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기술(ICT)이 지난해 우리나라 벤처 투자처 1순위에 올랐다. 2008년 이후 처음이다. 투자 규모도 분류를 시작한 2003년 이후 가장 많다. 문화콘텐츠 등 소프트 투자도 늘었다. 아직 섣부른 관측이나, 새 정부가 ICT를 통한 창업과 일자리 창출을 국정과제로 추진하겠다는 것과 맞물려 스마트혁명에 기반을 둔 제2의 ICT 벤처 붐을 재연할 가능성이 있다.

27일 한국벤처캐피탈협회의 `2012년 벤처캐피털 업종별 신규투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정보통신 투자규모는 3511억원으로 주요 7개 분야 가운데 가장 많았다. 2009년에 1970억원, 2010년 2956억원, 2011년 3409억원이었다.

문화콘텐츠 투자도 한류 열풍과 모태펀드 지원 확대로 대폭 증가했다. 지난해 투자규모는 3478억원으로 2011년의 3097억원보다 10% 이상 늘었다. 2009년 이후 수위를 유지했던 일반제조는 지난해 투자규모가 소폭 감소하며 세 번째로 내려갔다. 2011년 3696억원에서 지난해는 3427억원이었다.

미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바이오 등 생명공학 분야는 지난해 처음 1000억원 벽을 넘었다. 1052억원이다. 2008년까지만 해도 400억원에 그쳤다. 이후 가파르게 상승했다. 이 밖에 유통(317억원), 서비스·교육(234억원), 원료재생·환경복원(103억원) 순이다. 기타업종이 211억원이다.

지난해 벤처캐피털 투자규모는 1조2333억원으로 3년 연속 1조원대를 기록했다. 전년도인 2011년(1조2608억원)과 비교해 소폭 줄었다. 2010년·2011년 모태펀드와 한국정책금융공사 등 연기금의 적극적 투자로 펀드를 대거 결성한 결과다. 2010년과 2011년 벤처펀드 결성규모는 각각 1조5899억원과 2조2841억원이었다. 벤처 버블(붐) 직후인 2002년(6290억원)과 비교해 세 배가량 많다. 지난해에는 연기금 투자 축소로 벤처 펀드 결성규모가 7477억원으로 줄었다.

김종술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이사는 “투자 후 회수를 고려할 때 벤처캐피털에 가장 적합한 분야는 ICT”라며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이 활기를 띠고 스마트폰 등 스마트기기 시장이 커진 것이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소프트웨어 투자가 2011년 75억달러에서 지난해 82억달러로 증가해 업종별 투자 수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전체 투자규모는 265억달러로 전년 294억달러보다 30억달러가량 줄었다. 바이오기술(BT) 투자도 49억달러(2011년)에서 41억달러로 줄었다. 마크 히센 미국 벤처캐피털협회(NVCA) 회장은 “소프트웨어는 인수합병(M&A)이 활발해 투자금 회수가 다른 분야보다 수월해 자금이 몰린다”며 “신기술 개발로 앞으로도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준배·허정윤기자 jo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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