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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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경제신문=김선재 기자 | 주요 금융그룹의 올해 1분기 실적이 전년 대비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이하 ELS) 대규모 손실 사태에 따른 은행들의 배상액이 반영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홍콩H지수 ELS 판매 은행들이 이사회를 통해 자율배상을 결정하는 한편, 1분기 실적에 예상 배상액을 충당부채 등의 방식으로 인식할 계획인 가운데, 하반기로 예상되는 기준금리 인하와 투자상품 판매 위축에 따른 수수료이익 감소 등 실적 악재 요소가 겹치는 모양새다.

◆4대 금융 1Q 순이익 4.5조원 전망…전년比 8.8%↓

2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그룹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4조4716억원(지배기업주주지분 기준)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 1분기 4조9015억원 대비 8.8%(4299억원) 감소한 것이다.

KB금융그룹이 전년동기(1조4976억원) 대비 10.7%(1596억원) 감소한 1조3380억원으로 전망됐고, 신한금융그룹은 같은 기간 5.2%(727억원) 준 1조3157억원으로 예측됐다. 하나금융그룹과 우리금융그룹은 각각 14.1%(1559억원), 4.6%(417억원) 줄어든 9463억원, 8720억원의 순이익을 시현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같은 실적 전망치는 작년 말 전망치보다도 줄어든 것이다. 심지어 전날 전망치인 4조5069억원보다도 353억원(0.8%) 감소했다. 지난해 말 전망된 올해 1분기 이들 금융그룹의 순이익 전망치는 4조7470억원으로, 이날 전망치 대비 5.8%(2754억원) 많았다.

올해 기준금리 인하와 고금리·고물가 장기화에 따른 건전성 악화 및 비용 증가 등으로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 가운데, 실적 전망치까지 시간이 갈수록 감소한 데에는 홍콩H지수 ELS 배상액이 반영된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은행권 홍콩H지수 ELS 판매 잔액은 15조4000억원으로, 이중 13조2000억원이 올해 만기 도래를 앞두고 있다. 올해 1~2월 만기 도래액은 1조9000억원인데, 손실 규모는 1조원에 달했다.

지난 11일 금감원이 분쟁조정기준안을 발표함에 따라 주요 판매은행은 이사회를 통해 자율배상 방침을 확정하고 있다. 우리은행이 지난 22일 이사회를 통해 금감원의 분쟁조정기준안에 따른 자율배상을 확정한 가운데, 오는 27일에는 하나은행이 임시 이사회를 통해 자율배상 여부를 결정한다. 28일에는 NH농협은행과 SC제일은행이, 29일에는 신한은행이 이사회를 열고, 이에 대해 논의한다. 판매 규모가 가장 큰 KB국민은행의 이사회 개최일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빠른 시일 내에 이사회를 열 것으로 예상된다.

각 은행들은 이사회에서 자율배상 방침을 확정하고, 예상되는 배상액 규모를 충당부채 등의 방식으로 1분기 실적에 반영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충당부채는 시기나 금액이 확정되지 않은 부채를 말한다. 구체적인 배상액과 시기는 투자자와 배상비율에 대해 합의가 돼야 하는 만큼 보수적인 관점에서 예상 배상액을 추정해 미리 부채로 잡아두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SC제일은행이 판매한 홍콩H지수 ELS 만기 도래액은 8조2040억원으로, 투자자 손실률 50%·기본배상비율 40%를 적용하면 상반기 배상 규모는 1조6408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가장 많이 판 KB국민은행의 상반기 예상 배상액은 9545억원으로 1조원에 육박하겠고, 신한은행은 2753억원, 하나은행 1505억원, 우리은행 50억원, NH농협은행 2967억원, SC제일은행 1160억원 등으로 추정됐다.

7월 만기 도래분까지 포함하면 이들 은행의 전체 배상액 규모는 2조97억원으로, 2조원을 넘기게 된다. 올해 1~7월까지 홍콩H지수 ELS 만기 도래 규모는 10조483억원으로, 손실률 50% 적용 시 손실액은 5조242억원이다.

◆기준금리 인하·투자상품 판매 위축도 향후 실적에 ‘부정적’

이런 상황에서 올해 하반기로 점쳐지는 기준금리 인하와 은행의 투자상품 판매 위축에 따른 수수료이익 감소 등은 향후 실적 전망을 어둡게 한다.

미 연방준비제도(Fed, 이하 연준)는 현지시간 지난 19~20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이하 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5.25~5.50%로 ‘5차례 연속’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이날 공개된 점도표를 통해 올해 말 기준금리 중간값을 지난해 12월 전망과 같은 4.6%로 제시했다. 올해 3차례에 걸친 기준금리 인하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 금리(FFR) 선물 시장에서는 연준이 6월 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p 인하할 가능성을 70.4%로 보고 있다.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하면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2월 경제전망이 미세한 점은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지난해 11월 전망과 거의 변화가 없어 상반기 내에는 금리 인하가 쉽지 않다는 의견을 유지한다”며 상반기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다만, “5월 전망할 때 국내 요인이 예상대로 가는지를 한 번 더 확인하면 정책방향이 더 명확해질 것”이라면서 5월 데이터를 통해 물가 등 국내 요인이 예상 경로대로 움직이는 것이 확인될 경우 이르면 7월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가계대출 증가폭이 축소되고, 지난해부터 이어진 대출금리 하락으로 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이 소폭 하락한 가운데, 기준금리 인하는 NIM 추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각 금융그룹들은 2023년도 실적 발표에서 올해 NIM이 전년 대비 소폭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관련해서 가계대출 증가를 견인하는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하단 기준 3%대로 내려왔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은행의 투자상품 판매가 제한될 것으로 보이는 점도 실적 전망을 어둡게 한다. 이는 비이자이익의 핵심축인 수수료이익 축소로 이어진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관련 배상이 지급될 경우 과거 사모펀드 사태와 유사하게 영업외비용 등을 통해 재무제표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되며, 은행의 전반적인 투자상품 판매 위축, 자산관리 관련 손익 감소 등으로 이어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은행을 중심으로 비용절감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이들 금융그룹의 평균 영업이익경비율(CIR)은 41.6%로, 전년 대비 1.15%p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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