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12일 오전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 과일 경매장을 방문해 사과를 살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12일 오전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 과일 경매장을 방문해 사과를 살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금융경제신문=서효림 기자 | 사과값, 대파값이 오른다고 농민이 돈을 많이 벌 수 있을까? 대답은 ‘아니오’다. 농민들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도매 유통 구조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농민들은 산지와 도매가격의 차이가 극심하다고 입을 모은다. 여기에는 우리나라 농산물의 40%가량을 유통하는 가락시장 경매를 독점한 도매시장 법인이 있다. 

공영 도매시장에서 지자체를 대신해 경매를 주관하는 도매시장법인은 농산물의 등락과 상관없이 수수료를 챙기며 해마다 수입을 올리고 있다. 가락시장의 경매를 장악한 도매시장법인은 농업과 관련이 없는 건설사, 철강사 등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중앙청과는 서영배 회장이 소유한 태평양개발 자회사다. 대아청과는 호반프라퍼티와 호반건설이 주인이고, 동화청과는 신라교역, 서울청과는 고려제강이 주인이다. 

중앙청과 서영배 회장은 아모레퍼시픽(구 태평양)의 창업주인 서성환 회장의 장남으로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회장의 친형이다. 서영배 회장은 건설과 금속, 학원 사업을 물려받아 부동산 개발‧건설 업체인 태평양개발과 과일 수탁판매업체인 중앙청과를 경영하고 있다. 서 회장은 지난해 해외 계좌에 보유한 수백억원을 축소 신고한 혐의로 2심에서 벌금 20억원을 선고받아 논란이 중심에 섰다.

대아청과는 호반그룹의 계열사로 호반건설은 대아청과 지분의 49%를 보유하고 있고, 호반프라퍼티는 51%를 보유하고 있다. 무‧배추 등 농산물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특수도매시장법인인 대아청과는 1994년 설립돼 2019년 호반에 매각됐다. 2023년 연결감사보고서 기준 대아청과의 매출은 253억4764만원, 당기순이익은 58억9686만원이다. 

신라교역은 771억원에 동화청과를 매수했다. 2010년 12월 동화청과를 280억원에 인수한 동부한농이 2015년 4월 사모펀드인 칸서스네오 1호에 양도차액 260억원을 남기고 540억원에 매각했다. 칸서스네오 1호가 2016년 4월 한일시멘트 자회사인 서울랜드에 양도차액 47억원을 남기고 587억원에 매각했다. 이후 서울랜드가 신라교역에 동화청과를 매각해 동화청과의 주인은 5년 새에 3차례 바뀌었다. 신라교역은 원양어업을 중심으로 식품가공·철강·외식업 등에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는 상장사다. 

서울청과는 제철, 체강 및 합금철 제조업체인 고려제강이 100% 소유하고 있다. 1985년 가락동 농산물 도매시장 법인으로 지정된 후 2005년 94억원을 출자한 고려제강의 100% 자회사가 됐다. 지난해 매출은 331억4700만원, 당기순이익은 106억8100만원이다. 고려제강은 창업주인 고 홍종열 명예회장이 세운 회사로 2대 홍영철 회장을 거쳐 지금은 오너 3세 홍석표 사장을 최대주주로 한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작성한 ‘농수산물 도매시장 거래제도 개선 필요성’에 따르면 2015~2019년 도매법인은 동종업종 대비 6.4배에 이르는 과도한 영업이익률을 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상황에도 불구하고 5개 법인 평균 역대 최고 순이익(57억7800만원)을 발생시켰다.

가장 높은 당기순이익을 올린 중앙청과의 경우 약 68억9662만원, 서울청과의 경우 약 66억4280만원을 기록했다. 한국청과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약 43억6000만원, 동화청과는 약 57억3200만원, 대아청과는 약 29억2000만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동화청과는 대주주인 신라교역에 50억원, 서울청과는 고려제강에 14억1000만원을 배당했다. 중앙청과는 2020년 순이익보다 많은 80억3600만원을 배당했다. 

이들 5개 도매법인의 평균 현금 배당성향은 5년간 43.3%에 달하며 이는 동종업종 대비 1.7배에 달하는 수치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도 현금배당 성향은 5개 도매법인 평균 80.3%에 달한다. 가락시장에서 도매법인을 운영하고 있는 기업의 관계자는 “도매법인 각자의 운영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농식품 물가 안정을 통한 지속 가능한 생산과 소비를 위해 모든 경제주체가 힘을 모아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송 장관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농업과 관련 없는 현금 부자 기업들이 고수익·고배당으로 배를 불리는 동안 높은 가격 변동성과 깜깜이 출하로 인해 농민들의 고통은 커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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