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경제신문 정차원 기자] 우리는 중년이 되어서야 많은 것들을 미뤄왔음을 깨닫는다. 해야 할 일, 해야 할 말, 사랑하고 싶었던 사람 모두. 종이와 펜을 꺼내 인생 전반전 동안 미뤄왔던 것들을 일일이 기록해보라. 미뤄온 것이 많을수록 남을 위해 희생하며 살았으며, 스스로 손해 본 것도 많았다는 뜻이다. 이미 인생 후반전에 들어선 우리는 더 이상 그렇게 살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보다 훨씬 긴 중년의 세월, 그 긴 여정을 위해 우리는 어디에서 출발해 어디로 가야 할까?

그런 의미에서 최근 공연장, 미술관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중장년들이 늘고 있다는 소식은 주목할 만하다. 그만큼 인생을 향유하는 또 다른 방법으로 예술 아카데미의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얘기다. 격조 있는 새로운 취미로 예술을 선택한 그들은 교육을 통해 감상의 질을 한층 높이는 한편 새로운 자아를 발견하는 뜻밖의 성과를 거두기도 한다. 인정받는 작가이자 현재 수원에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취미미술 수업을 진행 중인 신동신 작가와 예술을 통한 중년의 새로운 출발에 대해 얘기를 나눠봤다. 

최근 취미미술을 찾는 중년층이 늘었다고 들었다.
- 실제 취미미술 수강생 중 연령대로는 40~50대, 수강 시간대로는 오전 강좌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다시 말해 일생을 전업주부로만 살았거나 직장에서 은퇴를 앞둔 분들이 예술 아카데미를 ‘제2의 인생 학교’ 삼아 다니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출석 도장을 찍는 분들이 있으실 정도로 나이와 상관없이 그 열정들이 대단하시다. 현재까지는 중년 여성분들이 많이 오시지만 앞으로는 남성분들도 덩달아 늘어날 것이라 예상한다.

취미미술 수업 수강생분들은 중년부터 은퇴 이후까지 적적한 삶을 예술이라는 새로운 공부이자 취미를 통해 품격 있는 제2의 인생 설계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예술 아카데미의 문을 두드린다. 특히 문화예술아카데미는 교육 이외에도 각종 전시회, 박물관, 공연장 등을 함께 다니며 더욱 더 확장된 예술적 교류를 나눌 수 있기 때문에 훨씬 더 풍부한 일상을 향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찾는 분들이 느는 것 같다.

인생 제 2막을 준비하는 그들에게 미술 수업은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일까.
- 끝없는 경쟁의 사다리를 오르면서 효율과 성과를 추구하는 현대인들이 ‘잃어버린 나’를 발견하는 시간, ‘쓸모 있음’의 경제학에 익숙한 이들이 ‘쓸모없음’의 미학을 체험하고 경험하는 장이 바로 예술 교육의 현장이다. 미술 실기 교육에서 맞고 틀리고의 개념은 없다. 자유롭게 느끼고 생각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면서 자기표현이 가능하다. 또 다양성에 대해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다. 그렇게 삶의 의미와 즐거움을 찾아가는 과정이 예술 교육의 중요한 효과다.

이 시대 부모님들은 과도기의 소용돌이 속에서 가정을 이루고 자녀를 양육하고 사회의 당당한 조직원으로 우뚝 서기 위해 치열한 시간을 보내왔다. 그래서 얻은 ‘중년’이라는 타이틀은 슬프기보다 당당하고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한숨 돌리고 자신만의 문화를 가꾸기 위해 시간을 투자하시길 권한다. 재산을 다 잃어도 명예를 잃게 돼도 자신만의 문화만 있다면 얼마든지 평화롭고 안정된 삶을 살 수 있다. 꼭 예술이 아니더라도 하고 싶어도 시간이 없다고 미뤄왔던 일들을 떠올려보시고 실행에 옮겨보시면 좋겠다. 그래서 종착역도 모르고 무작정 타고 가던 기차에서 내려, 내가 진정 가고 싶은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보심이 어떨까 한다.

그렇다면 작가 신동신의 목적지는 어디인가.
- 어느 날 내 자신의 위치와 작업에 대한 집념, 그동안의 수많은 시행착오를 반성해봤다. 가슴이 아렸지만 세월이 주는 의미와 나 자신의 변화를 한 번 더 되돌아볼 수 있었다. 순조로운 일상의 반복과 설레는 변화 그리고 그 사이의 역설. 어떤 논리든 주어진 운명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어떤 운명 속에서도 오롯이 꿈속에 존재하는 나만의 사랑, 이것이 완성도를 향한 나의 모티브라 생각한다.

새로운 형상성에 대한 의문부호들이 나를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든다. 모든 화가들의 일상이 고뇌와 고통과 외로움을 동반할 터인데 나만의 일일 것 같은 착각에 더 외로운 작업인지도 모르겠다. 일기를 쓰듯이 나의 작업에 충실하고 솔직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자연이 곧 스승이라는 믿음으로 나는 오늘도 화실에서 여행자의 그림노래를 부른다. 

지금껏 최선을 다한다는 마음으로 늘 쉼 없이 작업을 해왔다. 정해진 굴레속의 삶, 뇌리에 박힌 틀 속에서의 쳇바퀴 도는 나의 동선, 화실에서 집까지의 풍경 그리고 그림, 가족, 사랑, 화실 속 나의 꿈. 이들 하나, 하나가 나의 행복임을 안다. 그렇게 속된 삶의 고뇌와 배고픈 속내를 감추고 내 인생의 그림을 그린다. 영감은 의식의 변화에서 얻어진다는 굳은 사랑의 믿음을 가져본다. 나의 꿈과 나의 사랑이 함께하는 나의 공간에서 모두와 함께 행복하길 기원하며 오늘도 붉은 바탕에 노란 장미를 수놓는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한국금융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