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가 지난 10년간 국내 자동차 생산량을 33%나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GM과 포드 등 7개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자국 생산량을 평균 15% 줄인 것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또 현대·기아차는 강도높은 인력감축에 추진한 다른 글로벌 자동차업체들과 달리 고용을 늘렸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의 '세계 자동차 통계' IHS오토모티브 등에 따르면 2004년 국내에서 269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한 현대·기아차는 2014년 359만대의 완성차를 국내에서 만들었다. 10년새 국내 생산량이 90만대 늘었다. 현대·기아차를 제외한 7개 주요 글로벌 완성차 업체는 자국 생산량을 397만대 줄였다.

그 결과 현대·기아차의 2004년 대비 2014년 자국 생산량 증가율은 8개 업체 평균인 -15%를 크게 웃도는 33.5%를 기록했다. 현대·기아차 다음으로 지난 10년간 자국 생산량이 크게 늘어난 기업은 폭스바겐이다. 폭스바겐은 2004년 202만대였던 독일 생산량을 2014년 257만대로 55만대(27.7%) 가량 늘렸다.

현대·기아차와 폭스바겐을 제외한 나머지 업체들의 자국 생산량은 지난 10년 사이 일제히 줄었다.

자동차 생산량 세계 1위인 도요타는 2004년 다이하츠와 히노를 포함해 445만대를 일본에서 생산했으나, 지난해에는 이보다 5.4% 감소한 421만대만 자국에서 만들었다. 혼다와 닛산의 일본 내 생산량도 10년 동안 각각 28만대(-22.6%), 60만대(-40.5%)씩 줄었다.

자국 생산량 감소가 가장 큰 기업은 GM으로, 파산보호 후 북미 47개 공장 중 17개를 폐쇄하는 등 자국 생산능력을 줄였다. 대신 해외로 생산시설을 이전한 결과 미국 내 생산량이 2004년 365만대에서 2014년 201만대로, 무려 164만대(-44.9%) 급감했다.

GM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하긴 했지만, 포드 역시 같은 기간 미국 생산량을 78만대(-25.5%) 줄였다.

비교 업체 중 감소율은 프랑스 PSA가 가장 높았다. 2004년 프랑스 내 생산량이 193만대에 달했던 PSA의 2014년 자국 생산량은 95만대(-50.8%)로, 10년 사이 반토막이 났다. 생산여건 악화에 따른 생산시설 해외 이전과 함께 글로벌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프랑스 내 공장 가동률이 낮아진 결과로 풀이된다.

또 2000년대 들어 국내외 자동차 업계는 공장 폐쇄, 인원 축소, 임금 동결 또는 삭감 등 생존을 위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주요 해외 글로벌 업체들이 미국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 강성노조 등으로 인해 경영이 악화되자 지속적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이다.

세계 1위 자동차 업체였던 GM은 미국과 유럽, 호주 등 시장에서 다수 공장의 폐쇄 및 생산 중단을 감행했고, 수만명의 인원 감축과 임금 동결을 실시했다. 포드 역시 임금 동결과 함께 유럽과 호주 등에서 공장 폐쇄와 수천명의 인원을 줄였다.

현재 글로벌 최대 완성차 업체인 도요타도 대규로 리콜 및 동일본 지진 등 위기 상황 타개를 위해 일본 생산량을 줄였고 2009년부터 5년간 임금을 동결했다. 효율성이 낮은 해외 공장을 폐쇄하면서 수천명을 감원하기도 했다.

경제상황이 극도로 악화됐던 유럽 내 업체들의 구조조정은 강도가 훨씬 높았다. PSA는 유럽에서 수만명의 인원 감축과 임금 동결을 단행했고 피아트도 공장생산 일시 중단 및 인원 2천명을 감원했다. 르노도 수천명의 인원 감축과 함께 3년 동안 임금 인상률을 1% 미만으로 유지하기도 했다.

국내 업계에서도 구조조정이 진행됐다. 한국GM은 희망퇴직 모집과 1교대 전환을 추진했고, 공장가동률을 60% 이하로 낮췄다. 르노삼성은 2년간 기본급 동결과 두 차례에 걸친 희망퇴직을 실시했고, 쌍용차는 2009년 2646명을 정리해고 한 바 있다.

반면 현대·기아차는 국내 생산량을 늘리면서 꾸준히 고용을 창출했다. 현대·기아차를 중심으로 현대차그룹은 2008년 5340명을 신규 채용한 이래 매년 채용인원을 확대해왔고, 올해도 9500명을 신규 채용할 계획이다.

특히, 사내하청 근로자와 관련해 4000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할 계획이며, 현재까지 2838명의 채용을 완료했다. 또 금형·보전부문 생산전문기술인력도 2011년부터 매년 70~80명씩, 현재까지 300여명을 채용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산업은 고용창출 등 측면에서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큰 산업인 만큼 업체들이 자국 생산능력을 줄이지 않도록 국가 차원에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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