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경제 김정실 기자]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시종일관 웃고 있는 모습이 참 예쁜 배우.

메릴 스트립처럼 맡는 역할마다 다양한 캐릭터를 표현하고 싶다고 말하는 당찬 배우.

솔직하지만 때로는 겸손할 줄 알고 듣는 이로 하여금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친구 같은 배우.

관객들과 소통을 매 순간 강조하는 그녀의 눈빛은 선한 눈망울과는 달리 강렬해보이기까지 했다.

기자가 만난 김현지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고 노력하는 배우였다.

‘지금 적극적으로 실행되는 괜찮은 계획이 다음 주의 완벽한 계획보다 낫다(George S. Patton)’란 말이 있듯 그녀의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배우 김현지와 함께 배우로서의 꿈과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배우 김현지 <사진= 김정실 기자/kkong0319@>

연극배우라는 게 꿈만을 좇아 직업으로 삼는 것이 결코 쉬운 길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연극배우를 꿈꾸게 된 계기가 있나요?

-처음에는 단순하게 시작을 했어요. 제가 고등학교 시절에 동아리 활동으로 밴드부 활동을 했어요. 그때 무대 서는 경험을 처음하게 된 거죠. 그냥 무대에 선다는 것이 너무 좋았어요. 어느 날 친구가 지나가는 말로 “너는 무대에 있을 때 제일 행복해 하는 것 같아”라고 하더라고요.

그때 처음 ‘내가 언제 제일 행복했나?’를 고민했고 ‘내가 무대에 있을 때’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때부터 ‘무대에 있는 연극을 하고 싶다, 공연을 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무대에 설 수 있는 건 비단 연극뿐만 아니라 여러 다양한 직업이 있는데 굳이 연극을 택한 이유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 드라마나 영화나 연극을 실질적으로 많이 접하지도 못했어요. 근데 그때 당시에는 무대에서 서서 ‘어떠한 인물을 연기 한다’라는 게 매력적으로 와 닿았던 것 같아요. 연극은 다른 연기보다 또 다른 매력이 있다고 생각했고요.

연극배우로 장래를 결정했을 때 주위에 반대는 없었나요?

- 친구들이나 부모님도 반대를 했다기 보단 좀 당황했었다고 해야 맞을 것 같아요. 전혀 관련된 일을 하고 있지 않았었기 때문이죠. 어머니 같은 경우는 선생님이나 공무원 같은 안정적인 직업을 원하셨기 때문에 속으로는 많이 놀라셨을 것 같아요. 친구들은 아직까지 저에게 응원을 많이 해주고는 있지만 부모님은 연극배우 자체가 힘든 길이다 보니 내색은 안하셨지만 많이 놀라시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부모님은 안정적인 직업을 원하셨다고 했는데 연극배우가 안정적인 직업이라고 생각하세요?

- 아니죠. (단호하게) 안정적이지 않죠. 그런데 저는 20년 동안 안정적으로 살아와서 그런지 뭔가 ‘새로운 일을 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어렸을 때부터 해왔던 것 같아요. 불안하고 안정적이기 않지만 그만큼 재미있는 것도 있거든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것들을 접하면서 점점 매력에 빠지게 된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배우 김현지 <사진= 김정실 기자/kkong0319@>

지금까지 공연해왔던 중요 작품을 말씀해 주세요?

- 제가 연극을 처음 시작했을 때 우리나라 전통 인형극인 ‘꼭두각시 놀음’이라는 작품을 했었고, 작년에는 쟝쥬네의 작품 ‘하녀들’을 각색한 ‘하녀빠뺑자매’를 공연 했어요. 그리고 가장 최근인 8월에 끝난 연극이 ‘페이퍼’란 연극을 진행했습니다.

공연을 진행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무엇인가요?

- 작품 하나하나마다 기억에 남는 부분들이 매우 다르긴 한데 가장 최근에 끝이 난 ‘페이퍼’란 작품 같은 경우에는 제가 심리적으로 많이 힘든 시점에 시작한 연극이기도 했어요. 이제 제가 이십 대 후반이고 앞으로 어떻게 배우 생활을 계속 해 나갈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을 하고 있던 시점에 아는 언니 연출 분이 연락이 와서 하게 된 작품인데 그 전에는 극단에 소속돼 있는 상태에서 무언가를 했다면 이제는 오롯이 혼자서 무언가를 시작한다는 느낌이었거든요. 그래서 그 작품이 개인적으로 제 자신한테 많이 기억에 남는 작품인 것 같아요.

배우뿐만 아니라 스텝으로도 일한 경력이 있는데, 역할에 따라 임하는 각오도 다를 거 같아요. 차이점은 어떠한가요?

- 보통 대학로에서 공연을 하는 배우들도 그렇고 연출, 조연출, 스텝 등 공연 준비를 같이 하는 분들이 상당히 많아요. 그리고 처음 이쪽 일을 시작하다보면 배우를 하기 전에 스텝으로 시작하는 경우도 많고요. 일단 저도 조연출도 했었고 스텝으로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역할마다 임하는 각오부터가 많이 다르더라고요.

일단 스텝 같은 경우에는 전체적인 것들을 많이 봐야 해야 돼요. 공연이 진행되거나 연습이 진행이 될 때 잘 돌아가게끔 약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을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부분이 부족하고, 어떤 부분이 더 필요한지, 또 연습장 분위기나 배우들의 스케줄이라든지 이런 것도 맞춰야 되고요.

옛날 조연출 할 때 많이 들었던 이야기가 ‘잘해도 티가 안 나고 꼭 못하면 티가 난다’는 말이였어요. 그건 어떤 계통이든 스텝 쪽이나 제작 쪽에 있으면 비슷한 부분인 것 같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생을 많이 하게 되죠. 하지만 전체적인 것을 볼 수 있게 되니까 제가 나중에 배우로서 임하게 됐을 때 도움이 되는 부분이 분명히 있더라고요. 그에 비해 배우를 했을 때는 아무래도 하나의 인물을 제가 맡아야 되다 보니까 제 자신한테 더 집중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고요.

공연이 마무리되고 무대 인사를 하는데 어떤 기분인가요?

- 마지막에 커튼콜(curtain call) 인사를 할 때 공연이 잘 된 날에는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아요. 그 순간 나와서 관객들 표정을 딱 보면 그 날의 공연 분위기가 느껴지거든요. 본 공연을 시작할 때는 제 임무를 완수해야 하기 때문에 잘 안 보이는 것들도 마지막에 끝나고 할 때는 뭔가 벅차오르는 게 있어요. 제가 좀 실수를 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날은 ‘아, 나 이거 잘못했는데’ 생각이 들고, 관객들이 박수쳐주시는 걸 보면 ‘내가 지금 서있는 무대가 많은 책임감이 필요한 곳’이라는 것을 느껴요.

그 때마다 ‘단순히 쉬운 마음으로 올라가서는 안 되겠다’라는 생각을 합니다.

연극배우를 하면서 어떤 점이 힘든가요?

- 역할을 맡았을 때 제 나이또래고 제가 경험해 본 경우 접근하기가 비교적 쉬어요. 하지만 연극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고 현실적이지 않은 추상적인 인물을 표현해야 하는 부분도 있거든요.

제가 이해하고 공감하며 관찰을 해야 하는데 잘 이해가 안 될 때가 있어요, 예를 들어 제가 맡은 역할이 경험해보지 못한 비극적인 일을 겪은 경우에는 끊임없이 상상을 하고 생각을 하며 관련 서적도 찾아봐요. 그런 부분이 재미있지만 어려운 부분이지 않을까 싶네요.

배우 김현지 <사진= 김정실 기자/kkong0319@>

영화와는 다르게 공연은 라이브다 보니 공연 중 사건사고도 많을 거 같은데 공연 도중 겪었던 에피소드가 있었나요?

- 공연을 할 때마다 너무 많아요. 근데 실제 공연이 진행되다보면 어떻게 돌이킬 수 없잖아요. 예를 들어 영화처럼 다시 찍거나 편집할 수도 없다 보니 어떤 일이 발생 하든 간에 그 순간에 해결을 해야 돼요.(웃음)

최근 공연 했던 작품(페이퍼)에서는 미스터리에 쌓여있는 여자 역할을 맡았는데 도망을 치는 장면들이 유독 많았어요. 예로 극 중 형사를 발견하면 도망을 쳤다가도 다시 나타나야 되고 이런 장면이었는데 도망치는 장면에서 무대가 암전 중이고 어둡다 보니까 제가 문을 못 찾은 거예요.(웃음) 문을 찾겠다고 발버둥치는 도중에 잡혀 버린 거죠. 어떻게든 해결을 해야 하니까 그냥 뿌리치고 나갔어요. 또 형사 역을 맡은 배우의 목을 조르는 장면이 있었는데 무대 위에서 배우의 목을 실제로 졸라 버렸어요. 근데 배우분도 무대 위니까 막상 티는 못 내시고...너무 죄송했죠, 대사를 까먹는 일은 비일비재해요.

대사 같은 경우, 공연 중 실수를 하더라도 임기응변으로 재치 있게 넘어가야 하는데 어떻게 대처 하나요?

- 노련한 배우일수록 자기만의 방법으로 애드리브처럼 넘어가시는 분들도 있고, 다음 대사로 넘어가는 경우도 있어요. 관객들이 눈치 채지 못하도록 순간 위기 대처를 해야 하는 것인데 저는 거의 대부분 애드리브를 많이 쳐요.

영화나 뮤지컬 또는 연출기획 쪽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을 갖고 있나요?

- 언젠가 한번 해보고 싶어요. 제가 문예창작학과를 다녔었고 졸업 후 1년 정도 작은 방송국 작가와 PD쪽 일을 했던 경험이 있어요.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경험을 많이 쌓아 작가나 연출자로,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지금껏 공연해왔던 연극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말씀해주세요.

- 예전에 ‘하녀들’이란 작품을 워크샵 공연처럼 짧게 한 적이 있었어요. 3인극인데 솔랑주, 끌레르, 마담 세 명 중 솔랑주와 끌레르가 거의 2시간 넘는 공연을 끌고 가는 작품입니다. 제가 솔랑주 역할을 맡았어요. 솔랑주는 극 중 하녀인데 마담을 동경, 시기, 질투 선망의 대상처럼 여겼어요. 솔랑주는 결과적으로 마담이 될 수 없는 입장이었지만 현실과 환상이 혼동되기도 하고요. 마지막 장면에 솔랑주가 거의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자기가 하고 싶었던 것들, 욕망 등의 독백을 토해내는 장면이 있는데 그때가 연기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아요.

공연 준비 틈틈이 또는 작품 휴식기를 가질 때 별도의 취미 활동을 하고 계시나요?

- 저는 클라이밍 하는 걸 너무 좋아하거든요.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운동이었는데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어요. 너무 재밌더라고요. 틈틈이 실내 클라이밍을 즐기고 혼자서 여행가는 것도 좋아해서 여수와 통영도 다녀왔어요. 트레킹도 좋아합니다.

클라이밍은 기본적으로 근력이 좋아야 된다고 들었는데?

- 제가 기본 근력이 좀 많은 편이더라구요,(웃음) 뭔가 정복해야 하는 기분이 들어 열심히 땀을 흘리면서 정상에 올라가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연극)배우는 누가 있나요?

- 너무 많죠. 일단 10년 이상 그 자리를 지키면서 무대의 섰던 선배님들은 다 존경스러워요. 돌아가시는 직전까지 작품 활동을 하시는 분들도 있고요. 연극배우는 아니지만 영화배우 메릴 스트립(Meryl Streep)을 좋아해요. 역할을 맡을 때마다 캐릭터를 굉장히 잘 표현하는 배우라고 생각해요. 그 배우가 생각하고 있는 배우 역할과 가치관 부분에서 많은 감명을 받았어요.

차기 작품 계획이 있다면?

- 10월 중순부터 ‘쿵짝 2’ 연습에 들어가요. ‘쿵짝 2’란 작품은 한국 명작 단편 소설을 재미있게 풀어낸 뮤지컬로 오는 12월 광주 국립아시아전당에서 쇼케이스를 진행합니다. 그리고 내년 하반기쯤 서울에서 본 공연을 올릴 예정입니다.

배우 김현지 <사진= 김정실 기자/kkong0319@>

연극을 보러 와주는 관객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 연극이란 게 대중들이 막 찾아와 주는 장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연극만의 매력을 좋아하셔서 오시는 분들이 있어요. 몇 번이고 오셔서 보시는 분들도 있고요. 그럴 때 너무 감사드리고 ‘더 잘하는 모습을 보여 드려야 겠다’란 다짐을 해요. 앞으로도 더욱 열심히 하는 배우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대중에게는 어떠한 배우로 기억되고 싶은가요?

- 배우라는 직업이 겉으로 보기에는 특별해 보일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게 공감을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더 좋은 것 같아요. 저도 관객들한테 공감을 줄 수 있는 배우, 항상 진솔하고 진정성 있게 연기하는 그런 배우로 다가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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