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경제신문) 이경호 기자 =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되면서 대부분의 기업이 채용을 취소하거나 미룬 가운데, IT 직무가 올해 채용 증가를 이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 6월 기준 국내 벤처기업과 스타트업 직원 고용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2% 늘어난 6만7000명으로 나타났다. 전체 기업 고용 증가율(3.4%)에 비해 3배 정도 많은 것이다.

반면, 지난해 매출 상위 71개 대기업이 국내총생산(GDP)의 84%에 해당하는 매출을 냈지만, 고용에 기여한 비중은 11.5%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10대 그룹의 직원 수 역시 전년 대비 약 8000명가량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분석 전문기관 한국CXO연구소가 발표한 '국내 71개 기업집단 경영 실적 및 고용 분석' 자료에 따르면, 삼성그룹을 비롯한 국내 71대 기업집단(그룹)의 2020년도 매출액 합은 1607조원이었다. 같은 해 국내 명목 GDP(1924조원)의 83.5% 수준이다.
  
이들 대기업은 GDP의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고용에서의 존재감은 이에 못 미쳤다. 지난해 71대 기업의 전체 직원 수는 162만명으로 고용보험에 가입된 직장인 1411만명의 11.5% 수준에 그쳤다. 

특히 10대 그룹의 연간 고용 인원은 오히려 감소했다. 해당 기업들의 2020년도 고용인원 수는 96만5258명으로 전년도(97만2945명)과 비교하면 7687명 줄어들었다. 

주요 대기업들도 채용 계획을 축소하는 추세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가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올 하반기 신규 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 121곳 중 67.8%가“올해 하반기 신규 채용 계획을 수립하지 못했거나 한 명도 채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반면 시대의 흐름을 타고 빠르게 성장하는 IT 서비스 플랫폼 기업들은 고용을 늘리고 있다.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에 힘입어 고용을 늘리고 있는 쿠팡이 대표적이다. 

쿠팡 관계자는 "2019년 12월부터 현재까지 전국 12개 지역(49만평 규모)에 1조7760억원을 투자해 약 1만8250명을 고용했거나 고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6월만 기준 쿠팡은 5만 3899명(국민연금가입자수 기준)을 고용하고 있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에 이어 국내 3위 를 기록하고 있다.

이 외에도, 벤처·스타트업 업계 전체로는 1년 새 고용이 7만명 가까이 늘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달 19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벤처기업 3만5482곳의 고용 인원은 72만7498명으로, 1년 전보다 6만7238명(10.2%) 증가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국내 기업 환경을 고려할 때 일반 제조업에서 고용을 크게 늘릴 수 있는 여건은 점점 줄고 있다“며 “전자상거래와 IT 서비스 등 혁신산업에서 얼마나 많은 직원을 더 많이 채용할 수 있는지에 따라 올해 대기업 집단의 고용 성적표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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