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이야기를 담은 연극 ‘만리향’에서 둘째 역을 맡고 있는 배우 한일규를 만나봤다.

그는 1983년생으로 서울예술대학 연극과 연기전공을 했으며 2009년 연극 ‘하녀들’의 마담역으로 데뷔했다. 이후 다양한 작품에서 연기와 무술 감독으로 활약하며 자신만의 연기 스펙트럼을 쌓아왔다.

인터뷰를 통해 엉뚱한 매력을 보여준 그는 액션 연기에 대한 본인만의 철학, 앞으로의 계획 등 자신의 이야기를 거침없이 들려줬다.

 

[아름 기자] 현재 공연 중인 연극 ‘만리향’의 간단한 소개와 맡은 역할에 대한 설명 부탁드려요.

[배우 한일규] 연극 만리향은 5년 전에 실종된 막내를 찾기 위해 가족들의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담은 작품이에요. 그 중 제가 맡은 둘째 역은 무대 위에서 단순하고 거칠어 보이지만 속이 깊고 멋있는 캐릭터에요. 엉뚱한 생각을 많이 하지만 그걸 실천에 옮기면서 다양한 상황들을 벌이기도 하고요. 또 첫째 형과의 대화에서도 싸우지 않기 위해 많은 부분을 참고 담아두는 모습을 봐도 겉보기에 거친 모습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도 보여주고 있어요.

 

[아름 기자] 연극 ‘만리향’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배우 한일규] 고장난 시계요. 막내가 실종된 5년 전에 머물러 있는 가족을 그리고 있는 것 같아요. 시계에 약을 넣으면 다시 움직이듯, 극 중 굿을 하는 장면을 통해 가족들에게 다시 한 번 새로운 미래를 향해 달려가는 시간이 주어진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고장난 시계 같은 만리향을 통해 화목한 가족은 서로의 소중함, 감사함을 깨닫고 혹시 가정에 불화가 있더라도 공연을 보면서 같이 힘내고 용기를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래요.

[아름 기자] 배우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배우 한일규] 20대 초반까지만 해도 막연히 유명해지고 돈을 많이 버는 것이 목표였어요. 근데 삼수를 하면서 제 스스로가 뭔가를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고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사는 것이 제일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당시 공연을 즐겨보던 둘째 누나가 혼자 보는 것이 싫다고 저를 자주 끌고 갔었어요. 그 영향을 받아 배우를 시작하게 된 것 같아요. 작은 누나 덕분에 이렇게 연기를 하는 사람이 됐다는 것에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어요.

 

[아름 기자] 배우가 된 이후 둘째 누나의 반응은 어땠나요?

[배우 한일규] 초반에는 정말 많이 싸웠어요. 누나도 공연을 좋아하긴 하지만 막상 가족이 안정적이지 않은 배우라는 직업을 택했으니 걱정이 많이 됐겠죠. 하나 밖에 없는 남동생으로써 가족들이 원하는 모습을 못 보여주는 죄책감이 들기도 하고요. 하지만 지금은 공연도 보러오고 응원을 많이 해주고 있어요. 저도 더 좋은 모습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요.

 

[아름 기자] 무술감독으로도 활동했다고 들었어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배우 한일규] 제가 액션을 매우 좋아해요. 평소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던 중 처음으로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은 살해당했다’에서 액션 연기를 맡았어요. 그 후 ‘병신3단로봇’이라는 작품을 통해 2~3년간 액션연기를 해왔고 그것을 계기로 아는 후배에게 절권도도 배웠고요. 또 액션 합을 맞추기 위해 다양한 자료를 찾아보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무술감독까지 맡게 됐네요.

운동을 워낙 좋아해 다른 사람 눈에도 그렇게 보이나 봐요. 평소에 무술인 같다는 얘기도 많이 듣기도 해요. 저는 전문 무술인은 아니고 액션을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아름 기자] 액션연기에 대한 본인만의 철학이 있나요?

[배우 한일규] 당연히 있죠. 액션 연기도 시대에 따라 조금씩 변하고 있어요. 그것을 맞추다 보니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단 한 가지 저만의 철학이 있다면 ‘이 사람이 왜 주먹을 뻗고 있느냐’에요.

멋있고 화려해 보이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연기하고 있는 이 역할이 왜 주먹을 뻗을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이유를 항상 생각해요. 흔히 말해 주먹에도 감정이 담겨야 한다고 하잖아요. 그런 개념이에요. 왜 공격을 해야만 하는지 그 이유에 대해 이해하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아름 기자] 액션을 구상해 본 적 있나요?

[배우 한일규] 좁은 골목길에서 벌어지는 액션을 꼭 해보고 싶어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액션의 끝을 볼 생각이에요.

 

[아름 기자] 한일규만의 연기 몰입법이 있나요?

[배우 한일규] 그 역할의 입장에서 일기를 써요. 제가 살아왔던 삶과는 다른 삶을 살아온 역할을 이해하기 위해 공연 안에서 벌어지는 상황들을 바탕으로 상상 일기를 쓰게 됐어요. ‘이 역할이라면 이랬겠지, 저랬겠지’라고 상상하면서 1~2문장씩 적다보니 상상이지만 그 순간만큼은 역할에 몰입이 되더라고요. 공연 전에 한 번씩 읽어보면 도움이 많이 돼요.

 

[아름 기자] 역할에 대한 몰입도가 대단한 것 같아요. 지금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역할이나 작품은 무엇인가요?

[배우 한일규] 앞서 말했던 ‘병신3단로봇’이에요. 액션을 주로 하는 작품이라서 액션 합이 많았어요. 액션은 서로를 믿지 않으면 정말 다칠 수도 있기 때문에 상대를 정말 믿고 상대방에 귀 기울여야 해요. 그러면서 이 무대가 혼자만이 아닌 공동체 작업이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정말 기본적인 부분인데도 불구하고 간과하고 있었더라고요.

 

[아름 기자] 쉬는 시간에 주로 어떻게 시간을 보내세요?

[배우 한일규] 취미로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그림을 잘 그리는 편은 아닌데 색의 조합을 좋아해요. 평소에 잡생각을 많이 하는 데 신기하게도 그림을 그리면 다른 생각을 안 하게 되고 개운해져요. 그런데 복잡하고 힘들 때 그림을 그려서 해결하려는 순간 그 의미가 없어진다는 말을 들었어요. 그래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서나 다른 의미를 두지 않고 정말 그리고 싶은 게 있을 때 그리고 있어요. 작년부터 시작해서 총 18점 정도 그렸고 그 중 8점 정도는 지인에게 선물로 줬어요. 잘 그리는 것은 아니지만 주변에서 좋아해주시더라고요.

 

[아름 기자]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요?

[배우 한일규]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 ‘한일규는 할 수 있을거야’라고 생각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죽기 직전에 이러한 소리를 들으면 정말 대단한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저만의 캐릭터 유지는 물론, 시대가 변하는 만큼 변화된 부분을 따라갈 줄 알아야한다고 생각해요. 전체를 어우르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항상 노력하겠습니다. 지켜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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