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KOTRA 중소기업 수출 전문기관` 발언이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수출 초보기업 육성 의지를 송두리째 흔들었다. 중진공은 올해 KOTRA에 위탁 운영 중인 17곳 해외 수출인큐베이터센터를 중소기업글로벌화지원센터(가칭)로 전환, 직접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박철규 중진공 이사장은 최근 간담회에서 “창업 기업과 수출 초보기업을 입체적으로 밀착 지원하겠다”며 센터 운영의 강력한 의지를 내비쳤다. 해외에 사무 공간 제공뿐만 아니라 국내외에서 글로벌 창업 지원, 기술과 해외전문가 매칭, 수출연계형 자금 지원 등 기관 역량을 결집해 전폭적인 중소기업 수출기업화 지원에 나설 계획이었다.

박 이사장은 “KOTRA도 훌륭한 조직이지만 수출을 한 번도 안 해본 초보기업에는 종합 지원 기능을 갖춘 중진공이 적합하다”고 의욕을 보였다. 공개는 안 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중소기업 대상 조사도 실시했다.

이 같은 의지가 박 당선인 발언으로 힘을 잃게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다. 박 당선인은 지난 27일 경제2분과 국정과제 토론회에서 “중소기업이 `해외에 진출하고 싶다`고 하지만 정보도 부족하고 현지 전문가가 부족해 엄두를 못 낸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KOTRA 기능을 중소기업 해외 진출과 수출지원 전문기관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수출에 있어서 KOTRA에 힘을 싣겠다고 밝힌 셈.

파장은 상당하다. 이미 KOTRA와 중진공 상위 기관인 지식경제부와 중소기업청이 중소기업 수출지원 업무 역할 분담 논의에 들어간 상황에서 박 당선인 발언이 터지자, 수출 지원기능을 KOTRA로 일원화할 것이란 예상이다. 박 당선인이 큰 그림을 그린만큼 새 정부는 여기에 맞춰 퍼즐을 짜 맞출 것이고 그것이 KOTRA에 무게 중심이 쏠릴 것이란 분석이다.

5년 전 문 닫았던 KOTRA 지방무역관 부활 소문이 나온다. 중진공이 집행하는 해외 수출인큐베이터센터 예산이 KOTRA로 넘어갈 것이란 예상도 나왔다. 두 기관은 현 정부 초반인 2008년 중소기업 수출지원 해외 기구 통폐합 조치 일환으로 중진공 수출인큐베이터센터 운영을 KOTRA에 넘겼다. KOTRA 지방무역관은 폐쇄하고 그 역할은 중진공에 맡겼다. 수출인큐베이터센터 입주사는 중진공이 모집해 해외에서는 KOTRA가 관리하는 독특한 구조가 발생했다. 이 방식에 양 기관 모두 비효율적이라는 비판이다.

박 당선인 발언에 KOTRA와 중진공 반응은 엇갈렸다. KOTRA 한 관계자는 기관 이기주의로 내비취는 것을 우려하면서도 “국내 무역관 폐쇄로 어려움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지방무역관 부활 필요성을 언급했다. 반면에 중진공 측은 중소기업 수출 지원 기능이 오히려 축소될 것을 우려했다. 중진공 관계자는 “(수출 역량 강화 계획이) 물 건너 간 것 아니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일각에서는 우려의 시각을 보인다. KOTRA가 해외에서는 전문성을 인정해야겠지만 수출 초보기업을 국내에서부터 체계적으로 육성하고 지원하는 것은 중진공이 적합하다는 판단에서다.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도 마찬가지다. 중진공은 중소기업 해외마케팅 지원사업, 자유무역협정(FTA) 활용 지원사업, 글로벌 협력지원 등의 사업을 펼친다. 반면에 KOTRA는 국내에서의 정책적 지원에 한계가 있다. 무역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KOTRA는 중소기업 수출지원 기관이었다”며 박 당선인 발언 취지에 의문을 제시했다.

지경부와 중기청 두 부처는 양 기관 수출지원 역할 조정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 방향은 나오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김준배·이호준기자 jo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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