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열린 고려아연 주주총회 현장. 사진=고려아연
지난 19일 열린 고려아연 주주총회 현장. 사진=고려아연

한국금융경제신문=양지훈 기자 |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 올해도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이 곳곳에서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고 표 대결이 벌어졌다. 2대 주주의 제안, 국민연금을 비롯한 대주주의 캐스팅 보트 역할, 집안싸움 등 이달 주총에서 화제가 된 에피소드를 모아봤다.

◆ 다올투자증권, 이병철 회장 완승…‘슈퍼개미 반란’ 실패

지난 15일 열린 다올투자증권 주주총회의 관건은 2대 주주의 주주제안이었다. 주총을 앞두고 2대 주주인 김기수 프레스토투자자문 대표는 ‘권고적 주주제안 신설의 건’을 포함해 총 12건을 제안했다. 경영진을 견제하기 위한 안건이었으며, 주주들의 경영 참여 확대가 목적이었다. 다올투자증권 측은 주주제안이라는 취지를 존중한다며 김 대표의 제안을 주총 안건으로 상정했다.

하지만 주총에서 권고적 주주제안은 약 26% 동의에 그쳤다. 아울러, 김 대표가 제안했던 강형구 한양대학교 교수 선임의 건도 부결됐다. 주총은 이병철 회장 측의 완승으로 끝났다.

업계에서는 이 회장의 완승과 관련해 ▲중원미디어(4.8%) ▲SK증권(4.7%) ▲케이프투자증권(4.7%) 등이 지원사격을 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왔다.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제기되는 기업에서 주주총회를 앞두고 이른바 ‘백기사’ 물색에 나서는 경우는 종종 발생한다.

◆ 고려아연, 배당 통과…정관 일부 변경안은 부결

고려아연은 최씨-장씨 일가 대립으로 화제였다. 고려아연은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세운 회사이며, 영풍그룹 핵심 계열사다. 고려아연은 최씨 일가가, 영풍그룹과 전자 계열사는 장씨 일가가 각각 담당하고 있다.

지분율을 보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우호지분 포함 33.2%, 장형진 영풍 고문 측이 우호지분 포함 32%여서 최 회장 측이 근소하게 높았다. 양측은 이달 19일 열린 주총에서 배당 결의안과 정관 변경 건 등을 두고 맞섰다.

배당안은 고려아연이 최초 상정한 주당 5000원을 결산배당금으로 지급하는 내용을 담은 ‘연결 및 별도 재무제표 승인의 건’ 1호 의안이 원안대로 통과됐다. 참석 주주의 61.4%가 고려아연 측이 제시한 원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캐스팅 보트로 관심을 받았던 국민연금도 원안에 찬성했다.

2-2호 의안인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요건을 변경하는 안’은 참석주주 과반 찬성을 이끌었으나, 부결됐다. 정관 변경은 특별결의 사항이므로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통과된다. 이 안건의 핵심은 신주 발행 대상을 외국 합작법인으로 제한하는 규정을 삭제하는 것이다.

즉, 배당안은 고려아연 원안대로 통과했으나, 정관 변경은 건은 부결돼 이번 주총에서는 핵심안건 1건 가결‧1건 부결로 끝났다.

◆ 한미약품 경영권 분쟁, ‘형제 승’…OCI와 통합 중단

28일 한미약품그룹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의 정기 주주총회에서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전 사장과 임종훈 한미약품 전 사장이 이사진에 선임됐다. 두 이사는 임성기 창업주의 장남과 차남이다.

관건은 한미-OCI 그룹의 통합 여부였으나, 주총을 통해 무산됐다. 장남‧차남을 포함한 그룹 통합 반대 측 5명이 이사회에 포함되면서 모녀(송영숙 회장‧임주현 부회장) 측 기존 이사진(4명) 대비 다수를 차지하게 됐다.

임종윤 전 사장과 임종훈 전 사장 형제는 지분 확보를 위해 이번 주총의 캐스팅 보트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지분율 12.15%)을 찾아갔고, 형제의 우호지분은 40.57%까지 올랐다. 모녀 측은 국민연금(지분율 7.66%)의 지지를 얻어내며 우호지분을 42.09%까지 올렸다. 하지만 이후 형제 측이 친인척을 설득해 추가 지분을 확보하며 승리를 이끌었다.

주총 이후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 사이의 통합은 중단됐다. OCI그룹은 임종윤‧종훈 형제가 이사 선임 표결에서 승리하자 “주주들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통합을 중단하기로 했다.

방경만 KT&G 신임 사장. 사진=KT&G
방경만 KT&G 신임 사장. 사진=KT&G

◆ KT&G, 기업은행 반대 속 방경만 사장 선임안 가결

28일 열린 KT&G 주총에서는 방경만 신임 사장 선임에 관심이 집중됐다. 방경만 수석부사장 선임 후 KT&G의 영업이익이 감소했다는 이유로 최대주주인 기업은행은 주총을 앞두고 방 사장 선임을 반대해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5% 이상 주요 주주는 ▲기업은행(7.11%) ▲국민연금공단(6.64%) ▲First Eagle Investment Management, LLC(7.31%) 등이었다. 이외에도 우리사주조합은 3.66%이며, 소액주주가 59.3%를 보유했다.

KT&G는 집중투표제를 도입해 후보자 3명 가운데 이사 2명을 선임했다. 주주들은 2표를 행사할 수 있었으며,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를 묶어서 투표할 수 있게 했다. 주주가 지지하는 1명의 후보에게 2표를 몰아줄 수도 있었다. 기업은행 외에도 행동주의펀드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 등이 방 사장 선임을 반대했고, 국민연금은 찬성했다.

투표 결과, 방 사장은 가장 많은 득표(약 8909만표)를 했으며, 기업은행이 제안한 손동환 후보(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약 5660만표로 2위에 올라 신규 사외이사가 됐다.

결국 반대 여론 속에서도 KT&G 측 우호 세력이 더 많은 표를 집중해 방경만 사장 선임안이 가결됐다. KT&G의 사장직 교체는 9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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