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연극 ‘만리향’에서 첫째 역을 소화하고 있는 배우 박복안을 만나봤다.

그는 1980년생으로 서울예술대학 극작과를 졸업했으며 연극 '하늘아 하늘아'에서 멀티맨으로 처음 데뷔했다. 이어 연극 무대에서 다양한 역할로 활약하며 간간히 뮤지컬, 영화를 통해서도 진가를 보여줬다. 또한 연극 '궁전의 여인들', '말하자면 사랑얘기'의 연출도 맡은 바 있다.

‘평범한 외모에서 반전 매력을 뽑아내고 싶다’고 외친 그는 현재 공연 중인 작품 ‘만리향’의 무대 위에서 솔직하고 재치 있는 모습으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아름 기자] 언제부터 배우라는 직업에 관심을 가졌나요?

[배우 박복안] 대답하기 애매하네요. 남녀사이로 따지면 ‘오빠 나 언제부터 좋아했어?’와 비슷한데, 말씀드리자면 어릴 때부터 꽁트, 연기와 같이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에 거리낌이 없었어요. 학창시절 소풍이나 장기자랑 시간에 앞에 나가 무언가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 ‘나도 하고싶다’, ‘내가 더 잘 할 수 있는데’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던 것 같아요.

고등학교 연극반에서도 활동을 했었는데 졸업 이후 군대를 다녀와서 약 1년 동안 평범한 회사 생활을 했었어요. 그때 자꾸 무대가 떠오르더라고요. 그래서 서울예술대학 극작과 입학을 준비하게 됐어요.

 

[아름 기자] 그럼 종종 작품 구상이나 시나리오 작성도 하나요?

[배우 박복안] 아무래도 지금 배우로 활동하고 있다 보니 실행으로 옮기고 있진 않지만 틈틈이 좋은 제목이나 소재, 스토리가 떠오를 때가 있어요. 근데 사실 극작과를 들어가게 된 이유는 작가가 되고 싶어서가 아니라 연출을 하고 싶어서였어요. 그 당시 주변 분들이 극작과에서 글을 배우는 것도 연출이 많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씀해주셔서 들어갔는데 글보다 연기를 더 많이 한 것 같아요. 결국 졸업하고 나서도 배우를 쭉 하게 됐네요.

[아름 기자] 현재 공연 중인 연극 ‘만리향’에서 맡은 배역에 대한 간략한 설명 부탁드려요.

[배우 박복안] 우선 연극 만리향은 중국집 식당을 운영하는 가족 이야기에요. 저는 첫째 아들 역할을 맡고 있어요. 첫째는 원래 공부도 잘하고 유학까지 다녀온 인재였는데 사업에 망하고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중국집 식당을 이어 받은 장남으로 여느 가족의 장남들이 그렇듯 조금은 무뚝뚝하고 차갑지만 속은 그렇지 않은 캐릭터에요.

 

[아름 기자] 극중 첫째와 배우 박복안의 비슷한 점과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배우 박복안] 제가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라 말수도 적고 무뚝뚝한 면이 있는데 그 부분이 첫째와 많이 닮은 것 같아요. 반면 다른 점은 제가 실제로 집에서 2남2녀 중 막내에요. 일반적으로 장남이 가지고 있는 가족에 대한 책임감과 같은 부분은 살아오면서 잘 몰랐던 부분이기 때문에 이를 소화하기 위해 많이 찾아보고 공감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아름 기자] 어떤 방식으로 공감하려고 노력했나요?

[배우 박복안] 저와 9살 차이가 나는 큰형을 많이 떠올려 봤어요. 살면서 있었던 일들을 생각하면서 ‘그때 형은 어땠을까’, ‘왜 그렇게 행동했을까’ 등 형의 말투, 톤을 많이 떠올리면서 공감하려고 노력했어요. 생각해보면 형이 엄청 크게 화낸 적도 없었던 것 같고 극중 첫째와 비슷하게 냉정한 면도 있고 가족에 대한 책임감도 많이 가진 것 같더라고요. 이번 작품을 통해 형의 마음을 많이 이해하게 된 것 같아요.

[아름 기자] 연기 외에도 연극 ‘말하자면 사랑얘기’, ‘궁전의 여인들’의 연출을 맡으신 적이 있어요. 배우로 출연하는 것과 직접 연출을 하는 것의 차이가 있나요?

[배우 박복안] 글쎄요. 연기를 하거나 연출을 해도 같이 대본을 분석하고 함께 연습하기 때문에 사실 크게 느껴지는 차이는 없어요. 작품의 연출과 연기는 모두 함께 연습하고 1~2시간 동안 무대를 펼치기 때문에 무대 곳곳에 각자의 역할을 맡고 있고 라이브로 진행되는 매력이 있거든요.

굳이 꼽자면 연출은 아무래도 역할 하나하나 보다 큰 그림을 보게 되면서 많은 것을 깨닫기도 하고 배우는 연습할 때 힘든 면이 있지만 공연이 끝나고 커튼콜에서 보람을 느끼는 점이 조금 다르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름 기자] 배우가 안정적인 직업은 아닌데, 가족 등 주변 사람들의 만류는 없었는지 궁금해요.

[배우 박복안] 크게 반대하시진 않았어요. 하지만 지금은 조금씩 걱정을 하고 계세요. 아무래도 방송이나 영화를 통해 자주 얼굴을 비추거나 큰돈을 벌고 있는 것도 아니고 나이도 있다 보니 불안해 하시는 것 같아요. 하지만 부모님의 회유에도 연기를 포기할 생각은 없어요. 더 좋은 모습 보여드려야죠.

 

[아름 기자]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배우 박복안] 사실 스타가 되거나 화려한 삶을 사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는 아니에요. 저는 연극을 처음 시작했을 때 그 행복한 감정을 잊지 않고 페이스 조절하면서 이어가고 싶어요. 연극에 대한 저만의 소신을 가지고 지치지 않고 쭉 해나가는 것이 목표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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