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라산 도새기 박민영 대표. <사진=박지성 기자/ korea@>

“오랫동안 동네상권에 장사하면서 못 버티고 문을 닫는 음식점을 수없이 봤어요. 맛과 서비스 모두 만족시키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곳이죠.”

제주 직송 ‘한라산 도새기’ 박민영 대표가 내뱉은 첫 마디다.

한라산 도새기는 박 대표가 운영하는 흑돼지 전문점이다. 2002년 월드컵 시즌부터 현재까지 15년간 한자리를 지켜왔다. 최근 전국 맛집을 소개하는 방송프로그램과 한 분야의 달인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에서 도(刀)왕으로 출연하며 평일, 주말할 것 없이 많은 인파가 몰리고 있다.

하지만 지금 같은 인기는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15년이라는 세월 동안 폐업의 위기까지 찾아올 정도로 쓰디쓴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박 대표는 위기에 마주했을 때 손님에게 친절과 서비스를 최우선으로 하고 흑돼지의 특유의 맛을 전달하고자 노력하면서 극복해 나갔다.

바야흐로 프랜차이즈 시대라 불릴 만큼 개인음식점 운영이 삭막해진 가운데 꿋꿋이 명성을 지켜낸 박 대표의 성공스토리를 들어봤다.

 

▶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성격자체가 변화를 좋아하고 도전하는 것을 즐기기 때문에 사업에 관심이 줄곧 앞섰다.

그러다가 요리 실력과 제주도에 살고 계신 장모님의 조언 등으로 흑돼지 음식점을 차리게 됐다.

당시 특별한 기술은 없었으나 가족들에게 많을 걸 배웠고 막상 운영하다보니 적성에도 맞았다. 지금도 장모님과 집사람이 큰 뒷받침을 해주고 있다.

 

▶ 초반 운영은 어땠나?

순탄했다. 다행히 단골손님들도 늘고 있었으며 모든 것이 원활하게 운영됐다. 매출도 남부럽지 않을 만큼 올라가면서 직영점을 차렸다.

하지만 문제는 그 후 부터다. 그 당시 요리를 배우는 입장에서 집 사람이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오픈하고서 4년 동안은 안정적인 매출에 손님들의 만족도 높았다면 이 후 4년은 직영점을 닫고 본점운영에도 영향을 미칠 정도로 슬럼프 시기였다.

 

▶ 유동인구가 적어 더 힘들었을 것 같다.

그렇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당시 일부 식당을 빼고 문을 닫는 업주들이 많았다. 그래도 가장 기본에 충실하면서 맛의 신선함을 잃지 말자는 각오로 간간히 버텨왔었다.

 

▶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변환점이 있다면?

운영이 순탄치 않자 앞날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흑돼지 맛에 대한 자부심은 변함이 없었다. 문제는 직원들이 손님들에게 대하는 태도가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맛과 친절, 기본에 충실하자는 사명감을 갖게 됐다. 그동안 안 좋았던 경험들이 자극제가 돼 지금의 ‘한라산 도새기’가 될 수 있던 것 같다.

또한 단돈 천원의 이익을 위해 질 낮은 재료를 사용하지 않았다. 원가가 높더라도 위생과 맛을 지킬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하고 손님들의 불만을 적극 개선해나가기 시작했다.

▲ 박민영 대표가 매장에서 손님에게 직접 고기를 구워주고 있다. <사진=박지성 기자/ korea@>

▶폐업 직전까지 몰리다 성공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먼저 시내 같은 경우 어제 온 손님이 안와도 또 다른 손님이 유입되지만 동네상권의 경우 어제손님이 오늘의 손님으로 찾아오기 때문에 입맛을 맞추지 못하거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면 살아남기 상당히 어려운 곳이다. 특히 인심이 바닥나면 소문이 금방 퍼지는 것도 신경 써야 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기교보다 가장 기본에 충실한 맛과 차별성이다. 가장 신선한 상태로 제공하기 위해선 단시간에 음식을 제공해야한다. 반찬부터 주 메뉴까지 손님의 입에 들어가는 시간을 최소한으로 줄여보려 노력하고 있다.

또 제주도에 살고 있는 장모님에게 계절에 맞는 젓갈을 직접 공수해 온다. 공장에서 만들어내는 일반 젓갈과는 분명한 맛의 차이가 난다. 흑돼지는 젓갈의 맛으로 즐겨먹는 마니아들도 많이 있어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친절이다. 손님에게 더욱 다정하게 인사하고 불편 사항들을 직접 듣고 개선하면서 서비스에 많은 만족을 줄 수 있었던 것 같다. 맛도 중요하지만 손님한테 어떻게 대하는가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사장의 작고 사소한 행동이 손님들에겐 큰 영향을 미친다. 직원 교육에도 신경 쓰고 있다.

 

▶현재와 앞으로는?

식당 매출은 회전률이 중요하다. 현재 전체 테이블이 3~4회전 도는 것 같다. 현재 매출을 공개할 순 없지만, 이 정도 규모와 테이블을 가진 가게 보다 2~3배 꾸준히 높을 것이다.

앞으로의 손님들에게 좀 더 적극적이고 친절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식당을 크게 늘려 확정하는 것 보다 손님을 위한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흑돼지를 맛있게 먹는 노하우가 있는지?

일반적으로 돼지고기를 자주 뒤집어서 구우면 맛을 잃는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이 있다. 돼지고기를 한번만 뒤집어야 한다는 손님들도 계신다. 돼지고기의 경우 철판볶음과 순대볶음처럼 서로가 뒤엉켜서 볶아지듯이 위에서 조각을 낸 뒤 섞어주는 게 포인트다. 기름도 빨리 빠지고 서로간의 결속력이 이뤄져 마르지 않고 육즙이 빠지면서 표면에 돼지기름과 코팅이 스스로 이뤄진다. 돼지고기 맛을 좌우하는데 있어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기본 소스인 멸치젓(멜젓)을 포함해 제주도에서 직접 가져온 갈치속젓과 자리젓을 함께 곁들여 먹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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