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경제신문 하민호 기자]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인가? 첫사랑과의 달콤한 첫 입맞춤, 한가한 주말 포근한 침대 위에서의 늦잠, 어린 시절 할아버지의 오래된 서재에서 듣던 옛날이야기, 그 어떤 것이 됐건 상관없다. 당신이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천천히 떠올려보면, 신기하게도 거기엔 늘 그에 마땅한 좋은 향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누구나 품고 있는 좋은 향의 기억처럼, 향수는 우리의 일상에도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해외의 유명 브랜드나 기업에서는 실력 있는 조향사들로 하여금 매년 자신들만의 이미지를 담은 품질 좋은 향수를 출시한다. 좋은 향이 만들어 주는 첫인상이 기업 이미지에도 큰 영향을 준다는 걸 그들은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엔 아직 품질 좋은 향수를 만들 실력 있는 조향사가 많지 않다. 해외의 선진국들만큼 향수 산업이 발달하지 못한 탓이다. 당장 우리 주변만 둘러보아도 무수히 많은 향수 공방과 제품들을 찾아볼 수 있지만, 유명한 조향사의 이름은 떠올리기 힘들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홍대향수공방 비푸머스는 두 명의 실력 있는 조향사가 모인 흔치않은 공간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향수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홍대향수브랜드로도 많이들 알고 있다. 현재 홍대향수브랜드를 알리기 위함과 동시에 홍대향수만들기 클래스로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고 있다. 당장에 이익보다는 꿈을 좇아 매일같이 향을 섞는 그들. 향수 불모지나 다름없는 대한민국에서 세계적인 향수 브랜드의 초석을 닦고 있는 홍대향수공방 비푸머스의 문인성, 김보라 대표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진 - 비푸머스 김보라(좌), 문인성(우) 대표

세계적인 향수 브랜드를 꿈꾸는 비푸머스. 어떤 곳인지 궁금하다.

- 비푸머스는 당신으로부터 탄생되는 13번째 향이란 뜻을 담고 있다. 13은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 ‘향수’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향수의 기본적인 노트 12가지 외의 비밀스런 13번째 노트란 의미를 담아 브랜딩했다. 즉, 비푸머스에선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당신만의 시그니처 향수’를 직접 만들 수 있다. 물론 아무거나 대충 섞어서 만드는 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고 정통성 있는 아카데미에서 학생들을 지도했던 전문 조향사가 당신과 함께한다.

처음 비푸머스를 설립하게 된 목적은 한국을 대표하는 향수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서 시작했다. 샤넬(Chanel), 에르메스(Hermès), 겔랑(Guerlain) 등 해외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향수 브랜드가 많은데 우리나라엔 단 하나도 없는 게 너무 안타까웠다. 우리나라 향수 브랜드의 경우 대부분이 향수 공방 수준에서 끝나지만, 우리는 추후 향수 브랜드로의 확장을 위해 제품 위주로 론칭을 했다. 향을 만들 때에도 당연히 최상의 원료로 하나하나 블렌딩(Blending)해 만든다. 우리만의 철칙과 자부심으로 꿈을 위해 달려가고 있다.

신선한 식재료를 써야 음식이 맛있는 법이다. 향수도 마찬가지다. 최고급 원료를 사용하더라도 보관법이 잘못되면 향수의 퀄리티가 떨어진다. 비푸머스만이 가지는 장점이나 차별화 전략은 재료 관리를 철저하게 하는 것이다. 전문적이지 않은 조향사들은 원료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비푸머스는 향료를 망가뜨리는 자외선을 차단할 수 있는 특수 제작된 병을 사용하고, 365일 24시간 최적의 실내 온도를 유지한다. 또한 향을 만들 때 비푸머스만의 원료 관리비법을 통해 보존율을 극대화하고 있다. 원료 관리는 향수의 기본이다. 기본을 잘 지켜야 좋은 향을 만들 수 있다.

이외에도 비푸머스는 원료의 차별화를 위해 애쓴다. 우리나라에서만 자라는 식물, 과일, 꽃잎에서 직접 향료를 추출해 향수를 제작한다. 식물의 재배, 추출, 운송, 생산까지 모든 분야에서 각각의 전문가들이 투입되는 대규모 콜라보다. 내년에는 실제 제품화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대한민국의 소규모 향수 브랜드 중에서 오직 비푸머스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사진 - 비푸머스 내부 모습

비푸머스에서는 어떤 제품을 판매하고 교육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 메인은 역시 ‘자신만의 시그니처 향수’다. 고객이 직접 만드는 DIY 제품이다. 100여 가지가 넘는 향료를 섞어 원하는 향수를 직접 만들 수 있다. 이외 레디메이드 제품은 캔들, 디퓨져, 패브릭 퍼퓸, 사쉐 등이 있다. 제품은 크게 4가지의 향으로 구분되는데 전부 우리가 직접 조향하고 블렌딩한 향이다. 제품을 만들 때는 프랑스에서 직수입한 최상의 원료를 사용해 만든다. 품질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조향 커리큘럼은 크게 원데이 클래스와 어드밴스드 클래스가 있다. 원데이 클래스에서는 나만의 향수, 샤쉐, 방향제 등을 전문 조향사의 도움을 받아 하루 만에 만들 수 있다. 연인과 친구에게 줄 선물을 위해 많은 분들이 찾는 클래스다. 어드밴스드 클래스에선 보다 깊이 배우길 원하시는 분들을 위해 20회 이상의 수업 과정을 거친다. 조향 전문가들을 위한 향료 화학 클래스와 보테니칼 클래스도 있다. 이외에도 취미반과 창업반 등 다양한 커리큘럼이 준비돼 있다.

한 가지 더 조향사를 꿈꾸는 분들에게 당부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 많은 분들이 공방 내 전문가반을 통해 자기만의 공방 창업을 꿈꾼다.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조향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준비하셨으면 한다. 비푸머스 조향사들은 굉장히 오랫동안 조향에 대한 공부를 했다. 10여년 전 조향을 처음 시작할 때 우리나라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 많이 없었다. 하지만 가능한 한 모든 것을 배우려 노력했다. 공부를 해보시면 알겠지만 깊이 할수록, 알아 갈수록 더욱 어려워진다. 열정이 없다면 배움이 지친다. 그만큼 향에 대한 전문성도 등한시 될 수 있다. 포기하고 싶어도 초심을 잃지 않고 꾸준히 공부하고 연구 해 꿈을 위해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 - 비푸머스

마지막으로 비푸머스의 목표나 앞으로의 운영 계획이 있다면.

- 향수는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니다. 향에 대한 애정만 있다면 누구나 향수를 만들 수 있다. 비푸머스는 이곳을 찾는 모든 분들에게 오래된 친구처럼 편안한 공간이 되어주고 싶다. 향수를 만드는 시간만큼은 편하고 행복한 순간이길 늘 바란다. 가족, 연인, 친구, 스쳐지나가는 타인에게까지, 비푸머스는 세상 모든 이들에게 좋은 향과 행복한 순간을 선물하고 싶다.

앞으로는 해외 진출도 계획 중이다. 2020년 1분기엔 미국 뉴욕에 비푸머스 2호점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 홍대 매장을 운영하면서 외국인분들의 좋은 반응을 확인했기에 빠르게 확장할 수 있었다. 그런 것을 보면 우리의 꿈을 실현하는 것이 그렇게 불가능할 것 같지는 않다. 언젠가는 비푸머스가 세계적인 향수 브랜드로 발돋움할 수 있으리라 굳게 믿는다.

비푸머스는 코트라에 뽑혀 코엑스에서 전시했을 만큼 전문성을 가진 브랜드다. 또한 광저우 국제 박람회에 대한민국 대표 향수 브랜드로 선정돼 1주일간 전시했던 경험도 있다. 하지만 문인성, 김보라 대표는 이에 만족하지 않는다. 최고를 향한 두 조향사의 노력은 오늘도, 내일도 계속된다. 꿈을 이루는 그날까지, 비푸머스는 항상 그 자리에서 그들만의 향기를 빚어낼 것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한국금융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