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은 병리과 정진행 교수가 WHO(국제보건기구)에서 발간하는 ‘폐, 흉선, 심장 조직 종양의 WHO 분류 제 5판(WHO classification of Tumours of the Lung, Pleura, Thymus and Heart. 5th edition)’교과서 집필에 참여했다고 3일 밝혔다.

해당 분야에서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종양 교과서 ‘WHO classification of Tumours’ 시리즈 중 하나인 ‘폐, 흉선, 심장 조직 종양의 WHO 분류’ 교과서는 2015년 이후 6년 만에 개정돼 제 5판이 출간됐다. 

개정판에는 그동안 유전자 변이 표적 바이오마커의 개발과 치료제 승인, 면역치료 관련 바이오마커와 치료제 개발 등 변화가 많았던 폐암의 병리학적 분류와 진단적 정의, 병리진단과 연관된 환자의 치료 방침 등에 대한 내용이 자세하게 수록됐다. 아울러 미국의 윌리엄 D. 트래비스(William D. Travis) 등이 공동으로 편집하고 전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폐암 관련 전문가들이 저자로 참여했으며, 정진행 교수는 제1장 ‘폐암의 상피 기원 암종’ 부분을 집필했다.

최근 폐암은 암 유전자인 EGFR, ALK, ROS1, Braf 등을 타겟으로 한 표적치료제 및 면역항암제의 개발로 환자들의 생존율이 높아지고 있는데, 치료의 기반인 폐암의 병리학적 진단과 치료제 선택에 중요한 바이오마커의 발현이 가장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진행 교수는 국내 폐암환자에서 EGFR유전자 변이의 현황을 조직학적 유형별로 분석해 비흡연자, 여성, 유두상 모양의 선암종에서 EGFR유전자 변이가 60% 이상으로 매우 높게 발생함을 보고한바 있다. 또한 남성 흡연자라도 선암종 폐암환자 약 30%에서 EGFR유전자 변이가 있음을 밝혀냈고 이런 병리학적 유형의 폐암 환자는 표적치료제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제시했다.

최근에는 ‘폐암의 암세포가 전파하는 양식이 다른 암과 달리, 비어있는 폐 공간 내부에서 떠다니는 암세포의 정도가 재발율과 관련’ 있으며, ‘이런 특성을 가진 폐암환자는 수술 이후에도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는 최초의 전향적 연구 결과를 미국 병리학회지에 발표해 크게 주목을 받았다. 

나아가 국내에 많은 간유리 음영(흉부 CT에서 유리를 갈아 놓은 듯 뿌옇게 보이는 폐의 음영)으로 나타나는 조기 폐암의 경우 폐 공간 내부에서 떠다니는 암세포의 특성이 있는 환자는 재발률이 9배에 달한다는 결과를 발표해 폐 공간을 침투하는 암세포의 유무가 병리학적으로 판단돼야 함을 제시하기도 했다. 

정진행 교수는 “WHO 흉부 종양 교과서에는 방대한 양의 폐암 분야 최신 지견이 수록된 만큼 관련 분야 전공자 및 의사들에게 표준 진료 지침을 제공하고 가이드 역할을 해주는 교과서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폐암을 비롯한 흉부종양의 진단과 치료 성적의 향상을 위해 연구와 학술활동을 계속해 이어나가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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