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경제신문 정차원 기자] 그야말로 ‘소통’의 시대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막론하고 무엇보다 소통능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회라고 할 수 있다. 과거의 수직적이고 효율적이지 못했던 체계를 벗어나기 위해 강조하기 시작한 소통은 이제 현대인의 기본 소양으로까지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소통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기 때문에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 잘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통이 이 시대의 화두로 계속 주목받는 이유는 그만큼 우리사회를 풀어갈 중요한 키(key)이기 때문이다.

한편 음악, 그 중에서도 오케스트라는 합주를 하는 이유로 자연스럽게 타인에 집중해야하는 특성이 있다. 나 혼자 튀어서도 안 되며 그렇다고 가만히 있어서도 안 된다. 다른 악기의 소리를 들으면서 나의 소리를 함께 맞춰나가야 한다. 이것이 오케스트라의 기본 속성이며 누군가 소통이 무어냐고 물어보는 질문에 충분한 답이 될 수 있다. 또한 악기는 남녀노소 누구든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오케스트라를 쉽게 경험할 수만 있다면 음악의 즐거움과 소통의 즐거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세종시 쉽게배우는오케스트라 음악학원의 이유진 대표를 만나 실제 많은 사람들이 오케스트라를 통해 어떤 경험들을 하고 있는지 직접 들어봤다.

사진 - 세종시 쉽게배우는오케스트라 음악학원의 이유진 대표

오케스트라를 통한 변화를 몸소 느껴 시작하신 것으로 안다.  

- 저는 원래 사립초등학교인 청주 대성초등학교의 음악선생님이었다. 처음 그 곳에서 오케스트라를 통한 아이들의 심성 변화를 목격했다. 그 후 더욱 더 많은 아이들이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나아가 어른이 됐을 때 오케스트라라는 즐길 수 있는 문화가 생겼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 현재의 쉽게배우는오케스트라에 이르렀다. 

오케스트라를 해본 아이들은 자기 연주 뿐 아니라 다른 친구의 소리를 귀담아 듣는 중요한 경험을 쌓아간다. 그런 측면에서 오케스트라의 가장 큰 핵심은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요즘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개인화된 경우가 많아 부모님들이 걱정하시는데 저희의 교육이 많은 도움이 된다고 공감해주시고 있다. 

물론 여전히 아이의 진도에만 신경을 쓰시는 부모님들이 계시긴 하다. 그런 분들께는 속도보다 천천히 즐기면서 가더라도 아이가 온전히 자신의 연주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대한민국 수많은 성인들이 어렸을 때 피아노학원을 다녔는데 그 분들의 지금 모습은 어떠한가. 음악을 즐기면서 느끼는 교육이 아니라 단순히 진도표에 도장을 채우기 바빴기 때문에 어른이 된 지금 아무것도 안 남았다고 본다. 저희의 수업 및 연주회를 경험한 아이와 부모님들은 결코 진도에만 목메지 않는다.

사진 - 세종시 쉽게배우는오케스트라 주니어 정기공연

아이들이 오케스트라를 통해 소통능력은 물론 다양한 가치를 깨닫고 있다고 들었다. 

- 저희가 이번에 세종시교육청과 연계해서 세종시유아교육원 개원 기념 연주회를 개최하는데 아이들이 스스로 참가 신청을 하고 있다. 우리 오케스트라를 단순히 부모님이 보내서 오는 곳이라 생각했다면 불가능했을 텐데 아이들이 재밌게 즐기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저는 아이들에게 “너의 연주를 다른 사람이 듣고 마음이 따듯해지는 위로가 됐다면 그 자체로 큰 도움을 준거야. 음악은 말이 없는 치료사고 우리는 악기로 마음을 치료해주는거지”라고 얘기한다. 그러면 아이들은 봉사활동의 취지도 함께 이해하며 자존감이 크게 상승한다.  단순히 아이를 최고라며 치켜세워 주는 행동은 자칫 자만심으로 이어질 수 있어 위험할 수 있지만 스스로 만들어낸 자존감은 건강한 성장의 동력이 될 것이다. 

아이들과 부모님들은 저희 오케스트라에서 돈을 내고 다니는 학원 같지 않은 따듯한 분위기가 좋다고 하신다. 그 따듯한 품에서 아이들과 부모님들이 음악의 가치를 계속 공유해 나가실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그러면 우리 아이들이 사회의 주역이 됐을 때의 세상은 조금 더 밝아질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누군가 제 꿈을 물어보면 대통령, 정확이 얘기해서 음악대통령이라고 답한다. 살기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계란으로 바위를 친다고 해도 끝까지 확신을 가지고 계속해 나갈 것이다. 저희 선생님들 또한 우리가 가진 악기들로 학교가 바뀌고 동네가 바뀌면 우리나라도 바뀔 거라는 믿음이 있고 이런 취지로 하다 보니 아이들과 부모님들 모두 좋은 변화를 겪고 있다.

사진 - 이유진 대표와 함께하는 전문 연주자들

아이들 못지않게 부모들의 경험도 중요한 것 같은데

- 부모님들을 만나보면 크게 두 부류로 나뉘신다. 첫 번째는 아이를 더 잘 가르치고자 본인이 직접 배워서 집에서도 가르치시려는 분이 있다. 두 번째는 아이들의 좋은 변화를 지켜보시면서 본인도 경험해보고 싶은 분들이다. 후자라면 저희는 언제든 환영이지만 전자의 경우라면 만류하고 싶다. 왜냐하면 무엇보다 아이들이 즐기는 음악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로지 진도만 외치는 부모님에겐 지금 당장 잘하는 것보다 즐기면서 하면 무엇이 좋은지 직접 앙상블을 경험시켜드리고 있다. 정기연주회에서 아이와 함께 무대에 올라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리시는 부모님들이 꽤 많으시다. 그만큼 가르치는 저도 음악이 주는 힘에 놀랄 때가 많다. 고로 부모님들께서도 넓은 시야로 아이와 함께 음악을 경험하시길 권하는 바다. 

현재 이유진 대표는 쉽게배우는오케스트라 외에도 충북 시각장애인오케스트라와 세종시 장애인오케스트라를 진행하는 <사단법인 와이진컴퍼니>, 그리고 꿈다락 오케스트라를 진행하는 <블레스 챔버 오케스트라>를 몸소 이끌고 있다. 이 모든 것은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하는 이 대표 본인의 마음과 우리 주변 사회취약계층을 생각했던 이 대표 선친의 마음이 합해졌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한다. 이에 더해 앞으로도 경제적인 여유에 비해 정신적인 풍요가 부족한 우리나라의 현실을 바꿔보고자 오케스트라 문화를 확장해나갈 계획을 가지고 있는 이유진 대표, 우리나라를 넘어 전 세계가 함께 행복한 세상으로 변화하는 미래를 꿈꾸는 그의 열정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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