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경제신문=서효림 기자 | 주주총회를 앞둔 현대제철의 노사 갈등이 해결의 실마리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저평가주로 관심을 받을 법도 한데 주총 의안도, 경영실적도, 신사업에 대한 의지도 뜨뜻미지근하다. 3년 새 반토막 난 주가에 소액주주들만 안달이 난 상황이다. 

저평가주로 관심을 받았지만 현대제철의 주가는 횡보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인터넷 갈무리
저평가주로 관심을 받았지만 현대제철의 주가는 횡보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인터넷 갈무리

현대제철은 지난해 철강 시황 악화로 연간 매출이 전년 대비 5.2% 감소한 25조914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8073억원으로 전년 대비 50.1% 감소하며 반토막 났다. 지난해 제품의 생산량과 판매량은 전년에 비해 증가했지만, 제품 판가가 하락해 매출과 영업이익의 하락 폭이 컸다. 

철강 분야에서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조치가 지속하는 가운데 대내외 여건 변화도 녹록지 않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2022년산 한국 철강 제품에 대한 상계 관세를 인상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올해 철강산업을 ‘하향’ 기조로 전망했다. 특히 중국산 철강의 국내 유입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철강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했다. 

최근 국내산 열연강판(SS275 기준)은 1t당 87만∼88만5천원에 공급된 데 비해 수입 제품은 이보다 7% 안팎으로 저렴한 82만5천원 수준에 공급되고 있다. 또한, 가장 큰 수요산업인 건설의 경기침체 등 전방산업 부진에 따른 국내 수요 정체와 높은 수요성장이 예상되는 인도, 아세안 지역에 우리나라를 비롯한 경쟁국들의 수출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돼 수출시장의 경쟁 심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제철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1361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59% 급감한 수치다. 올 2분기 영업이익도 43%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다. 안팎으로 ‘위기’를 전망하는 상황에 기업의 가치는 저평가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제철의 PBR(주가순자산비율) 0.23이다. PBR은 시가총액을 기업의 순자산(자본)으로 나눈 것으로 비율이 낮을수록 기업 장부가치에 비해 시가총액이 낮음을 의미한다. 

통상 PBR이 낮을수록 저평가된 주식으로 인식돼 주식 매수심리를 높이는 효과도 있다. 여기에 ‘밸류업’이라는 호재도 있었지만, 현대제철의 주가는 상승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PBR수치가 낮다는 것은 기업의 가치가 낮게 평가된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철강 동종업계가 대체로 낮은 편(KRX 철강 0.54)이긴 하나 그 가운데 현대제철은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26일 주주총회를 앞둔 소액주주들의 속은 타들어 간다. 3년 전 최고 6만3000원까지 올랐던 주식은 최근 3만2000원까지 떨어져 반토막이 났다. 저평가주로 상승을 기대하고 있지만, 늘 주목받는 기업에 그칠 뿐 본업의 업황이나 신사업의 화제성도 떨어지는 상황이다. 현대제철은 이번 주총에서 조승아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하고, 기존 사외이사 중 임기가 만료된 유정한‧장금주 교수에 대한 재선임안을 상정할 계획이다. 또 사내이사로 김광평 재경본부장과 이성수 봉형강사업본부장 신규선임안도 함께 처리한다.

현대제철 서강현 사장. 사진=현대제철
현대제철 서강현 사장. 사진=현대제철

김빠진 주총에 들리는 소식은 더 어둡다. 현대제철은 최근 대법원으로부터 순천공장 사내하청업체 소속 근로자 중 일부를 현대제철의 근로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을 받았다. 현대제철은 협력업체에 작업을 발주하고 결과를 확인할 뿐 근로자들을 직접적으로 지휘·감독하지 않으며, 현대제철 근로자들과 협력업체 근로자들은 기능적으로 전혀 다른 업무를 수행한다며 법정에서 파견 관계를 부인했지만, 법원은 근로자의 손을 들어줬다. 

임금협상을 둘러싼 현대제철 노사 간의 갈등은 해를 넘긴 상황이다. 노조는 13일 전국금속노동조합 소속 5개 지회가 참여하는 총파업을 벌이기로 했으나 현재는 미뤄진 상태다. 서강현 대표는 직원들에게 보낸 담화문에서 “회사는 경영실적 둔화에도 불구하고 ‘400%+1330만원’이라는 사상 최대 성과금을 제시했다”고 강조하며 “우리가 처한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무엇이 진정으로 우리 모두를 위한 길인지 다시한번 진지한 고민을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국내외의 악재가 겹치면서 업황이 악화된 상황에서 내부의 문제까지 불거져 밸류업이 요원해진 현대제철에 강력한 변화의 바람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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