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하이마트. 사진=연합뉴스
롯데하이마트. 사진=연합뉴스

한국금융경제신문=장용준 기자 | 최근 신용평가사들이 롯데하이마트의 신용등급을 한단계 하향 조정했다.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경영실적 부진에 재무건전성 저하가 심화한 탓이다. 내수 시장이 성장 정체기로 접어든 가운데, 롯데하이마트는 허리띠를 동여맸다. 하지만 신사업 추진을 위해 부실 사업 정리에 나선 그룹의 행보에 롯데하이마트는 매각설까지 나오면서 첩첩산중의 형국이다.

◆엔데믹화와 부동산 경기침체 직격탄

18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는 롯데하이마트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앞서 지난해 말 한국신용평가도 롯데하이마트의 신용등급을 ‘A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양사는 이 같이 롯데하이마트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 이유로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엔데믹화와 부동산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대형가전 수요가 위축돼 경영실적이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롯데하이마트 측은 지난해 실적 개선을 위해 대대적으로 체질 개선에 나서면서 허리띠를 동여맸다. 전체 매장 수와 재고 자산을 큰 폭으로 줄여 연간 흑자 전환을 이뤘고, 올해는 고마진 자체 브랜드(PB)와 고객 케어 서비스 상품 강화라는 ‘턴어라운드’를 선언했다.

이 같은 영향으로 지난해 말 롯데하이마트 재고자산은 3433억원으로 전년말(4714억원)보다 27% 감소했고, 점포 수는 336개로 전년 말보다 55개 감소했다. 물류 네트워크도 지난해 하반기 11개 센터(DC)에서 2개로 대폭 줄였다.

문제는 가전제품 수요 부진과 구조조정의 결과로 2022년 3조8697억원에 이르던 매출액이 지난해 2조6101억원으로 21.8% 감소하면서 역성장을 기록한 동시에 3조원의 벽이 무너졌다는 점이다. 영업이익 역시 전년 520억원 적자에서 82억원으로 흑자전환했지만, 부가세 환급효과(356억원)를 감안하면 운영효율화를 통한 수익성 개선이 제한적 수준에 그쳤다는 게 한기평의 분석이다.

실적 부진이 지속되면서 재무부담이 확대된 것도 문제다. 잉여현금 적자, 리스부채 재인식 등으로 차입부담이 확대되면서 2022년말 순차입금이 전년말(6641억원)에 비해 14.1% 늘었다. 영업권손상차손(4331억원)에 따른 대규모 당기순손실(5279억원)로 자본 규모가 축소되면서 부채비율도 전년말(61.1%)보다 29.1%p 급증한 90.2%를 기록했다.

이 같은 재무부담은 2023년에도 이어져 제한적인 상각전영업이익(EBITDA)창출력 개선과 금융비용 증가로 EBITDA/금융비용지표가 3.9배(2021년 13.2배)로 저하됐고, 영업부채 축소에도 당기순손실로 인해 자본이 재차 감소하면서 부채비율도 89.7%로 2022년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주요 재무지표. 자료=한국기업평가
주요 재무지표. 자료=한국기업평가

◆그룹 차원의 부실 사업 정리 리스트 오르내려

올 들어 롯데그룹이 실적이 부진한 사업을 매각하고 신사업 추진을 강화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롯데하이마트에게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올 초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일본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사업 목표를 ‘쇄신’으로 삼으면서 "몇 년을 해도 잘되지 않는 사업에 대해서는 타사에 부탁하는 것이 직원들에게도 좋지 않을까 생각하며 앞으로도 몇 개를 매각할 것"이라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첫 매각 대상으로 계열사 코리아세븐의 현금입출금기(ATM) 사업부가 지목됐고, 매각 주관사로 삼정KPMG를 선정하는 등 발 빠른 행보를 보였다. 신사업 투자를 위해 부진한 유통사업이 수술 대상이 됐다는 것은 곧 롯데하이마트의 미래도 결코 밝지 않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문제는 롯데하이마트의 시장가치가 지난 2012년 롯데쇼핑이 인수했던 당시(1조2400억원)에 비해 현저히 낮아졌다는 점이다. 18일 현재 롯데하이마트의 시가총액은 2295억원 수준에 그치고 있다.

투자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하이마트의 매각이 가능하려면 떨어진 몸값을 올려야 하는 게 급선무인데 구조조정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유통산업 트렌드가 바뀌는 시점이라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그룹의 매각 의지가 확고해진다면 또 어떤 변수가 작용할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미수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롯데하이마트) 팬데믹 기간 집중됐던 대형가전 교체수요와 내구재로서의 특성, 부동산 시장의 높은 불확실성 등을 감안하면 단기간 내 수요 회복은 어려울 것”이라며 “또한, 온라인 침투율이 높아진 가운데, 프리미엄 제품은 백화점으로, 가성비 중심 제품은 이커머스로의 채널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롯데하이마트가 생활밀착형 상품MD 재편, 고객 생애관리 프로세스 구축과 연계서비스 제공 등을 통해 고객기반을 강화하고자 노력 중”이라면서도 “다만, 사업구조 전환을 통한 실적 개선에는 일정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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