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경제 박미지 기자] 연극 ‘너 때문에 발그레’의 ‘헬레나’ 캐릭터는 배우 윤미소의 밝은 에너지와 섬세함으로 완성됐다. 한성아트홀에서 만난 윤미소는 활기차고 발랄한 기운을 내뿜는 배우이면서 동시에 자기 자신과 주변, 더 나아가 사회의 문제까지 깊이 고민하고 공감하는 건강한 청년이었다.

그녀는 서울예술대학교 연극과에서 연기를 전공하고 ‘작업의 정석’, ‘액션스타 이성용’ 등 다양한 연극과 뮤지컬 무대에 올랐다. 또한 영화 ‘휴가’의 OST인 ‘그냥 웃지요’를 부른 가수이기도 하다.

“누군가를 알아간다는 건 그 사람의 삶을 공유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동료 배우, 외국인, 심지어 거리의 노숙자와도 대화를 하고 알아가고 싶다고 말하는 그녀. 한마디로 단정 지을 수 없는 매력적인 배우 윤미소와 만나 그녀를 알아봤다.

 

어떻게 배우의 길을 걷게 됐나요.

- 저는 어릴 때부터 소설 읽는 걸 좋아했어요. 지금과는 달리 그때 저는 부끄러움 많은 소녀였죠. 학교에서도 항상 책을 읽으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몽상을 하곤 했어요. 그렇게 성장하다 보니 제가 생각만 하던 감정들을 표현하고 싶더라고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연기에 관심이 생겼어요. 연기를 하겠다는 생각을 한 뒤에 무작정 상경했어요. 저는 뭔가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망설이지 않거든요. 연기가 가장 재밌고, 집중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본인이 가진 배우로서의 재능은 무엇인가요.

- 저는 빠른 적응력을 타고났어요. 제 적응력을 믿고 어떤 역할이든 일단 해보고 어떻게든 맞춰 가보자라는 생각을 하며, 주저하지 않죠. 동료 배우들과도 금방 친해져요. 이틀을 만나도 2년 만난 것처럼 친근해질 수 있어요.

배우 윤미소 <사진= 박미지 기자/pmj@>

현재 공연 중인 ‘너 때문에 발그레’는 어떤 뮤지컬인가요.

- 너 때문에 발그레는 로맨틱 코미디가 아니라 코미디 로맨틱이에요. 사랑을 하고 있는 커플뿐만 아니라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공연이죠. 저는 극 중에서 모태솔로 두 명을 이어주려는 수석 큐피드 ‘헬레나’를 연기해요.

 

극 중 ‘헬레나’와 ‘윤미소’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 공통점은 딱 하나에요. 사랑을 이론으로 배웠다는 점. 나머지는 모두 달라요. 사실 저는 헬레나를 연기하면서 연애에 대해 많이 배워요. 극 중 여주인공한테 고백을 못하고 망설이고 있는 남자주인공에게 ‘너는 그 사람에게 아무 의미가 없으면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을 거야?’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어요. 헬레나가 남자주인공에게 조언해주는 상황이었지만, 실제로는 헬레나가 저한테 해주는 말 같이 와 닿더라고요.

 

이번 공연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가요.

- 큐피드라는 소재가 작은 상상력에서 시작된 것이잖아요. 저희가 전하는 작은 상상력이 일상에 풍부하게 적용될 수 있고, 삶을 즐겁게 살아가는데 도움이 될 거에요.

배우 윤미소 <사진= 박미지 기자/pmj@>

최근에 감명 깊게 본 공연이나, 예술 작품이 있나요.

- 다니엘 꼬르네호의 ‘번개’라는 책이요. 스페인 사람이 날카로운 시선으로 한국사회를 비판하고 냉정하게 바라보는 내용인데, 흥미롭더라고요.

 

평소 사회 비판 의식이 있는 편인가요.

- 몇 년 전 미국에 있다가 한국으로 돌아오는 날,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어요. 그 때 굉장히 충격적이었고, 우울했어요. 그런 비극이 일어나는 현실이 믿겨지지 않았죠. 그래서 내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방관하면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최근 국정농단사태를 통해 정치에 더 관심이 많아지기도 했어요.

 

배우는 연기로 사회적 메시지를 던질 수 있지 않나요.

- 그렇죠. 하지만 아직은 그렇게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할 기회가 없었어요.

 

배우가 자신의 개인적인 성향을 밝히면, 그에 따른 불이익이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요?

- 제가 아직 많이 유명하지 않아서 그런 생각은 안 해봤어요. 하지만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거나 사회적 위치에 오른 사람이라면, 마땅히 자신의 신념을 말할 수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유명인들이 하는 말은 분명 대중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치잖아요.

저 역시도 망설이지 않고, 목소리를 내고자 해요. 이 사회 구성원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표출할 수 있을 때, 더 나은 사회로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배우 윤미소 <사진= 박미지 기자/pmj@>

영어와 스페인어를 잘한다고 들었어요.

- 언어는 그 나라의 문화를 담고 있어요. 저는 다른 나라의 문화에 대해 알아가는 걸 굉장히 좋아해요. 그래서 다양한 나라의 친구들이 있는데, 영어권 친구나 스페인 친구랑 얘기하다 보니 자연스레 영어 공부와 스페인어 공부를 하게 됐어요.

 

학구열이 높은가봐요.

- 안타깝게도 한국 사회는 외적인 부분을 중시 여기잖아요. 특히, 배우로 살다보면 더욱 외모에 신경을 쓰게 돼요. 그런데 어느 날 저의 내면을 들여다보니 텅 빈 느낌이 들었어요. 외모를 꾸미다가 놓친 것이 많았던 거죠. 그래서 무언가를 배우면서 내면을 채우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나이가 들수록 속에 있는 것들이 겉으로 드러나는 것 같아서, 내면을 가꾸면 외모는 자연스레 아름다워질 것이라 믿어요.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은가요.

- 규정짓고 싶지 않아요. 저는 지금 성장해나가고 있는 사람이에요. 성격도 변해가고 연기력도 변화할 테니까, 항상 열려있는 배우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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