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B손해보험
사진=KB손해보험

한국금융경제신문=양지훈 기자 | KB손해보험(이하 KB손보)의 해외부동산 평가액이 원금 대비 1300억원 이상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이후 부동산 공실률이 상승하고, 상업용 부동산의 인기가 하락하면서 난항을 겪는 것으로 풀이된다.

◆ 해외부동산 펀드‧채권 55개 투자

26일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KB‧NH‧신한‧우리‧하나 등 5대 금융그룹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KB손보는 55개 해외부동산(펀드‧채권)에 총 1조3941억원을 투자해 지난 1월 16일 기준 평가액이 1조2604억원으로 나타났다. 투자 원금 대비 평가차액은 -1337억원으로 집계됐다.

KB손보는 미국 부동산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55개 펀드‧채권 가운데 미국 부동산 투자 건은 47건(85.4%)이었으며, 이외에도 벨기에‧영국‧이탈리아 등 주로 유럽 부동산에 투자한 것으로 조사됐다.

원금 대비 손실이 가장 큰 투자는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복합시설(호텔‧상가) 투자 건이다. KB손보는 ‘이지스글로벌일반사모부동산투자신탁198호’에 535억원을 투자했으나, 올해 1월 기준 평가금액은 전액 손실 상태다.

관련해서 KB손보 관계자는 “7~8년 전 저금리 상황에서 금융회사마다 투자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대체투자를 선호하던 시기가 있었다”며 “수익을 달성한 건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투자 건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은 금리가 오르면서 기조가 바뀌었다. 보험사들이 자산을 안전하게 운용하는 부분이 강조되고 있으며, 자기자본 대비 (해외부동산) 투자 규모는 크지 않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 신평사 “KB손보, 부동산 등 대체투자자산 건전성 부담↑”

보험사 해외부동산 대체투자에 대한 우려는 최근 갑자기 불거진 이슈가 아니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보험사들은 코로나19 이전에도 수익률 확보와 장기자산 투자를 위해 부동산이나 사회간접자본(SOC) 등을 중심으로 해외 대체투자를 확보해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보험사의 해외부동산 대체투자 잔액은 31조9000억원으로 금융권 중에서 가장 컸다. 보험에 이어 ▲은행(10조1000억원) ▲증권사(8조4000억원) ▲상호금융(3조7000억원) ▲여전(2조2000억원) ▲저축은행(1000억원) 순이었다.

박희우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사들이 대체투자를 확대하는 배경에는 ▲수익률 제고 ▲포트폴리오 분산 효과 ▲장기투자를 통한 듀레이션 매칭 등이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신용평가사는 KB손보의 대체투자자산 건전성 관리 부담이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송미정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KB손보에 관해 “대체투자 자산을 중심으로 건전성과 수익률 관리 부담이 커질 전망”이라며 “2023년 9월 말 고정이하자산비율은 0.3%로 매우 낮은 수준이나, 2022년 이후 인프라와 부동산 등 대체투자 자산을 중심으로 요주의 분류 금액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건당 투자금액이 크기 때문에 소수의 부실에도 이익 및 자본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보험사에서 대체투자를 진행한다면 사전 검토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희우 연구위원은 “보험사는 대체투자를 진행할 때 사전 검토가 매우 중요하다”며 “전문화된 내부 투자 운영체계 혹은 위탁 운용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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