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K플라자 원주점. 사진=연합뉴스
AK플라자 원주점. 사진=연합뉴스

한국금융경제신문=장용준 기자 | 에이케이플라자(AK플라자)가 실적 부진에 악재까지 쌓여가 재무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온라인몰 AK몰 매각설이 힘을 얻고 있다. AK플라자는 애경그룹 계열사로 백화점과 온라인 쇼핑몰 사업을 전개하면서 2010년대까지는 백화점업계 빅4로 꼽혔다. 하지만 2020년대 들어 적자 기조가 이어져왔고, 최근 들어서는 주력인 수원점까지 대형 경쟁사들의 프리미엄 명품 전략에 밀려 과거의 위용을 잃어가는 형국이다. 

◆AK플라자 실적부진 후폭풍, AK몰 매각설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큐텐그룹이 AK플라자가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인 AK몰 사업권 인수를 위해 애경그룹과 교섭 중이다.

앞서 큐텐그룹은 2022년 9월 티몬을 인수한 뒤 잇따라 위메프, 인터파크 등을 추가로 인수하면서 국내 이커머서스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온 바 있다. 이번 AK몰 인수 추진 배경 역시 글로벌 유통망과 물류네트워크를 통해 국내 브랜드 유통·제조사 상품을 논스톱으로 전세계 소비자와의 접점을 찾겠다는 의지로 비친다.

AK몰의 매각설이 눈길을 끄는 것은 AK플라자가 처한 어려움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기업평가는 AK플라자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의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저조한 영업실적이 지속되는 데다 대형사들과의 경쟁에 밀려 중‧단기 내 실적 개선이 어려울 것이라는 이유다.

AK플라자의 지난해 매출은 2476억원으로 전년(2473억원)보다 3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세전영업손실(EBIT)은 전년(191억원)보다 78억원 증가한 269억원으로 적자를 면치 못했다. 같은 기간 경쟁사들은 ▲롯데백화점 3조3033억원 ▲신세계백화점 2조5570억원 ▲현대백화점 2조4026억원 등으로 역대 최대 매출을 올려 대조를 보였다.

한기평 측은 AK플라자는 업권 경쟁강도 심화와 시장 트렌드 변화 대응 지연이라는 약점이 있었고, 경쟁업체에 비해 사업경쟁력도 떨어져 실적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AK플라자는 2022년부터 2023년까지 총매출액(회계상 매출액+특정매입원가)이 7100억원대에서 정체되고 있고, 높은 비용부담으로 인해 2020년부터 상각전영업이익(EBITDA)적자 및 당기순손실 기조도 이어지고 있다.

주요 재무지표. 자료=한국기업평가
주요 재무지표. 자료=한국기업평가

◆명품 라인업 부재에 고객 수요 끌어들일 동력도 없어

AK플라자의 경쟁력이 저하된 이유로 손꼽히는 건 특히 명품 라인업이 없고, 고객 수요를 끌어들일 동력이 제한되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코로나 이후 해외 명품 브랜드가 없으면 고객들도 발길을 끊는 추세라 경쟁력 있는 명품 브랜드 입점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최대 매출을 올린 경쟁사들은 모두 프리미엄 명품 라인업을 입점시키고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반면, AK플라자는 지역밀착형 백화점이라는 전략을 내세웠으나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외형뿐만 아니라 수익성도 쪼그라들고 있다.

AK플라자는 다수 점포의 매출이 역성장한 가운데, 지난 2021년 7월 문을 연 광명점의 운영안정화가 지연되고 있는 데다 지난해 8월 분당점에서는 서현역 사건이 발생하는 등 악재가 잇따르고 있어 수익성 회복에 애를 태우고 있다. 한때 AK플라자 중에서 명품 라인업을 가장 잘 갖췄다고 평가받던 분당점에서 지난 2021년 페라가모, 버버리 등의 명품 브랜드마저 모두 폐점하면서 AK플라자는 사실상 ‘명품 없는 백화점’이라는 달갑지 않은 수식어를 붙이게 됐다.

최근에는 AK플라자의 자존심이랄 수 있는 수원점도 위기다. 지난해 12월 AK플라자 수원점 운영을 담당했던 수원애경역사를 흡수합병하기에 이르렀을 정도였는데, 경쟁사들은 올 들어 공세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1월 경쟁사인 신세계프라퍼티가 지하 8층~지상 8층 규모의 스타필드 수원점을 오픈하면서 수원 지역 최대의 복합쇼핑몰이라는 타이틀을 가져가더니 롯데백화점도 롯데몰 수원점에 총 58개의 레저·키즈 매장 리뉴얼 오픈과 함께 연내 그랜드 리뉴얼 오픈으로 세를 확장해 나간다는 방침을 밝힌 것이다.

이 같은 악재가 겹겹이 쌓이면서 재무부담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지난 2022년 말에는 부채비율이 4049.9% 차입금의존도도 49.3%를 기록할 정도였고, 2023년 계열사 AK홀딩스와 애경자산관리로부터 유상증자를 통해 현금유입 및 자본확충(997억원)이 이뤄졌음에도 잉여현금적자, 수원애경역사 차입금 이관 등으로 연말 순차입금이 2499억원(2022년말 2010억원)으로 또 다시 증가했다. 부채비율도 703.1%로 여전히 높은 재무부담을 떠안고 있다.

장미수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중단기간 실적개선 여력이 크지 않은 점과 비교적 작은 자본규모로 재무구조 변동성이 높은 점 등을 감안하면 향후 미흡한 재무안정성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옛 수원애경역사 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와 관련해 주식매수가격에 대한 법원결정을 기다리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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