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해외 매체가 애플 아이폰5S의 터치 정확도가 삼성전자 갤럭시S3보다 뒤떨어진다는 결과를 보도했다. 국내 매체들은 삼성전자의 사용자환경(UI) 기술이 애플보다 앞선다는 식으로 잇따라 받아썼다.

그러나 대다수 UI 전문가들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애플 제품은 UI 측면에서 아직도 세계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사용자마다 차이는 있지만, 아이폰5S의 UI 성능이 삼성전자 옛 모델 갤럭시S3보다 뒤떨어진다고 인정할 만한 전문가는 많지 않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실험 결과가 잘못됐을 가능성을 지적한다. 실험장비와 사람의 손가락은 전혀 다르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실험 장비는 막대기로 터치한 부분에서 정확한 정전기 신호가 발생한다. 그러나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사람 손가락으로 터치하면 의도보다는 약간 아래쪽에 신호가 찍힌다. 손가락 뼈마디가 아래쪽으로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화면 가운데를 터치할 때와 가장자리를 터치할 때도 사용자의 의도와는 달리 약간의 오차는 생긴다. 애플은 휴먼 인터페이스(HUI)로 인한 오차를 감안해 터치칩을 설계한다. 이런 것들이 바로 고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 남긴 유산이다.

스마트폰 시장 초기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휴먼 인터페이스에 대한 이해가 떨어졌다. 사용자들이 터치 자판에 적응 못하고 과거 키패드를 그리워한 이유다. LG전자가 초기 옵티머스 시리즈에 쿼티 자판을 채택한 것도 이런 문제가 상당 부분 작용했다.

삼성전자가 애플을 제치고 스마트폰 시장에 우뚝 선 것은 고무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휴먼 인터페이스 등 여러 분야에서 애플이 지닌 강점은 여전하다. 팀 쿡 CEO는 시장 중심으로 전략을 재편해 칼끝으로 삼성전자를 정조준하고 있다. 어설픈 자만에 도취돼 애플의 역량을 과소평가하기보다는 상대방의 장점을 배우고 혁신을 가속화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샴페인을 터뜨릴 때인지 신발끈을 다시 조일 때인지 판단은 순전히 우리 몫이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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