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얼라이언스 임정욱 센터장

[한국금융경제신문 윤선미 기자] 지난 90년대 말로 끝난 닷컴 열풍은 많은 이들에게 ‘허상’으로 기억되고 있다. 실제 매출에 근거한 기업가치가 아닌 인위적으로 시장을 만들어 일확천금을 꿈꿨던 위태로운 성장세는 2000년을 기점으로, 버블이 꺼지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 ‘벤처=부정적’이란 인식으로 각인됐다.  

임정욱 센터장은 “99년에 조선일보 기자생활을 하면서 현장에서 닷컴버블이 꺼지는 과정을 목격했다. 2000년부터 2001년까지 미 실리콘밸리가 무너지는 과정도 직접 목격했다. 모든 게 허상이라는 것을 그때 알았다. 하지만 닷컴의 또 다른 형태 부흥, 스타트업 시작은 예전과는 확연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스타트업 SNS 활동, 전도사 역할 시초가 되다 
임정욱 센터장이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몸담게 된 계기는 지난 2013년, ‘네이버 상생협력지원팀’에서 ‘스타트업 생태계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서 시작됐다. 당시 미래부와 네이버가 협업을 통해 일종의 민관협력기구를 만들자는데 의견이 일치한 후 적임자로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었던 임정욱 센터장을 지목했다. 

2013년, 임센터장은 실리콘밸리에 있으면서 스타트업 창업자들과 만나는 일이 잦아지고 있었다. 그는 당시의 실리콘밸리 소식이나 시장흐름에 대해 트위터, 블로그를 통해 항상 소개를 했는데 국내 스타트업 창업자 팔로어들이 늘어나면서 ‘한번 만나고 싶다’는 제안을 자주 받던 차였다. 그는 2013년 11월에 국내에서 민간주도 비영리사단법인인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을 맡게 된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네이버를 중심으로 카카오, 대기업,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학, 창업 초기지원기관 등이 뭉쳐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를 지원하고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설립됐다. 

지금까지 스타트업얼라이언스의 활동은 눈부시다. 2주에 한번 수요일 아침마다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을 소개하는 테헤란로커피클럽을 110회이상 가졌다. 테헤란로 런치클럽을 통해서는 스타트업계 시장 트렌드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테헤란로 펀딩클럽은 벤처캐피탈을 소개하는 자리로 벌써 20회차를 넘기고 있다. 테헤란로 북클럽은 스타트업 관련 책의 저자를 소개하는 모임이며, 테헤란로스터디클럽은 스타트업계의 성장 노하우와 실무를 배울 수 있게 하고 있다. 

굵직한 행사도 있다. ‘실리콘밸리 한국인’은 올해 6번째로 실리콘밸리 내 한국인 창업가를 초대해 분당에 위치한 네이버에서 행사를 진행한다. 또 스타트업 생태계 컨퍼런스는 투자자, 교수, 정부 관계자 등 스타트업생태계의 구성원들이 참여해 이틀간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한 토론과 네트워킹이 이뤄진다. 이밖에 재팬부트캠프도 개최해 10여개의 국내 스타트 기업을 중심으로 일본 현지 투자자들을 소개함으로써 일본 진출에 대한 기회도 마련하고 있다.    

스타트업 생태계, 투자자와 창업자 선순환 구조 이뤄 
임정욱 센터장은 스마트폰의 출현과 인공지능의 발달, 전반적인 라이프 스타일의 일대 변화가 오면서 새로운 형태의 스타트업들이 시장에 출현하고 있으며, 이런 출현 뒤에는 거대 자본이 그 기둥을 떠받치고 있다고 말한다. 스타트업이나 투자자들에게 지금이 큰 기회라는 것.  

임정욱 센터장은 “지금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투자자와 창업자들이 선순환을 이루는 구조다. 투자자의 변별력과 판단력이 중요해지면서 서로 도와주는 문화로 발전하고 있다. 창업자가 도움을 요청하면 다른 스타트업들이 소개 해주거나 투자자의 조언을 얻어 문제를 해결해 가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런 선순환의 배경에는 소셜미디어의 역할도 있지만 무엇보다 스타트업의 정의와 벤처캐피탈의 역할이 제대로 정립되어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와 스타트업의 만남, 신흥 유니콘 출현 가져와 
알토스벤처스, 소프트뱅크벤처스아시아 등 실력 있는 투자자와 제대로 된 창업자의 연결은 현재 배달의 민족, 토스와 같은 신흥 유니콘을 양상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지난 2014년 경, 임 센터장은 토스의 이승건 대표를 만난 적이 있다. 당시에 직원 5명 규모로, 시장에서 간편송금을 아이템으로 내놨다. 임센터장은 당시에 ‘간편 송금’은 사업성이 없다고 생각했다. 송금앱과 관련해서 이런 작은 스타트업을 시중은행들이 도와줄 리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이런 임 센터장의 생각은 보기 좋게 뒤집어졌다.

그는 “알토스벤처스에서 사업성을 보고 토스에 10억원 가량을 투자했다. 절대 안된다고 생각했던 스타트업이 이런 큰 투자를 받아서 놀랐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토스가 알토스로부터 투자금을 유치한 뒤 운도 따랐다. 당시 시장에서는 핀테크 바람이 불고 있었던 것. 

 

임정욱 센터장은 “지금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투자자와 창업자들이 선순환을 이루는 구조다. 투자자의 변별력과 판단력이 중요해지면서 서로 도와주는 문화로 발전하고 있다. 창업자가 도움을 요청하면 다른 스타트업들이 소개 해주거나 투자자의 조언을 얻어 문제를 해결해 가는 구조”라고 말했다.

 

2015년 청와대에서 개최한 신년 업무보고에서 토스의 이승건 대표는 핀테크스타트업을 은행들이 도와줘야 한다는 건의를 냈다. IBK기업은행에서 선뜻 도와주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토스는 기업은행과 제휴를 맺게 된다. 제휴를 기점으로, 토스는 2016년에 256억원, 2017년에는 550억원의 투자금을 받게 된다. 이런 성공신화는 선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임정욱 센터장은 “창업가가 똑똑하다고 해도 환경이 뒷받침 돼야 한다. 그만큼 투자자들이 시장을 보는 안목이 필요하다. 또한 국내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의 적극적인 협조가 있어야 한다. 이번 사례는 ‘비빌 언덕이 있어야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사례를 통해 증명해 주는 셈이다. 무엇보다 서로간의 선순환적인 역할 분담과 생태계가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통 실리콘밸리 사례를 보면, 자본 투자는 그 기업을 믿고 성장할 때까지 지속돼야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가 많다. 

현재 시장에서는 다양한 영역에서 변화가 오고 있다. 음식배달 전문업체인 ‘배달의 민족’, 새벽배송 업체 ‘마켓컬리’ 등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아이템들이 우리 생활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 교육도 온라인 교육이 활성화되고 있는 것을 보면 전 방위적으로 모든 것이 바뀌는 시대가 오고 있다.  

임 센터장은 앞으로 토스, 배달의 민족외에 다양한 레퍼런스 모델들이 나와 주길 기대하고 있다. 그는 “구글,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등 혁신 기업들이 출현하면서 서로 상생하는 큰 변화를 우리는 보고 있다. 이런 기업들이 출현한 배경에는 부지런히 서로 인수합병을 통해서도 시너지를 키웠기 때문이다. 구글에서 유투브와 더블클릭을 인수하면서, 스타트업 생태계에 일대 선순환이 이뤄졌다. 대기업에서는 이런 방식의 인수를 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작은 스타트업들이 더욱 커질 수 있도록 이끌어가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스타트업이 스타트업에 투자한다  
한 예로, 국내에서도 규모 있는 스타트업들이 필요에 의해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에 투자 또는 인수하거나 협업하는 사례가 있다. 또 벤처캐피탈에서 비즈니스를 이끌어 주는 전례도 있다. 리디북스가 아웃스탠딩을 인수하거나, 직방이 호갱노노를 인수한 사례는 스타트업이 무엇보다 스타트업의 생리와 고민을 알기 때문에 투자에 적극적이며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배달의민족은 아예 투자팀을 만들어 로봇, 공유주방에 투자하고 있다. 임정욱 센터장은 “현재는 오픈이노베이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시장문제를 자체 생태계에서 해결하는 선순환 구조가 대기업에도 도전이 될 수 있다. 이런 긍정적 환경은 전반적으로 국내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산업의 지형도를 바꾸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스타트업 생태계에 도움을 주기 위해 계속 노력할 계획이다. 전도사, 또는 허브로서의 역할이 본의 아니게 진행됐지만, 보람을 느끼며 자신에게도 기회라고 생각한다. 처음에 ‘개인을 위한 기록’으로 시작했던 소셜 미디어가 이제 여러 사람을 연결시켜주고 매칭하는 역할까지 온 것 같다. 무엇보다 내가 몸담고 있는 스타트업 생태계에 일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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