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경제 박미지 기자] 스스로를 원초적 음악 집단이라 칭하는 ‘이드(ID)’는 젊은 에너지로 가득한 중앙대학교 한국음악과 출신 연주자 4명으로 구성된 창작 국악팀이다. 자아·초자아와 함께 정신을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 또는 한 영역을 뜻하는 의미를 가진 이드는 쾌감본능을 국악 퍼포먼스로 해소시킨다는 목표로 2015년 창단됐다.

이들은 2017 21세기 한국음악프로젝트 금상, 제11회 21세기 한국음악프로젝트 금상, 2016 서울시 국악활성화 신진국악인 발굴사업 ‘청춘열전 페스티벌 출사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또한 KBS국악한마당, 2016 세종 페스티벌 등 다양한 무대에 오르며 가능성을 증명한 바 있다.

국악의 민속음악과 정악, 전래 동요 등을 이 시대의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듣고 즐길 수 있게 만들고 싶다는 젊은 국악인 김경식, 남기문, 오영빈, 정태민을 만났다. 그들과 함께 이드와 국악의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드’와 팀원을 소개해주세요.

- 남기문(이하 ‘기문’)> 이드의 대표를 맡고 있는 남기문입니다. ‘이드’는 심리학 용어로, 본능이나 원초적 자아를 상징하는 단어에요. 국악으로 원초적 자아인 ‘흥’을 이끌어내자는 목적으로 팀을 만들게 됐습니다.

오영빈(이하 ‘영빈’)> 저는 피리를 전공했다가 지휘로 전과한 오영빈입니다. 원래는 피아노도 좋아하고, 다른 악기들도 다뤘었어요.

정태민(이하 ‘태민’)> 저는 타악기를 맡고 있는 정태민입니다. 제가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 남기문선배가 저를 캐스팅해서, 이드에 조금 늦게 합류를 했어요.

김경식(이하 ‘경식’)> 저는 김경식이라고 하고요, 피리를 전공했습니다. 사실 이드는 정태민군을 제외하고 나머지 3명이 다 같은 학교 한국 전통 관악기 전공자들로 구성돼있어요. 피리 전공 세 명이 팀을 이뤄 연주를 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은데, 저희는 서로 궁합이 잘 맞는 것 같아요. 다들 음악적 끼가 장난 아닌 ‘꾼’들이죠.

저희가 전공이 피리이긴 하지만 다른 관악기도 다룹니다. 기문이는 기타를 치고, 영빈이는 피아노를 쳐요. 덕분에 저희가 만드는 노래가 풍성해지죠. 하지만 아무래도 저희가 피리 전공자들이다보니, 피리에 대한 대중성을 높이는 것에 궁극적인 목표를 두고 있어요. 일반적으로 가야금이나 해금 같은 국악기들은 미디어에 노출이 많이 되지만 피리는 대중적 인지도가 낮아요. ‘피리’라고 하면 그냥 고유명사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더라고요.

퓨전 국악팀 이드, 왼쪽부터 남기문·정태민·김경식·오영빈.(박미지 기자/pmj@)

이드를 결성하게 된 계기는?

- 경식> 선후배 사이일 뿐이었던 저희 넷을 처음 뭉치게 했던 건 저의 버스킹 제안이었어요. 이 친구들을 모아서 버스킹을 하면 사람들한테 정말 재밌게 음악을 알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버스킹은 포크음악이나 팝, 댄스, 힙합 등의 대중가요에 한정돼 있고, 국악이라는 장르는 버스킹을 하기에는 생소한 장르잖아요. 국악도 버스킹을 통해 대중들과 소통했으면 해서, 연세대로에서 처음으로 이 친구들과 공연을 했었어요.

그때는 사실 우리들끼리 음악 하는 게 재밌어서 그냥 프로젝트성으로 한 거였는데, 반응이 너무 좋았어요. 공연이 끝나고 사람들이 앨범이 있냐고 물어보더라고요. 그 이후로 계속 이렇게 음악을 하고 있는데, 요즘 저희가 국악계에서 핫한 루키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꽤 잘 해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버스킹만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 기문> 버스킹은 관객과 더 밀착돼서 저희만의 색깔을 더 적나라하게 보여줄 수 있어요. 우리의 음악을 날 것 그대로 보여줘서, 좀 더 관객들에게 진정성있게 다가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경식> 공연장에서 하는 공연과는 달리, 거리에서 펼쳐지는 버스킹은 관객이 듣기 싫으면 그냥 자리를 뜨잖아요. 그래서 저희가 버스킹을 할 때 관중들이 많이 모여 있으면, 누군가 우리 것을 지켜보고 있다는 쾌감이 크더라고요. 사람들이 모여서 군중을 이뤘을 때 기쁘죠. 길거리에서 봐주는 관객분들은 호응도 굉장히 좋아요. 격식 없이 환호성도 많이 지르고, 자유로워요. 버스킹 공연은 관객들이 자발적으로 저희의 음악에 참여했다는 증명이니까 마치 저희의 점수표 같기도 하고요.

태민> 저희가 사용하는 생소한 악기들에 대해서도 많이 물어봐요. 그럼 저희가 그 악기에 대해서 얘기하면서 또 여러 가지 소통을 하죠.

관객들이 이드의 음악을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 경식> 저희 4명이 음악을 즐기는 에너지를 좋게 봐주신 게 아닐까요? 저희는 정말로 공연을 즐기거든요. 저희는 상업적으로 성공하겠다거나 돈을 벌겠다는 데 목적을 두지는 않아요. 상업적 이유 없이, 저희가 즐거워서 하는 거죠. 그런데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이드가 입소문을 타고 매스컴에도 알려지고, 대회에서도 상도 타고 그래서 수익이 생기고 있어요.

퓨전 국악팀 이드(박미지 기자/pmj@)

음악은 직접 창작 하나요?

- 경식> 네. 하지만 한명의 작곡가가 있는 건 아니에요. 한명이 주제를 던지면 다 같이 가락을 만들고 구성하면서 공동 창작을 하는 거죠.

기문> 저희 중 누군가 음악의 뼈대를 만들면 누군가 살을 붙이고, 또 누군가는 편곡을 하는 식으로 모두가 참여해요. 저희는 서양 악기를 국악화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한국적 장단이나, 분위기 같은 것들을 서양 악기에 입히죠. 이 작업을 하는데 있어서는 밸런스가 굉장히 중요해요.

그 ‘밸런스’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요?

- 영빈> ‘이도 저도 아닌 음악’이 되지 않기 위해 서양악기를 쓰되, 우리나라 전통음악에 근본을 두는 것이죠.

기문> 서양 음악 쪽으로 치우치다 보면, 우리가 국악기로 서양음악을 흉내 낸다는 느낌을 줄 수 있거든요.

경식> 서양 음악과 콜라보한 작품도 많이 선보이고 있어요. 대표적으로 두 가지가 있는데요, 첫 번째가 서부 영화음악과 우리 민요를 합친 ‘석양이 진다’라는 작품이에요. 두 번째는 최근에 만든 ‘만선’이라는 곡이고요. 만선은 우리나라 어부들의 노동요에다가 아일랜드 음악을 접목해 만든 음악이에요. 어느 하나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에 맞게 섞었어요.

이드의 음악이 전통 국악을 훼손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을 것 같은데요.

- 영빈> 많죠. 그리고 전통 국악은 보존하고 전수해야 한다는 시각도 틀리진 않아요. 하지만 저희는 국악의 새로운 장르를 잘 개척해나가고 싶어요.

옛날 얘기를 하나 하자면, 조선시대에 ‘유초신지곡 상령산’이라는 곡이 있었는데요, 그 노래는 너무 느려서 백성들이 듣기 힘들었대요. 그래서 속도를 점점 빨리해서 연주되기 시작했고, 그 빠르게 연주된 곡은 ‘중령산’이 되고 ‘세령산’이 돼서 또 다른 전통이 됐어요. 중령산과 세령산이 나왔을 때도 욕을 많이 먹지 않았을까요?

기문> 저희는 전통을 훼손시키는 것이 아니라, 전통 국악과는 약간 다른 장르를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요가 힙합, R&B, 록 등 장르가 굉장히 세부적인 것과 같은 맥락인거죠. 시대가 변해가고 있기 때문에 전통은 전통대로 계승하고, 창작은 창작대로 진보하며 공존해야죠. 옛 것을 받들어 새로운 것을 만드는 ‘온고지신’의 정신으로요.

태민> 음악은 발전해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머물러 있기만 한다면 도태되지 않을까요?

경식> 사실 요즘은 기성세대 분들도 저희를 응원해주세요. 국악이 월드뮤직으로 발전할 수 있게 도와주시는 분들 도 많고요. 실제로, 쌈바나 보사노바 같은 특정한 나라의 고유 음악이었던 장르가 지금은 전 세계 사람들이 즐기는 음악이 되기도 했잖아요. 우리 음악도 그렇게 되도록 다양한 시도를 해야죠.

앞으로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가요?

- 태민> 김광석이나 신해철처럼 기억되고 싶어요. 그 분들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그 분들의 음악을 들을 때면 특유의 감성이 느껴지잖아요.

영빈> 저는 앞으로 돈을 많이 벌고 싶어요. 지금 우리는 경제가치가 최우선이 된 이상한 세상에서 살고 있잖아요. 사실 돈보다 중요한건 사랑이나 사람, 문화 같은 것들인데 말이죠. 그래서 저는 제가 많은 돈을 가짐으로서 돈에 대한 가치를 낮추는데 일조하고 싶어요. 제가 많은 돈을 가졌다면 그 돈을 이용해서 생명을 살릴 수도 있고, 사회적 문제를 고칠 수도 있겠죠. 열심히 음악해서 큰 돈을 번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네요.

경식> 저는 저희 팀 이드가 음악을 즐기는 팀으로 기억됐으면 해요. 혹은 그냥 재밌는 팀, 흥이 많은 팀도 괜찮겠네요.

기문> ‘이드 걔네는 완전 또라이팀이었어.’라는 말로 기억되는 게 적당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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