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베베한의원 윤나라 원장

모태 솔로, 모태 미녀, 모태 신앙 등 최근 ‘모태’라는 접두어는 사람의 타고난 부분이 현재까지 이어져 오는 상황을 의미할 때 쓰인다. 그 중 ‘모태비만’은 날씬함을 미덕으로, 뚱뚱함을 죄악으로 여기는 현대 사회의 미적 기준에서는 너무도 가혹한 단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재까지의 연구를 살펴보았을 때, 비만이 타고난 유전적 인자로 인해 발생할 확률은 현재까지의 연구에서 30~70% 정도라고 한다.

비만에 관해서 유전적 요인을 밝히기 위해 수많은 연구가 지속되고 있다. 기존 연구를 보면 입양아의 비만도는 입양한 부모보다 친부모의 특성을 따를 가능성이 더 높았고, 이란성 쌍둥이보다 일란성 쌍둥이에서 비만의 정도에 대한 유사성이 더 높았다. 입양 및 쌍둥이 연구 결과는 비만에 미치는 유전적인 영향의 중요성을 보여 준다. 근래에도 사람의 체형과 유전자 관계를 규명하는 국제 공동 연구진인 자이언트(GIANT; Genetic Investigation of Anthropometric Traits)에서는 수십만 여명의 유전체를 분석한 대규모 연구를 통해 사람의 몸무게(kg)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눈 비만지표인 체질량지수(BMI)와 연관된 유전자 97개와 또 다른 비만 지표인 허리-엉덩이 둘레 비율(WHR)과 연관된 유전자 49개를 찾아냈다. 이러한 지속적인 연구 시도는 유전이 비만의 요인 중 하나임을 명확히 뒷받침해주고 있다.

하지만 비만은 단일 유전자 질환과는 달리 유전자 중심적인 접근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미국에 거주하는 피마족 인디언의 비만 유병률은 65%에 이르는 반면, 멕시코에서 사냥과 수렵 생활을 하는 피마족 인디언은 6%에 그쳤다. 또한 유사한 역학적 관찰 연구로 미국으로 이주한 일본인에서 비만이 증가한 사례가 있다. 서구화된 식습관과 신체 활동의 저하와 같은 환경의 변화가 비만의 발병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비만 유전자를 가졌다 할지라도, 환경에 따라 다르게 발현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본인의 체질이 비만하다 할지라도 절대 좌절할 필요는 없다. 최근 발전하고 있는 후성 유전학 연구에서는 유전자의 염기 서열이 변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우리의 환경과 섭취하는 음식, 사회적 상호작용에 대한 반응으로 유전자 발현이 달라진다고 본다. 또한 한의학에서는 예전부터 개인의 체질에 맞춘 치료를 중시해 왔고, 비만 치료에도 마찬가지로 체질에 따른 약물, 생활, 운동요법을 사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사상 체질 중 태음인(목체질)은 소화, 흡수력이 높은 반면 배설능력이 저하돼 살이 찌기 쉬운 체질이기에 왕성한 식욕을 줄여주고, 체내의 노폐물을 배출해줄 수 있는 치료가 주가 되지만 소음인(수체질)은 몸이 차면서 위장 기능이 허약하고, 신진대사가 부진해 체중이 증가할 수 있으므로 몸을 따뜻하게 해주고 소화기능을 높여주는 치료가 우선 순위가 된다.

분명 비만과 유전의 상관관계는 존재한다. 그러나 비만 유전자가 있더라도 식습관 개선, 적절한 운동, 체질에 따른 적절한 치료 등의 요소를 통해 비만 유전자의 발현을 방지한다면, 비만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작성 - 누베베한의원 윤나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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