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그룹 허태수 회장. 사진=GS그룹
GS그룹 허태수 회장. 사진=GS그룹

한국금융경제신문=서효림 기자 | 본격적인 주주총회 시즌을 지나는 동안 내부 분열을 뒤로 하고, LG그룹과 GS그룹의 계열 분리가 모범사례로 거론되는 가운데 GS그룹 주력 사업의 성적이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2005년 국내 재계 순위 2위 LG그룹의 분리가 시작됐다. 제조업 계열사는 ㈜LG로, 유통 서비스업 계열사는 ㈜GS홀딩스를 신설해 분리됐다. LG가를 이끈 구 씨 일가와 허 씨 일가의 57년 동업 관계의 청산은 국내 최대 규모의 분할임과 동시에 보기 드문 ‘아름다운 이별’로 관심을 끌었다. 

LG건설은 GS건설이 됐다. ‘LG빌리지’던 아파트 브랜드명은 ‘자이’로 바꿨다. 자이는 ‘특별한 지성’을 뜻하는 ‘eXtra Intelligent’에서 딴 것이며, 이는 수준 높은 고급 주거문화를 선도하는 고품격 아파트를 의미한다. 계열 분리 첫해인 2005년 GS건설은 업계 1위를 차지한다. 관계사인 LG그룹과 GS그룹 공사 수주 물량이 많았던 데다 아파트 부문 매출이 고루 증가했기 때문이다.

1월 서울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 현장에서 시무식을 하는 허윤홍 GS건설 사장. 사진=GS건설
1월 서울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 현장에서 시무식을 하는 허윤홍 GS건설 사장. 사진=GS건설

2023년 업계 매출 1위의 자랑스러운 이름 ‘자이’는 사라지고, ‘순살 자이’가 남았다. 지난해 4월 인천 검단신도시의 한 아파트 건설 공사장에서 발생한 지하 주차장 붕괴한 사고의 시공사가 GS건설이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가 조사한 결과 기둥 32개 가운데 19개에서 주요 철근이 빠진 것으로 확인되면서 국민들 사이에서 이른바 ‘순살자이’ 논란이 생겼다. 내실 면에서도 흔들렸다. 지난해 GS건설은 10여 년 만에 처음으로 2000억원의 영업 적자를 냈다.

LG홈쇼핑에서 GS홈쇼핑으로 다시 태어난 첫 해 GS홈쇼핑은 최대 실적을 거뒀고, GS리테일도 내수 부진 속에 선전했다. 반면 지난해 GS홈쇼핑의 영업이익은 17% 감소했다. 베트남, 말레이시아에 이어 인도네시아 홈쇼핑 사업은 철수했다. GS리테일은 2021년 GS홈쇼핑을 흡수합병한 후 사업다각화와 신사업 투자를 시도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GS리테일은 연결기준 지난해 순이익 221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 476억원보다 53.5% 줄어들었다. 2021년 801억원이었던 순이익과 비교하면 72.4%나 감소해 ‘유통의 큰손’ 허연수 GS리테일 부회장은 ‘마이너스의 손’이 됐다. 

허연수 GS리테일 부회장. 사진=GS리테일
허연수 GS리테일 부회장. 사진=GS리테일

LG칼텍스 정유는 국내 최초 민간 정유회사로 정유업계의 선두주자 자리를 GS칼텍스에게 물려줬다. GS칼텍스는 분리 초기, 보수적인 정유업계에서 드물게 외부 경력직을 대거 채용하며 전문연구 인력과 홍보‧마케팅 분야 인력을 충원했다. 신사업 구상에도 적극적이었다. 일본의 24시간 무인주차회사인 ‘파크24’와 손잡고 ‘GS파크24’를 출범시켜 무인주차사업에도 뛰어들었다. 

허동수 명예회장에게서 허세홍 사장에게로 경영권이 옮겨간 후 GS칼텍스는 업황 부진과 성장동력 부재로 곤혹을 겪고 있다. 정유업계 선두 자리에서 내수 시장 점유율 4위로 내려앉아 일각에서는 허 사장이 GS그룹 4세 경영 경쟁에서 뒤처지는 상황이라는 의견도 있다. 허 사장은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GS칼텍스를 운영하면서 바이오원료, 수소, 전기차 충전 등 탈석유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딥 트랜스포메이션’을 강조했지만 눈에 띄는 성과는 부족하다.

허세홍 GS칼텍스 사장. 사진=GS칼텍스
허세홍 GS칼텍스 사장. 사진=GS칼텍스

고(故) 구인회 회장과 고 허만정 씨가 1947년 락희화학공업사(현 LG화학) 설립한 것을 시작으로 한 LG그룹에서 GS그룹이 분리하는 과정은 재계에 보기 드문 ‘아름다운 이별’로 찬사 받는다. 분리 과정에서 흔히 발생하는 지분 분쟁이나 마찰이 없었기 때문이다. 계열 분리 후에도 그 두 그룹은 지금까지 끈끈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산뜻한 시작과 순탄한 과정 속에 선택과 집중에 몰두한 GS의 성과가 아쉬움으로 남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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