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과학자가 참여한 국제 공동 연구진이 이산화탄소(CO2) 흡착에 사용되는 석유화학 공업 핵심 소재인 '제올라이트(Zeolite)'의 구조를 직접 설계하고 합성하는 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포스텍 환경공학부의 홍석봉 교수(교신저자) 연구팀은 스웨덴, 영국 연구진과 함께 이뤄낸 이 같은 내용의 연구 결과를 세계 최고 권위 학술지인 '네이처' 16일자(한국시간) 온라인판에 게재했다고 밝혔다.  

제올라이트는 실리콘과 알루미늄 원자가 산소 원자와 정사면체 구조를 이루며 결합된 결정성 물질로, 무수히 뚫려있는 미세한 구멍을 이용해 이산화탄소를 흡·탈착할 수 있는 미래 신소재로 각광받아 왔다.

하지만 재료나 유기구조 유도물질의 종류, 크기, 합성 온도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 탓에 정확한 합성 메커니즘은 밝혀지지 않았다.

이론상으로 300만 종 이상의 제올라이트 구조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현재 알려진 구조는 229종에 불과하다.  

매년 5종 안팎으로 새롭게 보고되는 제올라이트도 연구진의 설계가 아닌 '우연'(Trial&Error)에 의해 합성이 이뤄진 것들이다. 

연구진은 기존에 알려진 제올라이트 구조를 분석한 결과 특정 단위의 기본 구조체들이 일정한 규칙을 가지고 더해지며 점점 확장한다는 원리를 찾아냈다.

이어 이런 규칙을 활용해 확장된 제올라이트를 생성하는데 필요한 무기 양이온을 추가하는 과정 등을 통해 새로운 제올라이트를 만들어냈다.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설계한 제올라이트는 2종(PST-20, PST-25)이다.

이중 PST-20 제올라이트는 기존 제올라이트보다 이산화탄소를 보다 빠른 시간 안에 더 많이 흡·탈착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상용화될 경우 에너지·환경 분야에서 우수한 이산화탄소 분리 소재로 사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메탄가스 추출 시 다량의 이산화탄소를 흡착해 순수한 가스를 손쉽게 얻는 등 천연가스 산업 분야에서 활용도가 높을 것이라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연구진은 세계적인 가스회사인 '에어 프로덕트'(Air Products)와 관련 후속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홍석봉 교수는 "제약분야에서 분자 설계를 통해 신약을 개발하는 것처럼, 우연이 아닌 특정 용도에 필요한 제올라이트 구조를 예측한 후 설계를 통해 '타깃'형 제올라이트 합성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첫 사례"라고 평가했다. 

국내 연구진으로는 홍 교수 외에도 같은 대학 제자인 신지호 박사(제1저자)와 대학원생인 최현준, 민정기(공동저자) 씨가 참여했다.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 기초연구사업 지원으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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