 친구들만 10명 가까이 되는 것 같아요. 덕분에 한 해에 경복궁만 4~5번씩 다니기도 했죠.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대만에서 반한 감정으로 인해 한국 물건에 대한 불매운동 등이 일어난다는 기사를 접하게 됐어요. 그대로 친구들과 함께 대만을 방문해 태극기와 대만 국기를 들고 ‘한국과 대만은 친구다’라는 글을 써 흔들고 다녔어요. 한편으로는 반한 감정을 가진 대만인들에게 해코지를 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죠. 하지만 우리에게 한국어로 인사해주는 사람, 박수를 쳐주는 사람, 대한민국․한국을 외쳐주는 사람까지 볼 수 있었어요. 너무 감사하고 전율을 느꼈어요. 이후 모든 어떤 나라를 방문할 때마다 한쪽에는 태극기, 반대편에는 그 나라의 국기를 달고 여행하고 있어요.

▶앞으로의 계획은.

당분간은 한국에서의 본업에 충실해야 할 것 같아요. 아무래도 본업을 뒤로하고 떠난 여행이라 당분간은 그렇게 일과 공부하는 것에 충실하고 준비를 더 해 제 자신을 좀 더 성장시키고 싶어요. 그러나 언제든 기회가 되면 여행을 떠나야겠죠. 또 제가 느낀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할 방법도 찾아보려 해요. 여행하면서 느낀 것이 많거든요. 각국의 사람들을 만나고 그 사람들과 소통하며 배운 점 등을 공유할 방법을 찾아볼 생각입니다.

 

▶여행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세지가 있다면

아는 동생이 ‘여행을 좋아하는데 자기에게 어떤 도움이 될지 잘 모르겠다’고 고민을 하더라고요. 저도 같은 고민을 해본 적이 있어요. 항상 내가 좋아하는 것이 내게 득이 됐으면 하는 욕심을 가졌던 것 같아요.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하고 싶은 것들은 미루고 해야 하는 것들에만 갇혀 살아왔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것에서 이유를 찾으려고 하지 않고 좋아하는 것 자체를 이유라고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지금도 ‘여행을 통해서 무엇을 배웠냐’고 물어보면 ‘배우려고 떠난 적이 없다’고 답해요. 물론 여행을 통해 세계관이 넓어지고 어떤 에너지를 얻었다고 확신하고 있어요. 그만큼 하고 싶은 것을 해볼 수 있는 것에 용기가 필요하다면, 그 용기를 꼭 숨기지 말라고 권하고 싶어요.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한국금융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