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경제신문 정차원 기자] ‘사랑의 비밀’·‘수줍은 사랑’·‘겸손한 사랑’… 마치 애달픈 시의 어느 한 구절 같은 이 말은 너도바람꽃, 제비꽃, 히아신스의 꽃말이다. 속에 지닌 뜻 때문인지, 우아한 자태가 더욱 돋보인다. 금방이라도 터질 듯이 팽팽한 꽃봉오리를 본 적 있는가? 어서 빨리 완연히 피어난 꽃 한 송이가 돼주길 바라는 마음이 부풀어 올 것이다. 절기를 따라 피고 지는 자연의 순리까지 고스란히 품은 꽃은 이렇게 감동적이다.

때문에 마음을 표현함에 있어서 꽃만큼 좋은 것도 없다. 그래서 입학식, 졸업식, 결혼식, 생일 등 특별한 기념일이나 행사가 있을 때 우리는 빠지지 않고 꽃집에 들러 선물을 준비한다. 그리고 이제는 플랜테리어나 가드닝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무엇보다 힐링의 도구로서 꽃꽂이 수업을 듣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나아가 플로리스트가 되기 위해 전문가 과정을 밟는 사람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제 더 이상 플로리스트라는 직업은 우리에게 있어서 생소하고 어려운 직업이 아닌 것이다.

다만 우리가 플로리스트를 외적으로 볼 땐 화려하고 아름답고 쉽게만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고난이도의 육체노동과 장시간 근무는 물론, 모르는 사람과 팀을 이루어 일해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를 받아들여야 플로리스트로서 버틸 수 있다. 우리나라 플로리스트 1세대 격으로 현재 수많은 백화점과 명품매장을 담당하고 있는 부산 꽃집 ‘알로플라워’ 지성만 플로리스트는

 “중요한 것은 꽃이 좋아서 하는 것인지 꽃이 주는 이미지가 좋아서 하는 것인지 고민해봐야 한다. 플로리스트란 직업이 주는 이미지만 보고 쉽게 생각하지 말고, 경험과 내공을 쌓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트렌드를 읽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경력이 쌓이면 나의 스타일과 고객이 좋아하는 스타일을 적절하게 구현할 수 있게 된다. 100여 일간 배워서 전문가처럼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조언했다.

현재 대한민국은 꽃과 식물에 대한 수요는 조금씩 증가하지만 시장은 한정적이며, 그에 비해 플로리스트는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이렇다 보니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꽃 업계는 업계대로 갈팡질팡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부산 해운대구에 있는 지성만 플로리스트의 ‘알로플라워’를 찾아 꽃의 가치와 플로리스트가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서 얘기를 나눠보았다.

사진 - 알로플라워 지성만 대표

진정한 플로리스트가 되기 위해 남다른 노력을 많이 한 것으로 알고 있다.
- 세계적인 플라워 아티스트중 한명인 크리스티앙 또뚜에게 유학할 시절, 처음 6개월 동안 오로지 꽃만 다듬었다. 처음엔 그런 부분에 있어서 불만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게 맞는 일이었다는 것을 안다. 모든 일엔 순서가 있는 것이다. 현재 저희 알로 플라워 클래스는 취미반과 전문반으로 나눠져 있다. 취미반은 말 그대로 취미반이다. 꽃꽂이를 취미로 즐기며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쉽고 재미있게 알려드리고 있다.

하지만 전문반은 다시 초급, 중급, 고급으로 나뉜다. 전문적인 플로리스트가 되는 과정을 체계적으로 배우는 것이다. 모든 꽃은 저마다 특징과 성질이 있다. 그렇기에 일단 가장 먼저 꽃에 대해 알아야만 한다. 당연한 것이다. 내가 먼저 꽃을 완벽하게 알아야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꽃을 알릴 수가 있는 것이다. 플로리스트는 꽃의 아름다움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직업이다. 그러니 꽃에 대한 완벽한 지식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저 역시 한국에서 처음 플로리스트로 활동할 때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제 기대와 현실은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대부분 사람들이 플로리스트는 우아한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저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늘 알려드린다. 꽃은 의지와 열정이 있어야한다. 돈을 버는 수단으로 생각해선 절대 진정한 플로리스트가 되지 못한다.

제가 플로리스트가 된 이유는 꽃을 찾는 사람들과 같은 이유다. 내 만족이다. 그렇기에 저는 무엇보다 제 만족이 먼저다. 꽃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을 잘 읽고 그 마음을 꽃에 담아주고자 노력한다. 그러면 꽃을 받는 사람들도 만족해하신다.

유명 백화점과 명품매장을 담당하는 것 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 무엇을 느끼나.
- 저는 현재 레슨보다는 백화점과 웨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백화점이 50~60%, 웨딩이 20~30% 라면 나머지가 레슨이다. 처음엔 레슨을 위주로 했다. 또한 현재 저희 꽃집이 부산 해운대에 있지만 지역과 관계없이 출강도 많이 다녔다. 지금도 학교에 나가 강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예전만큼 비중이 높지는 않다.

중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강의를 한 적도 있다. 아이들 개개인마다 눈을 맞추고 대화를 하니 아이들도 저에게 친근감을 느끼고 다가왔다. 저는 아이들이 꽃에 대해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첫 수업을 코사지를 만드는 걸로 했다. 제가 맨 처음 꽃을 접했을 때의 느꼈던 기쁨을 아이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저는 수업 시간에 아이들이 코사지를 직접 만들어 부모님께 선물해줄 수 있도록 했다. 꽃의 가장 큰 가치는 나누면 배가 된다는 것이다. 저는 아이들이 그런 꽃에 대한 가치를 알아주기를 바랐다. 그리고 그런 과정을 통해 아이들이 변화하기를 바랐다. 다행히도 제 수업을 통해 아이들이 꽃을 만드는 즐거움을 깨닫고 꽃의 가치를 알게 되어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

또한 저희가 주로 거래하는 명품샵들은 VIP 손님들의 생일이나 결혼기념일 등 특별한 날에 꽃배달 선물하고 있다. 중요한 손님인 만큼 신경 써서 관리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저 역시 저희와 거래하는 업체들이 좋은 이미지를 쌓고 저희 역시 좋은 이미지를 만들고자 꽃을 만드는 일은 물론 꽃배달까지 직접 도맡고 있다.

그리고 꽃을 선물 받거나 구매하면 꽃이 오래가지 않으니 꽃을 구매하는 자체를 아깝게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부산은 물론 전국 꽃배달을 직접 나가 꽃 관리에 대해서도 알려드리고 있다. 관리만 잘해줘도 꽃이 금방 시들지 않고 오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꽃 시장에 대한 전망은 가지각색이다. 플로리스트의 역할과 가치는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 점차 꽃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예전에만 해도 생일이나 기념일 등 특별한 날 이외엔 꽃집을 갈 일이 없었다. 하지만 점차 자신의 공간에 대한 애착이 커지면서 요즘 사람들은 꽃을 가깝게 두고 있다. 또한 치유하고 소통하는 힐링의 매개체로도 꽃이 사용되고 있다. 그렇기에 저 역시 꽃을 배우러 오는 분, 구매하러 오는 분, 꽃배달을 받으시는 분 모두에게 꽃을 통해 힐링 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리고자 노력할 것이다.

처음엔 꽃의 원가를 생각하지 않고 작품 위주로 꽃을 만들었다. 하지만 요즘은 예술적인 면과 요즘 트렌드를 접목해 꽃을 만들고 있다. 특히 제가 꽃을 만드는 부분에 있어서 강조하는 것은 꽃 위에 꽃이다. 마치 꽃끼리 여유롭게 대화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을 제 기술에 담고 있다. 

그렇기에 앞으로도 요즘 트렌드에 제 색깔을 담아 꽃을 만들고자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제가 만든 꽃을 바탕으로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러운 하우스 웨딩 문화를 우리나라에서 만들어나가고도 싶다. 앞으로도 저는 제 소신과 제가 처음 꽃을 접하게 된 그 뿌리를 잃지 않고 자부심을 가지고 전통을 이어나가는 플로리스트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크리스티앙 토투에게 유학할 때부터 지금까지 약 20년 동안 플로리스트의 길을 먼저 앞장섰던 지성만 대표는 꽃은 존재함 그 자체로도 모든 설명이 가능하다며 오랫동안 꽃과 함께 일을 하고 있다는 것에 무척 감사하다고 말한다. 또 지 대표는 ‘꽃집에서 일하는 플로리스트가 보기에는 낭만적일지 몰라도 그만큼 치열하게 일한다. 굉장히 힘들고 고된 직업이지만 꽃에 대한 생각과 사랑이 가득하다면 자질은 충분하다 ’라며 그처럼 플로리스트를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앞으로도 꽃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꽃의 가치를 논하며 꽃이 어떻게 사람을 감동시키는지, 어떤 행복을 가져오는지 알려주고 싶다며 소망을 밝히는 그는 지금껏 해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꽃과 함께, 꽃처럼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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