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저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 주관적인거니까 어떻게 바라보든 상관없다고 생각해요”

“궁극적으로는 사람들에게 기쁨과 즐거움 뿐만 아니라 생각할 거리를 주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인터뷰 장소에 들어설 때 느낀 첫인상은 얼마가지 않아 완전히 바뀌었다. 앳되고 아기자기한 외모와 달리 그녀가 입을 열때마다 연기에 대한 확고한 가치관이 옅보였다. 그녀는 대중들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을 통해 그리고 맡은 배역과 작품을 통해 사람들이 생각하고 인생을 한번 즈음 돌아볼 기회를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2012년 코믹쇼 ‘로미오와 줄리엣’을 시작으로 8년째 연극무대에 서고 있는 배우 양은진. 

그녀는 1988년생 서울 출신으로 성균관대학교 연기예술학과에서 연기를 전공했다. 스물셋의 나이에 첫 연기를 시작했으며 KBS 반올림3, 공익광고, 잡지 모델 등을 비롯해 뮤직비디오에도 출연했다. 

현재 대학로 틴틴홀에서 연극 ‘옥탑방 고양이’의 주인공 대구 상경소녀 남정은으로 살고있는 그녀를 만나 근황과 앞으로의 소식에 대해 들어봤다. 

 

연극배우의 길을 걷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 우연한 기회로 고등학교 3학년 때 모델일을 시작하게 되면서 주변분들에게 추천을 받아 연기를 배우게 됐어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성균관대학교 연기예술학과로 진학했고 학교에서 배우는 것이 연기다보니 이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어요.

연극, 뮤지컬 가리지 않고 오디션을 봤는데 그때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시절의 열정을 좋게 봐주셨는지 다양한 작품에 합격을 했고 그 중 첫 작품으로 코믹쇼 ‘로미오와 줄리엣’이란 연극을 골랐어요. 그때가 23살이었는데 그때부터 연극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했죠.

 

첫 작품부터 꾸준히 연극무대에 서고 계신데 TV나 매체 등에 대한 아쉬움은 없으신가요?

- 저는 기회는 언제 어떤 방식으로 올지 모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열린마음으로 대하는 편이에요. 지금은 무대에서 연극연기를 하고 있고, 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다 보면 또 다른 좋은 기회가 오지 않을까 생각해요. TV에 출연하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나 ‘그렇기 때문에 무대에 서있어’라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본적 없어요.

 

배우 양은진과 '옥탑방고양이'에서 맡은 배역 남정은에 차이가 있으신가요.

- 물론 남정은이라는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성향이 있지만 제가 연기하는 남정은은 양은진의 모습을 많이 띈 남정은이라고 생각해요. 공연을 보고 제 실제모습이 많이 보인다는 지인들도 종종 있었고 제가 좀 엉뚱하고 웃음이 많은데 이 점을 그대로 담아 남정은을 해석한 것 같아요. 다른점이라면 남정은이란 친구는 20대 중반의 어린 여성이지만 저는 나이가 5살이나 더 먹은 점 정도? 그래서 ‘내가 스물다섯에는 어땠지’하고 예전의 나를 떠올리면서 임하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맡은 배역이 대구에서 상경한 인물로 극중 내내 경상도 사투리로 연기하는데 연습은 어떻게 하셨나요.

- 저는 고향도 주변 친지분들도 모두 연고지가 서울이에요. 처음에는 2시간 남짓 공연을 어떻게 사투리로 끌어가야하나라는 두려움이 있었어요. 그때 입시시절 선생님이 경상도 분이셨던게 기억나 10년만에 찾아뵙고 “도와주세요”라고 부탁드리고 열심히 배웠습니다.

극의 핵심주제가 이중계약인데, 실제로 그런 일에 얽힌다면 개인적으로 어떻게 하셨을 것 같은가요?

- 이 질문을 연습기간동안 연출님이 똑같이 하셨었어요. 제가 못산다고 대답했더니 “너는 간절하지 않아서 그렇다. 정은이가 이중계약임에도 같이 산다는건 꿈에 대한 간절함이 있기 때문 아니겠냐”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땐 이해가 안됐는데 벌써 4개월이 넘게 남정은으로 지내다보니 “어쩌면 살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조금은 긍정적인 생각을 하게 됐네요.

 

배우로서 자신만의 매력포인트가 있다면?

- 제가 키가 크고 나이도 적지 않은 편인데 반해 젊은 느낌이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잘 보시면 조금 귀여워요(웃음). 참 재밌는게 제가 처음 연기를 시작할때 미니홈피에 ‘나는 다른 배우들과 다른, 사랑스러움을 무기로 둔 배우가 되겠다’고 써논 글이 있더라고요. 단점을 굳이 생각하지 않으려고 하는점, 그래서 전 그런 제가 사랑스럽고 귀엽지 않나 조심스럽게 생각해봅니다.

 

큰 키가 배역을 표현하는데 단점이 될 때도 있을 것 같은데요.

- 물론 있어요. 제 키가 168cm에요. 무대에서 어린 역할, 귀여운 역할은 작은 친구들이 맡는게 고정관념이고 대부분의 공연들이 아마 그럴거에요. 그래서 사실 남정은 역을 도전하기에도 ‘나는 키도 크고 나이도 많아’란 생각에 애매하다고 느꼈죠. 하지만 어쨌든 제가 가진건 가진거고 생각으로 변하는 게 없다면 이것들의 장점을 살리는 게 좋을 것 같아 이왕이면 좋은 생각들만 하려고 노력해요.

 

인상깊게 본 작품으로는 어떤 작품이 있나요.

- 최근에 ‘어쩌면 해피엔딩’이라는 뮤지컬을 봤어요. 제가 겪어보지 않은 분야여서 그런지 굉장히 새롭고 즐겁게 봤어요. 내용을 간단히 말씀드리면 헬퍼봇, 즉 감정을 가질 수 없는 로봇이 서로 사랑에 빠지는 이야긴데요. 줄거리만 봤을 때는 유치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굉장히 흥미롭게 풀어내면서 감동을 자아내 훌쩍훌쩍 울면서 봤습니다.

 

감정이 매우 풍부하신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평상시에는 어떤가요?

- 저는 배우가 감정을 쓰는 직업이라고 생각하는데 다른분들보다 좀 더 예민한 부분은 있는 것 같아요. 작은 부분에도 울컥할 수 있고 별 거 아닌데도 많이 재밌어하고 그렇죠.

배우로서 혹은 양은진으로서 최종 목표가 있으신가요.

- 이 질문이 가장 어려워요. 확실한 건 저는 배우 그리고 인생에 있어서 근심없이 행복하게 사는게 가장 큰 목표에요. 사실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고요. 하지만 배우로서는 모든 장르와 작품에 대해 가능성은 모두 열어뒀기 때문에 꼭 짚어 말할 순 없는 것 같아요.

궁극적으로는 사람들에게 기쁨과 즐거움 뿐만 아니라 생각할 거리를 주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단순히 TV를 켜면 가볍게 웃을 수 있는 건 많잖아요. 다만 제가 해석한 배역을 통해 관람객이 이 작품을 느끼고, 또 나를 통해 어떤것들을 생각하고 인생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면 배우로서 정말 뿌듯하고 행복한 일이 아닐까 생각해요.

 

대중들에게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은가요.

- 어떤 방향으로든 기억에 남는 배우고 되고싶어요. 예전에 한 번 뭘 사러갔는데 5년 전 쯤 작품에서 본 적 있다고 알아봐 주신거에요. 제가 그 작품에서는 지금보다 많이 부족했고 어리고 어설펐지만, 그냥 그 모습을 기억해주고 반가워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굉장히 좋고 감사하더라고요.

사실 저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 주관적인거니까 어떻게 바라보든 상관없다고 생각해요 그냥 ‘아 그사람?’하고 이름을 듣거나 사진을 봤을 때 ‘아 이사람 그 때 봤었어’ 그렇게 기억하는, 기억에 남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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