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경제신문 정차원 기자]세상에는 참 다양한 놀잇거리들이 존재한다. 그 중에서도 인형놀이는 인간의 가장 오래된 유희 중 하나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과거부터 현재까지 다양한 형태로 우리 곁에서 함께 하고 있다. 사실 많은 놀잇거리들이 늘어난 현재에 인형놀이는 아이들 또는 일부 마니아들이나 하는 유치한 놀이로 인식되고 있기도 하지만 알고 보면 인형놀이의 세계는 꽤나 심오하고 그 수준이 일반적인 예상을 뛰어 넘는다. 또한 인형놀이는 집에서 혼자 즐기는 문화가 아니라 SNS를 타고 서로의 인형을 공유하며 즐기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그런 인형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 바로 촬영장소다. 단순한 인형이 아닌 의상과 메이크업을 잘 갖춘 자신의 인형이 더욱 빛날 수 있는 장소나 배경이 필요한 것이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지만 그런 촬영장소를 제공하는 곳들이 이미 인형카페라는 이름으로 몇 군데 운영 중이다. 그러나 기존의 인형카페들은 촬영이 아닌 인형판매와 음료제공을 주로 하는 곳으로서 인형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의 니즈를 충족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런 면에서 최근 사당에 정식 오픈한 인형촬영 전문 스튜디오 <메르헨돌>은 대한민국 최초일 가능성이 높다. 메르헨돌 임해연 대표를 만나 그간의 얘기를 들어봤다.

사진 -&#160;인형촬영 전문 스튜디오 메르헨돌 임해연 대표

인형 사진관 메르헨돌은 어떤 곳인가.
- 저희 메르헨돌은 각각 다른 사이즈의 인형들을 컨셉에 맞게 셀프촬영할 수 있도록 다양한 공간을 만들어 놓은 인형촬영 전문 스튜디오다. 사람들이 이용하는 셀프스튜디오의 인형버전이라고 이해하시면 빠르다. 이곳에 오시면 구체관절인형이나 동물인형, 그 외 다양한 인형들을 가지고 오셔서 촬영을 하실 수 있다. 여기서 제가 하는 일은 촬영할 공간을 디자인하는 것이다. 최신 인테리어 트렌드와 시즌을 반영해 다양한 공간과 배경을 제작하고 있다. 거의 모든 가구들을 직접 제작하지만 구현하기 힘들거나 우리나라에서 구할 수 없는 미니어처들은 해외에서도 공수해오고 있다.

사실 그동안 인형놀이를 하시는 분들은 기존 인형카페의 한정된 배경에 답답함이 있으셨을 거라고 생각한다. 인형카페의 포토존은 단지 서비스 공간에 불과하기 때문에 가게마다 약 3~4개 정도밖에 없다. 배경도 자주 바뀌지 않는데다 작은 인형 위주라서 상대적으로 큰 사이즈의 인형을 촬영할 공간이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 고민을 해소해드리고자 만든 저희 스튜디오는 작은 사이즈의 인형은 물론 구체관절 인형 중 가장 큰 사이즈인 70cm 크기의 인형도 촬영할 수 있도록 사람이 사용하는 공간을 1/3사이즈 정도로 축소해서 구현하고 있다.

사진 - 체관절인형 촬영 모습(출처-[Doll Studio]논리정연, 밤하늘도감, 탐라의선인장노랸, by twitter(위부터 시계방향)

굉장히 새롭고 독특한 공간인 것 같다. 어떻게 시작한 건가.
- 원래 패션디자이너로 20년을 넘게 회사를 다녔다. 회사를 그만두고 제 2의 인생을 고민하던 중 과거 동생이 만드는 구체관절인형의 옷을 만들어줬던 기억이 떠올랐다. 20년 동안 옷을 만드는 일을 해왔고 저 또한 만화를 좋아하는 매니아적인 기질이 있었기에 인형옷을 만드는 일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사업을 준비했다. 그러던 중 올 초 정부지원사업에 선정됐는데 매장을 4개월 정도 운영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다. 당장 팔 수 있는 상품이 없어 또 한 번 고민하던 중 인형에게도 사람과 비슷한 라이프스타일이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사람은 옷으로는 자신을 꾸미고 인테리어를 통해서는 자신의 공간을 꾸미는데 인형도 마찬가지다. 구체관절인형 같은 고가의 예쁜 인형을 사서 의상을 입히고 메이크업을 하고 가발을 씌우고 안구까지 넣어 풀셋팅을 했으면 거기에 어울리는 공간이 필요하므로 저는 이 부분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특히 최근의 인형놀이는 SNS로 각자의 인형사진을 공유하며 이뤄진다. 그런데 현실 상 장소적인 제약과 주위의 시선 탓에 제대로 된 사진을 찍기 힘들기 때문에 좋은 공간을 만들어 도움을 드리고 싶었다. 실제로 인형촬영전문 스튜디오를 오픈하니 많은 분들이 찾아 오셔서 만족감을 표하셨고 이에 방배동에서 새롭게 정식오픈을 했다. 

사진 - 동물인형 촬영 모습(출처-danto_doll by Instagram)

소비자들이 필요했던 서비스인 만큼 호응도 좋을 것 같다.
- 현재 저희는 사람을 촬영하는 셀프스튜디오처럼 다양한 컨셉의 공간을 높은 퀄리티로 제공하려고 하고 있다. 고객분들도 다양한 인형 사이즈에 맞춰 준비된 여러 배경에 만족해하신다. 또한 조명에도 신경을 썼기 때문에 카메라의 종류와 상관없이 좋은 사진을 손쉽게 얻을 수 있다며 좋아하신다. 그리고 기존 인형카페의 경우 포토존은 3, 4곳인데 반해 20명 가까운 인원이 한꺼번에 몰려 촬영하기 힘들었는데, 저희는 시간제로 예약을 받아서 동 시간에 최대 6명까지만 이용하기 때문에 쾌적하게 촬영할 수 있었다고 말씀하신다. 

사실 제가 공간을 만들고 여러 소품을 준비했지만 고객분들이 연출한 결과물들을 보면 정말 대단하시다는 생각을 하면서 오히려 제가 배울 때가 많다. 그리고 자신에게 쏟는 정성보다 더 큰 정성을 인형에게 쏟을 수 있는 애정과 열정 또한 얼마나 대단한지 모르겠다. 그런 분들과 더욱 더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저희 메르헨돌은 앞으로 촬영공간을 제공하는 것에서 나아가 인형과 인형옷도 제작하려고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따로 주문제작도 하겠지만 기본적으로 시즌별 컨셉에 따른 인형촬영공간과 인형옷의 패키지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인형을 사랑하는 분들이 언제나 새로운 기분으로 인형놀이를 하고 가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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