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2024 SK원더랜드 부스. 사진=SK하이닉스
CES2024 SK원더랜드 부스. 사진=SK하이닉스

한국금융경제신문=서효림 기자 | 글로벌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의 50% 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SK하이닉스가 기술력을 바탕으로 반도체 생태계의 흐름을 선도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HBM조직을 강화하고, 패키징 공정에 투자를 감행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로 주목받고 있다. 

HBM은 D램 여러 개를 수직으로 쌓아 성능을 높인 메모리반도체로 정보가 오가는 길을 넓혀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통해 발생하는 많은 정보 처리를 더욱 수월하게 처리할 수 있게 해준다. 막대한 양의 데이터 처리가 필요한 AI 시대 필수재로 1세대(HBM)-2세대(HBM2)-3세대(HBM2E)-4세대(HBM3)-5세대(HBM3E) 순으로 개발되고 있다. 기존 제품 대비 영업이익률이 50%를 훌쩍 넘어서 수익성 확보에도 유리하다.  

HBM은 2013년 SK하이닉스가 처음 개발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GPU H100에 4세대 HBM인 HBM3를 독점 공급하고 있다. 엔비디아가 2분기 출시할 예정인 GPU B100에도 5세대 HBM3E를 공급할 예정이다. 지난해 4월에는 업계 최초로 12단 24GB를 구현한 HBM3 개발에 성공했다. 1월부터 초기 양산 중인 5세대 제품 HBM3E는 가까운 시일 내 고객사 인증을 마치고 본격 양산에 돌입한다. 아울러 올해 6세대인 HBM4를 개발해 2026년 양산 목표로 HBM 시장 수성에 나설 방침이다.

SK하이닉스 CES 2024 전시 제품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HBM3E ▲CXL Memory ▲CMS ▲AiMX.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CES 2024 전시 제품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HBM3E ▲CXL Memory ▲CMS ▲AiMX.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는 HBM 주도권 확보를 위해 흩어져 있는 역량과 기능을 결집한 ‘AI 인프라’ 조직을 신설했다. 산하에 ‘HBM 비즈니스’가 신설되고, 기존 ‘GSM(글로벌 영업&마케팅)’ 조직도 함께 편제됐다. 또, ‘AI&Next’ 조직이 신설돼 차세대 HBM 등 AI 시대 기술 발전에 따라 파생되는 새로운 시장을 발굴, 개척하는 패스파인딩 업무를 주도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낸드(NAND)와 솔루션(Solution)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N-S위원회’를 신설해 HBM 공급역량 확대에 사활을 걸었다. 

HBM은 높은 기술력과 많은 설비투자가 요구된다. 일반 D램과 달리 TSV(실리콘관통전극) 공정이 추가로 필요해 여러 칩을 적층해서 패키징을 해야 하는 등 완제품 생산까지 과정이 복잡하고 정교함이 필요하다.

SK하이닉스는 HBM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올해에만 첨단 반도체 패키징 공정에 10억달러(약 1조3316억원) 이상을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이강욱 SK하이닉스 부사장의 말을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이 부사장은 “반도체 산업의 첫 50년은 칩 자체의 디자인과 제조에 관한 것이었지만 앞으로 50년은 후공정, 즉 패키징이 전부가 될 것”이라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실적설명회에서 “HBM은 일반 D램 제품 대비 동일 생산량 양산을 위해 요구되는 케파가 최소 2배 이상 증가한다”며 “TSV 생산능력을 2배 확대해 HBM 투자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경기도 용인시 원삼면에 위치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현장사무소에서 SK하이닉스 박정호 부회장, 곽노정 사장(사진 오른쪽부터)이 참석한 가운데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SK하이닉스
지난해 경기도 용인시 원삼면에 위치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현장사무소에서 SK하이닉스 박정호 부회장, 곽노정 사장(사진 오른쪽부터)이 참석한 가운데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SK하이닉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를 방문해 직접 HBM3E를 챙겼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역사적으로 없었던 최근 시장 상황을 교훈 삼아 골이 깊어지고 주기는 짧아진 사이클의 속도 변화에 맞춰 경영계획을 짜고 비즈니스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달라진 경영환경에 대한 대응을 당부하며 거시 환경 분석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지난 연말에도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SK하이닉스 미주법인과 가우스랩스를 방문해 반도체 현안을 점검하고, CES2024에서 글로벌 시장의 AI트렌드를 살폈다. 

지난해 4분기 매출 11조3055억원, 영업이익 3460억원을 기록하며 1년 여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 HBM3 매출은 전년 대비 5배 이상 증가해 동종업계보다 빠르게 흑자를 이끌었다. 올해 HBM은 이미 ‘완판’됐다. 그룹 회장까지 나선 영업력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긴 보릿고개를 넘어 상승세가 시작된 반도체 업계에서 맏형 SK하이닉스가 선두 굳히기에 나서며 반도체 초격차 시대에 대응할 우리나라 경제의 미래를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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